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 사실 태블릿은 기존의 스마트폰이나 넷북, 노트북과 비슷한 부분이 더 많다. 단지 몇 가지 새 기능과 특징이 추가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런 새로운 특성들은 태블릿을 다른 디지털 기기와 차별화 포인트를 형성해냈고 결국 시장 대중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필자는 올해 CES 쇼에서 태블릿 부스를 모조리 찾아다녔다. 그리고 느낀 점은 데자뷰 같은 것이었다. 몇 가지 예외적인 것들, 예를 들어 RIM의 초경량 플레이북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태블릿은 이전에 보아왔던 제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른 것이라고는 명칭뿐이다. 과거 아시아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모바일 인터넷 기기”의 레퍼런스 디자인을 선보였었다. 이는 몇 년 전 노키아가 내놓았지만 인기를 얻지 못했던 심비안 기반 인터넷 태블릿과 같은 제품들을 표현하기 위한 용어였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태블릿 PC”는 슬레이트 형태의 윈도우 기반 PC를 지칭하는 용어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CES에서 태블릿 PC를 말하기 시작했던 때는 무려 2001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올해 필자가 본 것들은 대부분 레퍼런스 디자인이나 프로토타입 제품들이었다. 제조사들은 이번 쇼의 전시를 통해 유통 회사들이 어떤 제품 컨셉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 물론 레퍼런스 디자인이나 프로토타입이 나중에 시장에 출시될 제품과 같지는 않다. 미국 시장 제품이 일본 혹은 아시아, 유럽 전용 제품과 다를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한가지 예로 NEC의 안드로이드 클라우드 커뮤니케이터(Cloud Communicator)는 듀얼 스크린을 갖춘 레퍼런스 디자인 태블릿으로, 안드로이드2.1을 탑재하고, 감압식(resistive) 대신 정전식(capacitive) 터치스크린을 장착했다. 처음에는 흥미로워 보였지만, 스펙은 인상 깊지 않았다.
NEC는 이 태블릿을 사전 이벤트와 쇼 무대에서 선보였지만, 회사는 이에 대해 레퍼런스 디자인인지, 실제 출시될 제품인지 확실히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NEC의 출시 계획도 막연했으며,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출시 계획은 언급도 없었다. 이 태블릿이 결국 출시되지 않는다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CES의 어떤 제품들은 손으로 만든 기획단계 수준이었고, 심지어 계획되었던 요소나 소프트웨어가 빠진 채 전시된 것들도 있었다.
특히 CES에서 선보인 새로운 OS 안드로이드3.0 허니컴(Honeycomb)으로 출시 예정이거나,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태블릿은 하나도 없었다. 모토로라 줌(Xoom)이 안드로이드3.0를 구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태블릿이라 주장하는 기사가 있었지만 “구동가능”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모토로라의 프레스 컨퍼런스에서의 모든 줌 태블릿 데모는 시연자가 직접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미리 제작된, 그것도 허니컴의 새 기능이 어떻게 구동되는지 정도만 보여진 비디오로 제공되었다. 따라서 반응 속도, 디스플레이의 이미지 품질, 텍스트 품질 등은 파악하기 힘들었다. 언론이 줌을 직접 만져도 실제 동작성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지만 말이다.
MSI는 윈드패드 100 모델을 선보였다. 회사의 안드로이드와 윈도우 태블릿을 유리벽 너머로만 보여주었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직접 만져볼 수 있었다. 하지만 시연된 제품이 출시될 제품과는 다르다는 점은 역시나였다. MSI는 윈드패드 100W(윈도우 태블릿)이 일반 대중 시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그들은 의료나 금융 쪽의 산업체 시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따라서 가격은 계속 높게 책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석하게도 이러한 전략은 후지쯔에서 이미 구사하고 있는 것이며, HP에서 출시했지만 여전히 주문 대기중인 슬레이트도 같은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MSI는 또 자신들이 올해 2분기 혹은 3분기에 제품을 출시하게 될지 어떨지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한 기술의 수명이 다하고, 스펙이 바뀌는 정도의 기간에 대해 보장이 없는 셈이다.
MSI의 안드로이드 태블릿인 윈드패드 100A는 작년에 비슷한 프로토타입을 이미 선보인 적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출시 계획이 없었다. 회사측에서는 안드로이드3.0을 탑재할 예정이며, 봄이나 여름쯤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태블릿은 엔비디아의 테그라 2에서 작동될 예정인데, 저장 용량과 같은 내부 스펙은 그 시점의 부품 가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쇼에서 보였던 디스플레이는1,280 x 600 픽셀의 프로토타입이었다. 출시될 제품의 디스플레이는 1,280 x 800일 것으로 추정된다.
CES 참가자들의 이야기와 애널리스트들의 평가에 따르면 이번 쇼에서 적어도 75에서 125개의 태블릿이 전시되었다. 업체의 발표로 추정하기에 이 가운데 1/3 정도만 출시되어도 다행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브랜드가 크리에이티브나 모토로라처럼 잘 알려진 회사든, 이펀이나 스트림TV 등의 덜 알려진 회사든 말이다.
많은 태블릿들은 저가 전략으로 시장에 출시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몇몇은 결코 소비자들 공략하지 못 할 것이다. 그들이 가격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는 저성능의 칩셋을 쓰거나, 구글 모바일 서비스나 안드로이드 마켓이 지원되지 않거나, 응답률이 낮은 저항식 터치스크린과 해상도가 낮은 디스플레이를 장착시키는데, 이들은 모두 일반적인 사용 환경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진흙 속의 진주처럼 어떤 태블릿들은 유명한 브랜드나 뛰어난 스펙 없이도, 목표했던 대로 놀라울 정도의 사용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런 태블릿들이 현재 애플 아이패드라는 거대 괴물이나 안드로이드3.0 기반 태블릿이라는 일류 제품들과 함께 혁명을 이끌고 있다. 저가 제품들 출시되며 점점 고급 제품과 격차가 좁혀질 때 태블릿 시장은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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