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콜 센터 유치로 차기 아웃소싱 산업 장악 노려
작년 인도에서 발생했던 테러 공격,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IT 서비스 제공업체 중 하나로 분류되는 사티얌(Satyam)의 몰락 등의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아웃소싱 업체 입지의 지역적 다양화를 고려한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IT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필리핀 정부 및 필리핀 재계 인사들은 필리핀이 IT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 아웃소싱 사업들을 최대한 많이 유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필리핀이 이번 기회를 놓칠 경우 다른 비슷한 처지의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이유 . 실제로 댈러스에 위치한 아웃소싱 컨설팅 기업 에버레스트 그룹(Everest Group)의 리서치 부문인 에버레스트 리서치 인스티튜트(Everest Research Institute)의 조사에 따르면 필리핀의 아웃소싱 시장은 2004년 이후 매 년 46% 이상씩 증가해 왔다. 이처럼 동남 아시아가 인도 이외의 또 다른 새로운 아웃소싱 서비스 지역 개척을 모색하는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입지로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도 소위 “침묵의 기사: 필리핀의 무성 BPO 기술 (The Silent Knight: The Philippines’ Emerging Non-Voice BPO Capability)”라는 제목의 최신 연구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 필리핀의 아웃소싱 산업이 콜 센터 및 낮은 수준의 서비스 업무 만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 내 콜 센터 사업 규모는 상당하다. 작년 필리핀이 전문 기술 관련 산업 및 서비스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 총 680만 달러 정도. 이 중 2/3가 콜 센터 사업에서 창출된 것이다. 필리핀 정부도 콜 센터 및 음성 관련 서비스 확장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것임을 약속했다. 그러나 아웃소싱 애널리스트 마크 고바야시-힐러리(Mark Kobayashi-Hilary)는 “현재의 상태 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은 현재 국가 전역에 아웃소싱 서비스에 필요한 인프라 등을 활발히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IT 기업들이 혹할만한 적절한 제안을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형 기업이 아닌 중간급 규모의 기업들부터 차근차근 공략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필리핀 아웃소싱 시장이 정체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만 해도 BPO 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의 수는 4,000여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수가 100배 이상 증가했다. 덕분에 필리핀은 인도 다음으로 큰 저비용 BPO 서비스 제공 국가로 거듭날 수 있었다고 에버레스트 리서치 인스티튜트는 밝혔다. 필리핀은 2010년까지 아웃소싱 산업 종사자 수를 100만 명 이상으로 늘려 전세계 글로벌 서비스 산업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필리핀 비즈니스 프로세스 협회(The Business Process Association of the Philippines: BPA/P (필리핀의 NASCOMM과 같은 개념))는 현재 자발적으로 외국 기업의 아웃소싱 의뢰를 유치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고 , 정부로 하여금 아웃소싱 관련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 더불어 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탤 것을 종용하고 있다. 고바야시-힐러리는 “정부도 아웃소싱 산업의 발전이 결국 다양한 고용 창출 효과를 유발해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파사이 시티(Pasay City)에서 개최된 아웃소싱 컨퍼런스에서 필리핀 대통령 글로리아 마카파갈-아로요(Gloria Macapagal-Arroyo)는 전세계 적인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지금이야 말로 필리핀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컨퍼런스를 밀착 취재한 지방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대통령은 컨퍼런스 중 기조 연설에서 필리핀이 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보다 진력해야 하고 네트워크 연결 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IT 서비스 산업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더불어 IT 산업이 필요로 하는 수준의 인적 자본 교육, 확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필리핀이 부딪히게 될 가장 큰 난관은 아무래도 인적 자원 확충 부문일 가능성이 높다. 에버레스트 리서치 인스티튜트 리서치 디렉터 지밋 아로라(Jimit Arora)는 보다 전문화된 경영 및 관리 기술을 갖춘 인재를 다수 배출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가 결국 필리핀의 미래 성장 정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고바야시-힐러리 또한 “국내 서비스 공급 기업들의 관리 능력 및 규모가 사실 병목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고 동의하면서, “현재 필리핀은 인포시스(Infosys)처럼 세계적인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브랜드가 없다. 필리핀은 지역 기업들 간의 인수 합병, 또는 구조조정을 통해 세계적인 스케일의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규모의 기업 브랜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당장 그 것이 불가능하다면 처음부터 인도와 같은 대형 시장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사업들부터 차근차근 공략해 들어가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필리핀 지역 내의 정치적 상황도 부분적으로나마 아웃소싱 산업 유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마닐라(Manila)와 퀘존(Quezon) 시는 브라운-윌슨(Brown-Wilson) 그룹이 선정한 2009년 아웃소싱 산업을 전개하기 위험한 도시 순위에서 각각 7위와 18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방 정부 및 산업 리더들은 글로벌 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해 낙천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조금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향도 없지 않다고 지난 2월 파사이 시티 컨퍼런스에 참가한 고바야시-힐러리는 밝혔다. 고바야시-힐러리는 “현재 미국 및 유럽 기업들이 겪고 있는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필리핀은 전반적으로 너무 ‘업’된 느낌”이라고 분석하면서, “개인적으로 향 후 경기 침체 여파가 필리핀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경우, 필리핀이 과연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 지 사실 걱정된다. 그 때가 되면 지금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기 시작한 성장 계획들을 제대로 추진하기는커녕, 기업의 존속 여부가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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