“외모 vs. 지성”, 윈도우 7과 스노우 레오파드의 상반된 행보
오랜 기다림/오랜 지연 끝에 출시됐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최신 OS, 윈도우 비스타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기대했던 만큼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007년 1월에 출시된 비스타의 매출은 줄곧 저조했다. 많은 신규 컴퓨터 구입자들이 비스타를 건너뛰고 XP로 다운그레이드 하는 편을 택했다. 기업들과 IT 근로자들의 경우 이 같은 추세가 더욱 확연하다. 심지어는 마이크로소프트 조차도 소비자들에게 비스타를 건너뛰고 XP에서 윈도우 7으로 바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간에 비스타의 실패 이유를 두고 논의가 분분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중점을 두어야 할 대목은 ‘비스타가 왜 실패했는지’가 아니라 ‘애초에 비스타가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 와 ‘어떻게 그 가치를 증명할 수 있었는지’ 이다. 그리고 이는 윈도우 7에게 또 더욱 중요하게는 주요 경쟁사인 애플에게 어떤 의미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7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고 , 과거 비스타가 베타 버전을 공개했을 때와 같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동안, 애플은 조용히 Mac OS X 10.6, 일명 스노우 레오파드를 개발해 왔다. (일반적으로 애플은 베타 버전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어떤 제품이 나올 것인지에 대해 전적으로 전문가들의 추측에 기대고 있다.)
스노우 레오파드는 이전 OS X 버전들과는 달리 혁신(revolution) 보다는 정제(refinement) 측면에 더욱 중점을 둘 것이다. 스노우 레오파드는 기존의 OS, 즉 레오파드 상에 추가되는 것으로 깜짝 놀랄만한 신기능의 등장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윈도우 7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비스타의 실패를 지워버리고픈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신기능 목록들을 발표하면서 브랜드 자체의 변경을 꾀하고 있으나 이 역시 새로운 커널, 파일 시스템, 음성 기술, 홀로그램 인터페이스, 또는 중력에 반하는 미세조정 등은 포함하지 않을 것인 만큼 완전히 새로운 OS라기 보다는 ‘정제된’ OS라고 하는 것이 옳다.
조용하고 내실있는 스노우 레오파드 vs. 시끄럽고 의문스러운 윈도우 7
애플은 지난 해 6월 스노우 레오파드를 소개하면서 공식 출시는 “약 1년 뒤”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현재 6월 8일로 예측되고 있다.) 애플이 약속한 스노우 레오파드의 특징은 주요 후드 내(under-the-hood) 개선이다. 훨씬 개선된 멀티코어 프로세서 지원 (개발자들로 하여금 이를 각자의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툴 포함), 새로운 QuickTime, 일반 프로세스를 위한 GPU 사용 지원, 그 외에도 애플에 따르면 향후 개선의 ‘기반’이 될 보이지 않는 변화들이 담겨질 예정이다.
스노우 레오파드는 아직까지 공개된 정보가 많지 않아 애플의 신제품 출시 시마다 개발자 커뮤니티에 미세 조정된 인터페이스 이미지들을 제공하고 있는 Mac 루머 사이트들을 적지 않게 당황케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들로 볼 때 (구입을 고려할 정도로) 꽤 흥미로운 OS라고 말할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안정성과 속도 등 생산성 부문 보다는 더욱 강력해진 엔진과 후드 내 개선 계획들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반대로, 윈도우 7은 전혀 새로운 경험으로서 이야기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 거의 모든 OS 개발업체들이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과거 윈도우 95를 둘러싼 과장 광고들과 배경음악이었던 “Start Me Up”을 기억하고 있는가? 애플 역시 제품을 팔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선 같지만 이들의 마케팅은 이만큼 당황스럽지는 않다.
잘 된다면 새로운 경험이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것이 항상 더 나은 것만은 아니다. Aero가 좋은 예다. 맥 OS X의 초기 버전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줄무늬 메뉴들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윈도우 7도 후드 내 개선점들을 갖고 있다. 컴퓨터월드의 스캇 피니 편집장은 윈도우 7이 비스타의 범프 문제들을 상당부분 개선시켰다고 말했다. 사실 비스타의 범프 문제는 출시 당시에도 명백해 보였다. 피니는 윈도우 7과 관련된 대부분의 변화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팬들은 이에 대해 큰 감흥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는 스티브 발머 마저도 ‘윈도우 7이 비스타와 비슷하지만 훨씬 나은 OS’라고 발언하는 등 한 발 물러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윈도우 7이 비스타와 비슷하면서도 더 나은 OS로 거듭날 수 있을까? 발머는 엄청난 작업들이 요구되었다고 말했다. 물론, 부실 공사로 붕괴된 집을 다시 파내는 것은 엄청난 작업을 요한다. 애초에 제대로 집을 짓는 것보다도 더욱 많은 작업이 요구될 수도 있다. 이는 붕괴된 집이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다.
윈도우 사용자들 중 이 같은 주장을 믿는 이들이 있을지, 또는, 윈도우 7 OS를 살 사람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사용자들은 윈도우 7이 비스타보다 낫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스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다른 OS들도 제공하는 멀티터치 기능이 정말로 사람들과 기업들이 시간과 리소스를 들여 업그레이드를 할 정도의 견조한 가치 제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도 기술자들과 마케팅 담당자들은 정말로 새로운 것은 무엇인지를 놓고 정직한 토론을 가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OS의 큰 폭 변경에 대해 잘못된 점은 무엇일까? 적어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실제로 필요한 부분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 시간은 이미 오래 전에 지나가 버렸다. 그러나 발머와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할 것이며 소비자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필자의 동료인 프레스톤 그랄라 역시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시한 윈도우 7의 혁신 목록들이 충분치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윈도우 7이 비스타 SP2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후드 내에서는 개선되었으나 새롭고 화려해진 점은 거의 없는 OS로 보여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누가 이 같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을까? 애플이라면 가능할지도..
댄 터너는 Salon, eWeek, MacWeek, The New York Times 등에 10여 년 동안 과학 및 기술 관련 글을 써 왔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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