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일반적 사과 그림 상표권 달라” 애플의 황당한 지재권 소송

David Price | Macworld 2023.06.21
스위스의 111년 전통의 영농조합이 로고를 바꿔야 할 수도 있는 기묘한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다. 애플이 '사과 그림'에 대한 상표권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 Apple, Fruit Union Suisse

전말은 이렇다. 스위스의 영농 조합인 FUS(Fruit Union Suisse)는 현재 오른쪽에 십자가 표시가 달린 빨간 사과 모양의 로고를 사용하고 있다. 스위스 국기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100년 넘게 사용해 왔다. FUS의 로고 속 사과에는 애플 로고의 잎이 아니라 줄기가 그려져 있다. 애플 로고의 한쪽을 한입 베어 물은 듯한 부분도 없다. 애플 로고와의 공통점을 그리 많지 않고, 사람들이 로고 만으로 애플과 FUS를 혼동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와이어드 UK(Wired U.K.) 보도에 따르면, FUS는 농업이 아니라 IT 업계에 있는 애플의 공격적인 상표권 소송 때문에 기존 로고를 더는 사용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애플은 2017년 이후 스위스 내에서 과일인 '사과'를 묘사하는 것과 관련된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움직여 왔다. 그러나 지난 해 가을 지식재산권을 담당하는 SIIP(Swiss Institute of Intellectual Property)는 애플의 지식재산권 요구 중 일부만 인정했다. 일반적인 상품에 대한 포괄적인 이미지는 사회 전체의 공유 재산이라는 이유였다. 애플은 이에 불복했고 올봄 항소했다. 현재 이 소송이 진행 중인데 FUS는 패소할 경우를 우려하며 당혹해하고 있다.

FUS의 상임이사 지미 마리테스는 "이 소송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어려웠다. 애플이 '한 입 베어물은' 애플 로고를 지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애플 소송의 목적은 실제 사과 모양 전체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사과 이미지는 매우 보편적인 것이다. 모두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비슷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결과는 승패가 엇갈리고 있다. 일본과 튀르키예, 이스라엘, 아르메니아에서는 당국이 애플의 손을 들어줬고, 그밖의 국가에서는 애플이 졌다.

엄밀히 말하면, 소송 결과와 관계 없이 FUS가 로고를 바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스위스의 기존 판례를 보면, 다툼의 대상이 된 상표를 더 먼저 사용했음을 입증하면 잠재적인 상표권 분쟁에서 보호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US는 애플보다 훨씬 오랫동안 이 로고를 사용해 왔다. 반면 애플이 IT 업계의 세계적인 거물이라고 해도 설립된 것은 '고작' 1976년이다. 하지만 실제 저작권 소송에서는 때때로 이런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빅토리아 '포시 스파이스' 베컴은 포시(Posh) 닉네임을 사용해 온 축구팀을 상대로 소송을 벌인 적이 있다. 이 축구팀은 그가 태어나기 40년 전부터 이 이름을 써 왔다.

결국 돈으로 찍어 누르려는 시도라고 봐도 무방하다. 많은 비용이 드는 소송을 하겠다는 위협은 작은 영농조합이 겁을 먹고 양보할 충분한 위협이 된다. 마리테스는 "애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애플도 잘 알고 있을 텐데 애플이 사과를 발명한 게 아니지 않은가? 우리는 111년 간 사과를 길러 왔고, 사과는 수천년 이상 인류 곁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Sponsored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