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인터뷰 | 신규진 하나은행 클라우드본부장 "금융권 클라우드 도입 기준 3가지"

허은애 기자 | ITWorld 2023.08.17
10년 전만 해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은 절대로 클라우드를 도입하지 않을 산업군으로 꼽혔다. 비용 절감과 애플리케이션 민첩성을 개선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임무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금융권의 논의 대상은 퍼블릭 클라우드까지 확대되었고, 클라우드 운영은 가능성이 아니라 시기와 방법의 문제가 되었다. 

국내 은행 역시 클라우드를 대상으로 다양한 시도를 시작한 지 오래다. 외환 관리와 글로벌 DNA가 강점인 하나은행 역시 신중하게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 구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2022년 6월부터 하나은행에 합류한 신규진 클라우드본부장은 삼성SDS, 액센츄어와 AWS 등을 거치며 엔지니어링부터 컨설팅까지 다채로운 클라우드 관련 이력을 지닌 전문가로, 폭넓은 시각과 전문 지식을 활용해 하나은행의 전체 클라우드 사업을 지휘하고 있다.
 
신규진 하나은행 클라우드본부장 ⓒ ITWorld

신규진 본부장은 퍼블릭 클라우드 CSP 재직 시절부터 기업 전사 IT 시스템이 클라우드로 이전할 때 유연성과 확장성을 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왔다. 산업 특성상 -신뢰와 안정, 규제준수가 중요한 금융권에서 또 한 번의 클라우드 도전을 시작한 신규진 본부장의 클라우드 도입 원칙과 기준, 향후 포부를 들어보았다.
 

클라우드보다 먼저 '고객'을 생각하라

신규진 본부장이 구상하는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고객이 있다. 고객의 요구가 바뀌면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도, 그에 필요한 도구도 바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이 바뀌면서 일하는 방식, 의사결정 방식,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이 모두 바뀐다. 하나은행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오는 이점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하려는 목표를 구체화하는 단계에 있다.

"일반 기업에서는 클라우드 확산세가 크지만, 상대적으로 금융권의 클라우드 검토가 오래 걸렸던 것은 신뢰와 안정이라는 은행업의 본질과 규제 때문입니다. 하지만 클라우드는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 리눅스로 이어졌던 주기적 기술 교체와는 다릅니다.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서비스의 제공과 사용 방식이 먼저 바뀌었고, 그 새로운 요구를 해결하는 도구이므로 목적과 용도가 분명합니다."

이제 금융처럼 전통적으로 사이클이 길었던 산업도 변화를 겪고 있다. 신규진 본부장은 인터넷 뱅킹 도입 이후 은행 업무의 절반 이상은 모바일로 처리된다며, 은행 앱의 경쟁 상대로 다른 모바일 앱을 짚었다. 금융이라는 본업의 사이클은 아직 길지만,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기는 급격히 단축됐다.

따라서 은행 앱은 이제 기본 업무를 잘 처리하는 것은 물론이고, 매력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이 불편함 없이 자주 은행 앱을 사용하고 금융 상품을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신규진 하나은행 클라우드본부장 ⓒ ITWorld

"은행 앱도 사이클이 짧은 산업의 패턴을 일부 차용할 필요가 있고, 클라우드는 그 목적을 달성하게 해 줄 도구로 꼽힌 것이죠. 비즈니스 민첩성은 기업이 빨리 움직인다는 의미이지만, 조금 더 생각해 보면 고객을 중심에 두고 더 빠르게 고객에게 대응하는 역량입니다. 이제 은행도 유통이나 인터넷 기업처럼 고객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고, 필요 없는 자원은 안 사도 된다는 것은 부가적인 장점이고요."
   

'무조건 좋은 것'은 없다, 클라우드도 도구일 뿐

클라우드 검토 자체만으로도 은행권에서는 큰 결심이지만, 그보다 선행되어야 할 고민도 분명히 있다.

"클라우드를 쓰더라도 본업을 위한 IT는 유지되겠지만, 분명히 새로운 것이 생겨날 것이고 또 생겨나야 합니다. 사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눈에 보이는 형태도 아닐 것입니다. 인터넷 기업의 IT 개발자가 일하는 방식은 은행이나 철강 산업의 IT 개발자와는 매우 다르겠죠. 하지만 이제는 필요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방식을 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규진 본부장은 무작정 기술의 이점을 찬양하기보다, 왜 클라우드가 필요한지 내부에서 먼저 생각해 보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클라우드 예찬론자의 조언과는 선후가 다른 셈이다. 은행 내부 직원이 먼저 클라우드의 필요성을 자각하고 인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나은행 클라우드 본부 역시 이 단계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다.

"은행 고객 입장에서는 이 은행이 클라우드를 쓰는지, 안 쓰는지 관심이 없어요. 은행 내 기술과 도구를 실행하고 쓰는 사람은 결국 은행 직원입니다. 왜 클라우드가 필요한지, 왜 우리가 클라우드를 사용하려고 하는지 은행 내부에서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신규진 본부장은 그렇지 않으면 '왜 불편하지 않은데 바꿔야 해?', '왜 현업이 IT를 알아야 해?', '왜 애자일을 해야 해?'라는 오해와 반발을 사기 쉽다고 설명했다. 오랜 기간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축한 경험에서 나온 신념이다. 
 

"지식은 나눠야" 클라우드 전문 인력 채용으로 내부 이해 높일 것

신규진 하나은행 클라우드본부장 ⓒ ITWorld

현재 하나은행은 자체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구축하면서 퍼블릭 클라우드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아직 퍼블릭 클라우드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지 않지만, 내부 직원이 필요성과 효과를 실감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 컨퍼런스 등 최대한 많은 기회를 활용하려고 한다. 

신규진 본부장은 일반 대기업의 경우에는 일단 도입한 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이 효과가 있지만, 금융권, 특히 은행은 조금 다르다고 설명했다. 신뢰와 안정성이 중요한 본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가적인 역량을 클라우드로 가속해야 하며, 처음 접할 때의 경험이 긍정적일수록 내부 혁신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1년이 막 지난 단계이므로 본격적인 성과를 논할 수는 없지만, 내부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신규진 본부장은 부임 1년 동안 내부에 클라우드를 소개하고 여러 가지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내부 합의가 많이 이루어졌다고 자평했다. 하반기에는 퍼블릭 클라우드를 위한 랜딩존을 구축하고 일부 시스템 적용을 준비 중이다.

또 하나의 목표가 있다면 하나은행에 적합한 전문 클라우드 인력을 채용하는 것이다. 하나은행 클라우드 본부는 클라우드 경험을 조직 내부에 빠르게 전파할 수 있도록 함께 학습하면서 역량을 키워 나갈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할 때는 언제나 시행착오가 있기 마련이고 그에 따른 두려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죠. 외부의 경험과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영입해 하나은행 내부 인력과의 조화를 통해 클라우드 전문성을 확대하고 심화 개발하겠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제가 클라우드 업체를 거쳐 하나은행에 합류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클라우드 전문가에게 하나은행을 비롯한 금융 기업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신규진 본부장은 자신의 이력에서도 클라우드라는 큰 전환점에서 기술과 마인드셋, 일하는 방식의 급격한 변화를 직접 구현한 경험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은행의 클라우드 구축 사업은 어렵지만 그만큼 보람도 클 겁니다. 클라우드 전문가가 업계에서 이정표가 될 만한 경력을 더하기에는 의미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하나은행의 기존 인력과의 가교 역할을 맡아 전문성을 펼치고 싶은 인재를 만나 금융권 클라우드의 기준을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클라우드 도입 기준 3가지

2019년 AWS 서울 서밋에서 발표하고 있는 신규진 (현) 하나은행 클라우드 본부장 ⓒ AWS

신규진 본부장은 금융권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꼭 검토해야 할 3가지 기준을 제안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 도입의 이유를 고객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클라우드라는 도구로 얻을 효익을 정확히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변화가 많은 서비스에서는 오히려 비용이 더 커질 수도 있지만, 비용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기업 경영진이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은행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할 때 오는 심리적, 규제적 장벽을 IT와 함께 손잡고 뛰어넘을 각오가 되어있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도구는 바꿨는데 예전 방식대로 일한다면 예전 그대로의 보상이 돌아올 겁입니다. 기술뿐 아니라 수반되는 다른 것들의 변화를 감당할 수 있는가를 평가해 보십시오."

내부 역량 강화의 필요성도 계속 강조했다. 

"시스템은 한 번 구축하면 10년 이상도 씁니다. 거기에 필요한 역량을 외부에서 구매하면 내부 역량이 크지 않아도 외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어요.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해 지속적으로 뭔가를 추가하거나 빼거나 해야 한다면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클라우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해요. 내재화된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클라우드를 도입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erin.hur@foundryc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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