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민의 엔지니어 2.0 | 기능 피로의 교훈 “기본에 충실하자”

김효민 | IDG Korea 2009.05.14

아직 풀리지 않은 경기 여파로 지갑을 열지 않고 있는 고객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업들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기업들이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과거에 비해서 좀 더 건전해지고 장기적이며 근본적인 방향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통신업체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 같다.

 

2009년 2월~3월까지 2개월간 아태지역의 174개 통신업체를 대상으로 진행된 한 조사에 따르면, 2009년 통신업체들은 1년 전에 비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에 응한 통신업체의 과반수는 2009년에 역량을 집중할 3대 과제로 서비스 품질,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컨버전스(Convergence) 지원 그리고 신규 서비스 도입을 들고 있다.

 

결국 사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서비스의 구현 기술과 운영 기술이 복잡해지고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것이 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매우 현명한 판단이다.

 

또 한 가지 우리는 과연 고객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내 영업사원이나 지원부서 등 고객과 접촉이 많은 부서나 직원들에게 고객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를 물으면 대개의 경우는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고객들도 같은 생각일까?

 

지금까지 통신업체들은 대부분의 마케팅과 세일즈 역량을 신규 고객 유치에 집중해 기존 고객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 결과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또는 기업에 높은 충성도를 보였던 고객들이 일탈하는 결과가 발생했고, 영업이나 마케팅 부서는 요즘은 고객들이 너무 약아서 충성도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는 말로 변명을 하곤 했다. 과연 그럴까?

 

어찌 보면 가장 기본적인 질문 또는 문제에 기업들은 너무도 취약하다. 그래서 기업들은 기본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서 엄청난 차별화 요소를 갖고 있는 셈이다.

 

기능 피로(Feature Fatigue)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

 

기능 피로란 제품 내 기능의 수가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데 느끼는 불편함을 뜻한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수많은 기능 + 제품 가격 상승 = 성공”이라는 황금률을 기반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A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하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면 일정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몇 가지 기능을 추가하거나 디자인 또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바꾸거나 개선 또는 보강한 후에 기존의 제품과는 차별화된 제품으로 출하해 가격을 올리는 게 일반적인 흐름이었다.

 

특히 컨버전스 바람이 불면서 많은 디지털 제품들이 수많은 기능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대폰을 보면 가장 기본적인 음성통화 기기에 카메라, 계산기, 전자사전, MP3, 게임 등등 수많은 기능을 추가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다기능 제품이 소비자의 구매 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앞으로는 “다기능=가치”라는 전통적 사고에 변화가 있을 거라는 주장이다.

 

동일한 제품을 재구매하는 고객은 잘 쓰지도 않는 복잡한 기능 때문에 사용이 불편하면 오히려 이 불편함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그 제품의 가치를 더 낮게 평가하며 결국 구매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필자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수많은 개발자들도 이 의견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한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몇몇 생각 없는 고객들이 필요도 없는 기능을 백화점식으로 요구할 때 갑갑함을 느낀 사람이 필자만은 아닐 거라고 확신한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이나 새로운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끼고 구매 자극을 받는 얼리 어답터(Early Adapter) 등은 기능이 많은 제품을 선호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는 객관적인 시뮬레이션 결과도 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기능 피로를 줄여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가 있다.

 

최근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디지털 캠코더는 LCD 창도 작고, 촬영 시간도 적고, 화질도 그다지 좋지 않은 포켓 캠코더임에도 불구하고, 촬영과 편집 UI가 직관적이고 크기가 작아 휴대가 용이하며 낮은 화질로 인해 유튜브 등 인터넷 사이트에 업로딩 할 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고화질 대용량의 많은 캠코더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외에도 닌텐도 위(Wii), LG텔레콤의 와인폰, 애플의 아이팟과 아이폰 등도 복잡성을 배제한 단순하며 본연의 기능에 충실함으로써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동일한 맥락에서 앞으로 엔지니어로써의 우리 자신도 역시 기본에 충실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면접관의 위치에 있는 동료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엔지니어들이 이력서는 빽빽하게 채워오고 있는데, 정작 필요한 기본기는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랑 받기 위해서는 사람이건 제품이나 서비스건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그저 가지 수를 늘리기 위해서 별로 쓸모도 없는 기능만을 나열해서는 금방 질리게 되고 같이 일하는 동료나 상사를 피로하게 만든다.

 

우리 엔지니어들만큼은 기능 피로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꼭 필요한 기능은 확실하게 제공하는 거품 없이 깔끔한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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