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안드로이드 새 생체인식 사양 ‘강력한 보안’이 말장난인 이유

Evan Schuman | Computerworld 2023.10.25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기에 적용되는 새로운 생체인식 사양을 발표했다. 최고 수준의 '강력한 보안(strong security)' 옵션이 추가됐는데, 구글은 사기꾼이 이 기능을 회피할 수 있는 비율이 7% 이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체인식 전문가 대부분은 이 발표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최고 보안'이라고 하면 정확도가 1%에 근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 Getty Image Bank

이에 대해 구글에 공식 답변을 요청했는데, 익명으로 답변 메일이 왔다. 구글은 최고 보안에 대한 정의된 비율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며, 보안에 대한 결정은 최종적으로 각 휴대폰 제조업체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로이드 OEM은 자사 제품에 적용할 생체인식 수준을 개별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생산하는 제품의 보안이 안드로이드 CDD(Compatibility Definition Document) 요건을 충족하면 된다. 우리(구글)는 기본적인 사용자 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안드로이드 OEM 생태계에 들어와 있는 많은 업체와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OEM 생태계가 새로운 보안 요건에 대응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더 강화된 요건을 대규모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양자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새 보안 요건을 통해 OEM은 사용자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있으려면, 구글은 보안 등급을 1단계 '편리(convenience)', 2단계 취약(weak), 3단계 강력한 보안(strong security) 등 3가지로 구분하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휴대폰 제조업체에 선택의 자유를 주고 '강력한 보안' 옵션을 실제로 정말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구글은 "생체인증 보안 수준을 공개하고 사용자가 이를 활성화했을 때 어떤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도록 강력하고 권장하고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문제다. '강력한 보안'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실제 보안 실상보다 더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다고 사용자가 잘못 판단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에 따르면, CDD에는 안드로이드 OEM이 생체인식 기능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에게 이 방식이 PIN이나 패턴, 암호보다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알리도록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역시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오류 비율 7% 사양이 아니라 실제로 더 강력한 생체인식 사양을 만들어야 했다.

페이스텍의 노스 아메리카의 담당 부사장 제이 마이어는 "구글의 '강력한 보안' 사양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강력한'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부정한 로그인 시도를 안정적으로 막을 수 있음을 입증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많은 사람이 FIDO 패스키와 생체인식을 함께 사용하는데, 현재 상태라면 솔직히 안드로이드는 사용자 인증을 도둑과 사이버 범죄자에게 내주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다"라고 말했다.
⁠어나니빗 CEO 프랜시스 즐라즈니도 "구글의 새 보안 사양은 생체인증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성능이 좋은 것도 아니다. 오류 비율이 너무 높다"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 CISO가 더 우려하는 것은 따로 있다. 지난 수년간 기업 보안은 암호를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돼 왔다. 패스키가 대표적인데, 사실상 업계 전체가 서서히 제로 트러스트 환경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런 전환의 여러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인증인데, 이런 인증에 행동 분석, 지속적 인증, FIDO, 생체인식 등 다양한 방법이 사용된다. 현재 기업이 생체인식을 사용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다. 내부적으로 직접 개발하거나 서드파티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 그리고 피기백(piggyback) 방식이다. 특히 피기백은 생체인증이 필요할 때 직원 혹은 외부 계약자의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일종의 BYOD 방식이기도 하다.

피기백은 생체인식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비용 효율적이다. 하지만 기업이 주요 휴대폰 제조업체가 제공하는 기술을 신뢰하고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현재 애플과 구글 모두 보안보다는 편의성에 더 우선순위를 두고 있음을 고려하면, 보안이 정말 중요한 기업은 직접 강력한 생체인식 시스템을 만들거나 기존의 생체인식을 사실상 사용자 인식 수단에게 배제하는 것밖에 없다. CISO가 가장 심각하게 보는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구글은 4가지 혹은 5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지 않는 것은 물론, '실제로' 강력한 보안 옵션을 제공해 OEM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갖는 이유다.

또다른 문제는 생체인식이 구현된 방식이다. 얼핏 보면 안면인식은 매우 보안이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매우 다양한 요소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는지는 시스템이 이 다양한 데이터 포인트를 얼마나 엄격하게 혹은 느슨하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휴대폰 제조업체가 부정한 사용자를 막는 것보다 정상적인 사용자를 차단하는 것을 훨씬 더 우려한다면, 결과적으로 더 느슨한 척도를 선택하게 된다. 즉 측정된 다양한 데이터포인트를 실제 인증 과정에서 관련 없는 정보로 여겨 배제한다는 의미다.

애플과 구글 모두 생체인식을 점점 더 제품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6자리 핀보다 더 안전해 보인다는 이유다. 이런 판단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생체인식이 실패했을 때 PIN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면 과연 더 안전할까? 즉, 도둑이 일단 생체인식에서 실패한 후 기기가 자동으로 PIN 입력값을 입력하라고 한다면, 생체인식 보안이 더 뛰어나다고 해도 의미가 없게 된다. IT 관리자와 보안 전문가가 생체인식을 단지 편의성을 위한 부가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보안에 생체인증을 활용하기 시작하면 상황이 급속하게 악화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구글의 새 생체인식 사양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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