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구글이 사용자 수를 관찰하고, 측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에든 분석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철저한 애널리틱스 접근법은 위력적이지만, 측정할 수 없는 요소에서는 맹점을 드러낼 수 있다. 예컨대 사용자의 열의와 애정 같은 것이 그렇다.
필자가 즐겨 사용하는 실례는 구글플러스(Google+)다. 처음 몇 년간 이용률이 급증하더니 점차적으로 시들해졌다. 참여율 저조라는 평판 때문에 묻혀버린 것이다.
이 평판은 오류에 가까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구글이 참여를 숨기고 억압하는 조치를 반복적으로 취하면서 이는 자기 실현적 예언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활발한 고급 사용자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인 서클(Circle) 공유도 종료했다. 여기에 커뮤니티(Communities)를 추가한 것도 사용자의 관심이 줄어드는 데 한 몫 했다. 이 바보 같은 알고리즘은 양질의 답글에 플래그를 표시해 다수의 사용자가 좋은 답글을 보지 못하게 했고, 그러면서 동시에 스팸인 것이 명백한 답글을 표시하지는 못했다 (결국, 구글의 알고리즘은 훨씬 더 개선됐지만, 그 때는 이미 대다수 사용자가 플랫폼을 떠난 뒤였다).
참 대단한 계획이다. 목표가 사용자 참여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구글플러스는 구글의 가장 충성스러운 사용자들의 온라인 놀이터였고, 지금도 그러하다. 구글은 10억 명의 사용자를 이 놀이터로 데려왔다. 여기서 구글 팬들은 영향력을 발휘해 다른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픽셀폰, 픽셀북, 구글 서치, 구글 어시스턴트, 구글 홈, 지메일, 유튜브 등에 대한 자신의 열의를 공유하는 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구글은 구글플러스가 빈 껍데기만 남을 때까지 사용자 참여를 적극적으로 억압했다. 자사의 가장 열정적인 사용자과 청중을 줄여가면서 이들이 얼마나 가치있는지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리고 다음 차례는 이메일이다.
줬다가 빼앗는 구글
이번 주 구글은 2개의 이메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하나는 인박스(Inbox)라는 지메일의 실험적 대안이고, 다른 하나는 지메일용 오프라인 크롬 앱이다.
지메일 오프라인 크롬 앱은 구글이 7년 전 도입하였고, 5년 간 업데이트가 없었다. 12월 3일 크롬 웹 스토어에서 삭제될 예정이다. 크롬의 지메일 앱 기능은 지메일 웹 버전으로 대체되었다. 여러 해 동안 지메일 웹 버전은 우월한 오프라인 기능을 지원해왔다. (지메일 설정에서 ‘오프라인(Offline)’ 탭을 선택하고 ‘오프라인 메일 지원하기(enable offline mail)’ 체크박스에 표시하면 오프라인 기능을 켤 수 있다).
그러나 지메일 오프라인 크롬 앱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구글도 속이 후련할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이 앱은 베타 단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한편, 구글 인박스 서비스 종료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번 주 구글의 한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인박스는 내년 3월 종료된다.
인박스는 ‘지메일이 만든 인박스(Inbox by Gmail)’라는 공식적이며 어색한 브랜드 명으로 2014년 실험적 앱으로 시작되었다. 아마도 어떤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2013년 당시, 지메일은 자랑스러운 텍스트 기반의 서비스였고, 인터페이스 면에서 중요한 디자인은 별로 없었다. 곧 많은 인기를 얻고 크게 성장했다. 그리고 구글이 이메일 왕좌를 무한히 지배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 참변이 발생했다.
2013년 초 한 신생업체가 메일박스(Mailbox)라는 아이폰 앱을 발표했다. 출시되기도 전이었지만,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혁신과 매력을 바탕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에 가입했다.
메일박스의 혁신은 지금 와서 보면 평범하지만 당시에는 매우 참신했다. 메시지를 이동하거나 알림에 위해 좌우로 화면을 미는 동작을 이용하는 앱이었다. 메일박스는 박스나 카드로 이메일에 필요한 기능 요소를 담는 등 다른 인터페이스 요소까지 강조했다. 메일박스 기능은 ‘제로 인박스(zero inbox)’, 즉 깔끔하게 정리된 받은 편지함을 쉽고 빠르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메일박스는 이메일을 빠르게 읽고 처리하기 쉬운 훌륭한 앱이었다.
메일박스 인터페이스의 명백한 매력은 구글을 충격에 빠뜨리며 지나치게 단순한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고, 이는 아마도 2014년 여름 도입된 디자인 언어인 머터리얼 디자인(Material Design)의 진로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구글은 몇 달 후 최초 머터리얼 디자인 제품의 하나인 인박스(Inbox)를 발표했다.
구글은 메일박스 및 미래의 모방자 등, 화면 밀기를 중심으로 카드를 활용하는 갑작스러운 경쟁자에게 사용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서둘러 인박스를 출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운한 신생업체인 메일박스는 어떠한 기회도 갖지 못했다. 메일박스는 이메일 서비스가 아니고, 다른 회사가 소유한 이메일 서비스의 프론트 엔드에 불과했다는 것이 치명적이었다.
구글 등 이메일 서비스 제공 회사들은 메일박스의 가장 매력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 요소를 어렵지 않게 모방했고, 사용자는 분산됐으며, 메일박스는 설 자리를 잃었다.
메일박스는 출시 한 달 후 드롭박스에 인수됐고, 2015년 12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지메일은 머터리얼 디자인을 점진적으로 적용했다. 스마트 리플라이(Smart Replies) 등 인박스에서 인기를 모았던 기능도 추가했다.
아직 인박스의 ‘리마인더(Reminders)’까지는 통합되지 않았다. 화면을 미는 동작으로 메시지를 관리하는 모바일 앱 인박스, 메시지 묶기, 인박스 고정, 그리고 사용자들이 ‘한층 깔끔하다’고 평했던 UI도 마찬가지다.
중요한 점은 인박스와 지메일은 전체적인 느낌에서, 그리고 기능을 이용할 때 얼마만큼의 메모리 용량이 필요한지에서 아직도 서로 상당히 다르다.
인박스 종료는 실수다
구글의 이메일 사용자는 현재 13억 명 가량 될 것이다.
이중 대다수는 지메일만 사용한다. 상당수는 인박스만 사용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앱을 오가며 모두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이러한 전환은 여러 요인에 의해 촉진된다. 그 가운데 하나는 지메일 설정에서 생성된 필터가 인박스에서 기능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사용자가 데스크톱 브라우저에서 지메일을 사용하는 이유는 모든 것을 미세하게 관리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에서는 사용의 편리함 때문에 인박스를 선호한다.
이쯤에서 구글의 생각을 추측해보자.
- 하나의 이메일 시스템이 두 개보다 더 낫다
- 인박스 사용자보다 지메일 사용자가 더 많다.
- 인터페이스와 기능에서 지메일은 이제 인박스와 별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이제 인박스를 폐기할 시간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구글의 문제는 모든 사용자를 동등하게 취급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사용자의 열정을 측정할 수 있다면, 더 열정적인 사용자는 인박스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것이다.
열혈 구글 사용자가 지메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고급 사용자 일부는 더 많은 권한을 허용하는 지메일을 선호한다.
그렇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지메일에 붙어 있는 이유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익숙해졌고, 달리 변화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인박스 사용자는 최신 유행을 따르는 사람들이고, 따라서 새 방식에 더 신속히 적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구글을 신뢰하기 때문에 구글이 새로 출시한 온갖 혁신에 뛰어드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역사를 가장 냉소적으로 요약해보자. 구글이 지메일을 내놓자 모두가 행복했다. 그 후 구글은 더욱 혁신적인 대안을 창출했고, 구글의 가장 활발하고 열성적인 사용자들은 이 대안을 사랑했다. 그 후 가장 충성스러운 팬들이 귀중한 시간을 수없이 쏟으며 새로운 서비스에 익숙해지자 구글은 서비스 종료에 나선다.
정말 원대한 계획이다. 목표가 가장 열정적인 사용자의 신뢰와 충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인박스 서비스 종료가 실수인 이유로 작용한다. 열정적인 사용자를 다시 한번 후려치는 행위인 것이다.
구글은 모든 사용자가 똑같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열혈 사용자는 무관심한 사용자보다 훨씬 더 소중한 존재다. 이들은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돈과 시간을 써 가며 제품을 구매한다. 이들은 대중에게 구글을 좋게 이야기한다.
구글플러스를 잘못 관리하고, 리더(Reader) 서비스를 종료하고, 이제 인박스까지 중단하는 구글은 열정적 사용자의 충성에 찬물을 끼얹어왔다. 이런 식의 결정이 계속된다면 구글의 가장 열정적인 사용자들도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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