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OS / 미래기술

글로벌 칼럼 | 칩 개발 관행으로 본 애플 실리콘의 현재와 미래

Jonny Evans | Computerworld 2023.11.28
반도체 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지금 최신 기기에 탑재된 칩도 대부분 몇 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됐다. 애플 실리콘도 마찬가지다. 애플 첫 실리콘 칩인 A4는 13년 전인 2010년에 아이폰 4와 함께 등장했다. A4는 2008년 PA 세미(PA Semi) 인수, ARM과의 지속적인 협력 등 애플이 내린 중대한 여러 전략적 의사 결정의 결과물이었으며, ARM은 지금도 여전히 애플 자체 칩 코어에 사용되는 레퍼런스 설계를 제공한다. 애플은 이 첫 번째 애플 실리콘 아이폰 칩을 기반으로 개발을 이어 나갔다. 현재 아이폰에는 A17 프로세서가 탑재되며 맥은 M3에 도달했다. 현재 애플은 모바일, 컴퓨터 기기 전반에서 3나노 프로세서를 제공하는 유일한 업체다.
 
ⓒ Apple

애플이 만드는 프로세서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애플 워치와 홈팟에 사용되는 S1-S9 SiP, W 시리즈 블루투스/와이파이 칩, H1 및 H2 헤드폰 프로세서, 그리고 아이폰 탑재 여부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초광대역(Ultra Wideband) U2까지 있다. 비전 프로(Vision Pro) 내부에 현실을 구현할 첫 R 시리즈 프로세서도 곧 나온다. 끝이 아니다. 이 칩의 하위 수준에서도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미국, 이스라엘의 반도체 설계 설비를 이용해 센서, 전원 관리, RF 네트워킹 설계를 한다. 독일 뮌헨의 유럽 반도체 설계 센터에서만 현재 4,600명 이상이 일하고 있다. 또한 5G 모뎀, 사진 센서 등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및 설계 작업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요소는 성능과 효율성 

애플의 이런 움직임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바로 '제약(constraint)의 원칙'이다. 애플은 창업 때부터 수많은 제약을 안고 개발을 진행해 왔다. 예를 들어 애플이 인텔로 선회하기 전까지 맥에 사용했던 파워PC(PowerPC) 칩을 생각해 보자. 파워PC 프로세서는 다른 프로세서에 비해 속도가 느렸고 애플은 이를 상쇄하고자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프로세서에서 최대한 성능을 끌어내는 역량을 확보했다. 이를 계기로 애플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를 직접 통제하고 두 가지가 조화롭게 작동하게 하는 데 집중하게 됐다. 

애플의 이 '제약의 원칙'은 인텔로 전환했을 때도 끝나지 않았고 모든 애플 제품이 애플 실리콘을 사용하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현재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할 때 발표하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와트당 컴퓨팅 성능이 애플 칩 설계 철학의 중심 축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애플 실리콘 역사를 보면 애플은 줄곧 다른 기업에는 없는 문제에 집중했다. 초기 아이폰의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애플은 낮은 에너지로도 잘 작동하고 적은 메모리에서도 좋은 성능을 제공하는 고성능 프로세서 생산 방법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문제는 전력 및 성능과 관련된 문제였다. 그 필요가 아이폰용 프로세서 개발을 촉진했고, 이제 그 성과가 맥 칩에 직접 적용되고 있다. 애플은 맥 칩이 동급 PC 대비 절반의 전력으로 같은 성능을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더 적은 자원에서 더 많이 끌어내기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맥의 원활한 동작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고성능 메모리를 대량으로 집어넣을 필요가 없다. 적은 리소스에서 높은 성능을 끌어내는 방법에 관해 그동안 애플이 많은 노하우를 습득했고, 이를 시스템과 프로세서, 그리고 여기서 실행되는 소프트웨어에 직접 적용했기 때문이다. 

현재 고성능 애플 노트북은 전원에 연결했을 때와 배터리로 구동될 때 거의 차이가 없는 컴퓨팅 성능을 제공하는데, 이는 아이폰 칩과 애플 실리콘에 애플이 기울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프로 맥에서 진정한 ‘종일 배터리 수명’이 가능해지고, 애플의 하이엔드 컴퓨터는 CAD부터 데이터 분석, 영화와 게임까지 모든 작업을 쾌적하게 실행할 수 있다. 또한 애플 프로세서에는 여러 세대에 걸쳐 인공 지능, 그래픽 및 필수 성능을 위한 전용 온칩이 포함돼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모든 경험이 애플 온칩만의 이점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통합 메모리는 더 적은 자원에서 더 많은 것을 끌어내야 한다는, 애플이 늘 안고 있던 과제를 해결하는 노력이 응축된 결과다. 
 

지금의 성과도 이미 과거의 결정

이런 모든 개선을 통해 현재 우리가 애플 시스템에서 누리는 이점은 사실 몇 년 전의 전략적 결정에 따른 것임을 인식하면, 앞으로 애플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더 쉽게 예측할 수 있다. 3nm 칩에 이어 2nm, 그 다음에는 아마도 1nm 프로세서가 나올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 이르면 다이 크기와 관련된 칩 제조 혁신 비용이 그 장점에 비해 너무 높아지게 된다. 다행히 칩 효율성은 온전히 다이 크기로만 결정되지 않는다. 리소그래피의 개선, SoC 내의 5G 모뎀과 같은 온칩 반도체 장점, 새로운 소재 사용도 효율성에 기여한다. 

또한 더 적은 자원에서 더 많이 끌어내기 위한 노력은 카메라, 디스플레이, 배터리 기술과 같은 컴퓨터 내부의 기능까지 확장할 수 있다. 실제로 이제 M3 맥을 내놓은 애플의 반도체 설계 팀이 시스템 효율성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소문도 있다. 겉만 보면 애플이 더 직접적인 통제를 위해 이런 설계를 내부로 가져오려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필자는 그 이상이라고 본다. 이런 움직임은 애플이 생태계 전반에 걸친 시스템 수준의 개선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하드웨어 역량을 한계까지 밀어붙여야 할 필요성을 인지했음을 의미한다. 그래야 모든 시스템에 걸쳐 점진적으로 성능 효율성을 높여 전체적으로 진정한 개선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전 

앞서 언급했듯이 반도체 개발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많은 시도와 검토가 반복해서 이뤄진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 애플이 2026년 이후에나 공개할 맥 프로세서를 이미 개발 중이며, 이 프로세서에는 현 시점에서 애플 연구소 외부의 누구도 들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온칩 기술이 탑재될 것이다. 그렇게 보면 지금 최대의 관심사인 M3 맥북 프로는 애플이 첫 M1 맥을 공개하기도 전에 이미 내린 결정이 반영된 제품이라는 생각할 수도 있다. 

애플은 2023 회계연도 동안 연구개발에 무려 300억 달러를 지출했다. 2010년, 처음 애플 실리콘 칩으로 전환했을 당시의 연구개발 비용은 18억 달러였다. 이런 연구개발 비용 중 적어도 일부는 이미 장기적인 칩 개발 전략에 투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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