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용 플래시, “만지지 말고 보기만 하세요”
더욱 커진 화면, 더 길어진 배터리 시간, 강력한 CPU 등으로 무장한 태블릿은 기존의 스마트폰으로 구동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고급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등에 적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애플은 아이패드를 포함한 자사의 모든 iOS 모바일 기기에서 어도비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는 다른 태블릿 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아이패드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지난 2월부터 미국 내에서 버라이즌(Verizon)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모토로라 줌(Motorola Xoom)이다. 줌은 "태블릿을 위해 완전히 새롭게 설계된" UI를 특징으로 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3.0 허니콤(Honeycomb)을 탑재한 최초의 태블릿이다.
줌과 아이패드를 비교한 인포월드의 리뷰는 모토로라의 태블릿이 괜찮은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아이패드 2와 겨루기에는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해당 리뷰는 두 플랫폼 모두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을 때 작성된 것이다. 어도비가 안드로이드 3.0용 플래시 플레이어 10.2 베타 버전을 발표하면서 허니콤은 플래시 콘텐츠를 지원하는 최초의 태블릿 플랫폼이 되었다.
플래시로 인해 시장이 안드로이드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종국에 가서는 허니콤 태블릿이 아이패드보다 우월한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인포월드의 줌 데모모델을 입수하여 플래시를 지원하는 사이트들을 방문해 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주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영상 지원
플래시 플레이어 10.2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무료로 다운로드해 쉽게 설치할 수 있다. 플래시 플레이어를 구동하려는 허니콤 태블릿 사용자들은 안드로이드 3.0.1로 업데이트해야 하며, 모토로라는 지난 3월에 줌의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아직까지 독립된 안드로이드용 플래시 앱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당 앱은 데스크톱 브라우저용 플래시 플러그인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안드로이드 웹 브라우저에 플래시 지원기능을 추가한다.
또한 어도비는 어도비 플래시 쇼케이스(Adobe Flash Showcase)라는 독립된 앱도 제공한다. 이는 플래시를 지원하는 사이트의 링크를 목록화한 앱이다. 하지만 필자는 해당 앱이 플래시를 완벽하게 지원하는지 의심스러웠다. 실제적인 브라우징 상황에서 플래시 플레이어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하여, 어도비가 제공하는 데모 영상이 아닌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플래시 콘텐츠를 찾아보았다.
요즘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스트리밍 영상부터 테스트해 보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테스트 대상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줌에는 유튜브나 데일리모션(Dailymotion)을 통해 콘텐츠를 재생할 때 자동적으로 실행되는 비디오 플레이어가 내장 되어있어 플래시가 필요없다. 또한 훌루(Hulu)에서 설치된 플래시는 작동하지 않았고 단지, "죄송합니다. 귀하의 플랫폼에서는 해당 영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문구만 보일 뿐이었다.
플래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코미디 센트럴(Comedy Central)이나 MTV 등의 사이트에서의 결과는 분명치 않았다. 재생 품질은 전반적으로 괜찮았으나 가끔 끊기는 경우가 있었고, 영상과 음성의 싱크가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최대 화면모드에서는 괜찮아 보이던 영상이 창 크기를 축소하자 품질이 저하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더 안 좋았던 것은, 태블릿의 터치 인터페이스를 이용할 경우 몇몇 플래시 비디오 제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터치 기능 문제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이런 문제가 스트리밍 영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반적으로, 안드로이드 3.0용 플래시 플레이어는 제대로 비트맵 이미지를 확대/축소하지 못했다. 특히 비트맵 형식의 문자를 확대/축소할 때 문자가 깨지거나 축소 시 문자를 알아볼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터치스크린을 채택한 기기에서 플래시 UI를 활용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는 플래시 플랫폼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플래시 개발자들은 전통적인 웹 개발자들보다 더 많은 롤오버(Rollover), 화려한 애니메이션 등을 이용해 웹 표준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미적으로 아름다운 UI를 선보이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러한 것들이 마우스 없이 작은 스크린만 장착되어 있는 기기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화면 스크롤 기능은 최악이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에서는 마우스 기반의 UI에서 볼 수 있는 전통적인 스크롤바를 대신해 사용자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스크롤한다. 하지만 플래시 앱은 이런 동작을 인식하지 못했다. 브라우저 윈도우의 일부에라도 플래시 영상이 표시되고 나면, 그 부분은 터치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창을 스크롤할 때, 이를테면 플래시 콘텐츠를 창의 중간으로 이동시키려 할 때, 사용자는 HTML 코드로 만들어진 부분을 터치해 브라우저가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할 경우, 대부분의 경우에 스크롤 기능을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일정하게 반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였다. 하나의 웹 페이지에 다수의 HTML 코드와 플래시 콘텐츠가 섞여 있을 때가 가장 심각했다. 브라우저와 플래시 플레이어가 UI를 사이에 두고 줄다리기를 하는 듯했다. 터치 기능이 제멋대로 작동했다. 손가락이 언제 어느 곳에 닿느냐에 따라 브라우저나 제어 기능이 제멋대로 작동했고, 때로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간단히 말해, 어도비는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
애플리케이션? 꿈도 꾸지 말라
사용자가 플래시 플레이어를 실제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앞서 말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다음으로 줌이 어떻게 복잡한 플래시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처리하는지 테스트해 보았다. 필자는 완벽한 테스트 계획이 떠올랐다. 구글 문서도구의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플래시로 구현하는 어도비의 Acrobat.com이야 말로 완벽한 테스트 샘플이었다. 해당 사이트에 접속하자 안타깝게도 "죄송합니다. 어도비 Acrobat.com은 현재 귀하가 사용하시는 브라우저와 호환되지 않습니다. 호환되는 브라우저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만 보였다. 필자는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를 통해 볼 수 있는 몇몇 어도비 플렉스(Adobe Flex) 애플리케이션을 찾아냈을 때,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외관상으로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태블릿의 화면에 맞추어 크기를 조정하는 기능이 없었기 때문에 한참 동안 스크롤을 해야 했다(물론 그마저도 작동하지 않는 곳에서는 방법이 없었다). UI 제어는 웹 표준을 준수하지 않았고 마우스가 절실히 필요했다.
가장 최악의 문제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식(Form) 입력이었다. 플래시 기반의 폼을 작성할 때, 터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같은 부분을 6~7번 터치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몇몇의 폼 필드(Form Field)는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상관없이 불규칙적으로 선택됐고, 스크린 키보드가 작동했다. 잘못된 필드가 선택됐을 때에도 문제는 발생했다. 탭(Tab)키와 시프트 탭(Shift-Tab)키 둘 다 폼의 다음 필드로 이동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었다. 이전 필드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았고, 감히 다른 필드를 터치해 볼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플래시 기반의 폼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시작에 불과했다.
게임은 어떨까? 이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순한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브라우저 윈도우에 띄우자, 화면이 괴상하게 울렁거리면서 왼쪽으로 움직였고 플래시 콘텐츠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하얀 사각형만 표시되었다. 화면을 스크롤하여 게임 화면을 찾을 수는 있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하얀 화면의 내부를 터치해야 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안드로이드 3.0용 플래시 플레이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기능이 하나 있었다. 기본적으로 탑재된 안드로이드 브라우저로는 플래시 콘텐츠를 볼 수 없기 때문에 플래시 기반의 광고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하고 나면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갑자기 광고들이 튀어나오며, 광고들은 마치 저녁 식탁 위의 바퀴벌레처럼 다양한 모습으로 움직인다. 단 하나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드로이드가 아니다
어도비는 현재 안드로이드 2.2 및 2.3 스마트폰용 플래시 플레이어 10.2를 준비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 3.0용 베타 버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필자가 겪었던 문제들은 최후 공개버전에서 수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2.2 스마트폰에서 같은 테스트를 진행해 본 결과, 플래시 플레이어 10.2의 문제 중 게임 창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문제만 해결됐으며, 줌에서 플렉스 애플리케이션은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많은 플래시 앱들이 터치스크린 기능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되지 않았기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기기 종류를 막론하고 터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플래시 지원 여부 때문에 아이패드 대신 줌을 선택할 필요는 없다. 만약 플래시 플레이어 덕분에 콘텐츠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다. 안드로이드 기기를 이용하여 플래시 사이트를 방문할 경우 결과는 운에 맡겨야 한다. 만약 누군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업무용 플렉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할 계획이라면, HTML로 즉시 변경하도록 조언하고 싶다. 물론, 웹 애니메이션 광고에 매료된 사람에게는 플래시 플레이어가 적절한 선택이 될 것이다.
한 가지 더 추가로 언급하자면, 플래시 콘텐츠가 독자적인 애플리케이션으로써 구동하도록 하는 실시간 프로그램인 어도비 AIR의 안드로이드 3.0 호환 버전을 별도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AIR 앱을 사용하기 위해서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하거나 브라우저에서 플래시 콘텐츠를 설정할 필요가 없으며, 개인적으로 현재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AIR 앱들은 상당히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차별점은 이런 앱들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용으로 특별히 제작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제품을 사용한다면 플래신 대신 안드로이드 SDK를 사용할 수 있지 않은가?
플래시 플레이어의 장점은 배터리 소모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적인 게임을 구동할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배터리를 소모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용 플래시 플레이어보다 더 효과적인 배터리 절약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플래시 플레이어를 설치하지 않는 것이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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