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 스마트폰

삼성의 안드로이드 14 업그레이드에 대한 도발적 질문 3가지

JR Raphael | Computerworld 2023.11.06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동안 느리고 예측 불허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유명했던 삼성이 갤럭시 S23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최신 안드로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삼성이라는 것이 상당히 놀랍고 다른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업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Samsung/Google/JR Raphael

필자가 이렇게 말하는 맥락부터 살펴보자. 지금 갤럭시 S23을 쓰는 사람은 안드로이드 14를 불과 출시 4주 만에 업데이트 받게 된다. 지난해 거금을 들여 삼성의 최고급 스마트폰 모델을 구매한 이들은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을 받기까지 석 달이 걸렸다. 더 놀라운 것은 석 달 정도라는 것이 안드로이드 기기 제조사 전체로 보면 가장 민망하지 않은 축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삼성이 자사 스마트폰에 돈을 가장 많이 쓴 고객이라도 제대로 챙기는 것은 반갑지만, 사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들에게 이번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삼성이 안드로이드 14를 자사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4주만 배포한 이 '성과'를 앞에 두고, 우리 모두 한번은 생각해 봐야 할, 어렵지만 타당하고 지극히 중요한 질문 3가지를 정리했다.
 

안드로이드 14 업그레이드가 모두에게 제공될 시기는?

삼성도 마찬가지인데, 안드로이드 14 업그레이드 '시작'이 세계 일부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과거에도 일부 스마트폰 제조사가 꼼수를 부린 사례가 있었다. 리투아니아 같은 '뜬금없는' 곳에서 사실상 테스트 성격의 업그레이드를 내놓은 후 '결승선을 1등으로 통과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교묘한 악용이지만, 결과적으로 비판보다는 긍정적인 보도가 훨씬 많았고 회사는 노렸던(?) 결과를 얻었다.

다행히 삼성의 행태는 그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다. 현재 갤럭시 23의 안드로이드 14 업그레이드는 영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 한해 제공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현황 파악의 척도가 되는 미국이 최신 버전 제공 지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삼성은 타 국가에 비해 미국에서의 업그레이드를 상당히 나중에 시작한 경우가 많았다. 결국 ‘업그레이드’라고 해도 ‘모든 곳’의 업그레이드는 아니다. 삼성은 미국 내 갤럭시 23 소유자에게 안드로이드 14가 ‘조만간’ 제공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나머지 갤럭시 제품의 업그레이드는?

주류 언론에 보도되는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관련 내용은 대개 한 회사의 최신 플래그십 제품에 최초로 제공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다. 매년 삼성이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의 1인자’이며 ‘완벽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숨가쁘게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은 사실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최신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안드로이드 제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일단 구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까지는 업그레이드 대상에 포함된다. 1년 전만 해도 최고급, 최고가 기기였던 제품이다. 기본적인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지원 기간이 계속 확대되면서 이제는 2년 전 플래그십 스마트폰, 혹은 그보다 오래된 것이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갤럭시 Z 폴드 제품군에서 최고급 스마트폰도 공동 플래그십을 내세우고 있다. 

문제는 삼성이 매우 다양한 중급 혹은 저가형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갤럭시 A14, 갤럭시 A14 5G, 갤럭시 A54 5G, 갤럭시 A34 5G 같은 스마트폰인데 모두 최근에 발표된  2023년 전반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쓰는 이들 기기에 최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제공되기까지는 민망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걸린다.

현재 세대 플래그십, 이전 세대 플래그십, 저가 안드로이드 선택지 할 것 없이 모든 모델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동시에 꾸준하게 제공하는 업체는 구글이 유일하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고 할 때는 끝까지 들어야 한다. 단순히 결승선에 발끝만 겨우 통과한 시점만 봐서는 안 된다. 
 

새로운 트렌드일까 일회성 변덕일까?

회의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삼성의 이번 안드로이드 14 업그레이드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빠르게 최신 버전을 제공하겠다는 새로운 약속인지, 아니면 일회성의 한정된 사례에 불과한지 확실치 않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것도 아니라 현실적인 질문이다.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삼성의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 주기는 기복이 컸다. 2021년의 안드로이드 12에는 당시로서는 신기록인 65일만에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제공됐다. 그 이전에 91~213일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짧아졌다. 삼성의 직전 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대상으로 한 업그레이드 제공 기간은 136일이었고 그 전에는 무려 293일 걸린 적도 있었다. 안드로이드 13에서는 현재 세대 및 이전 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13을 제공하기까지 각각 86일과 105일이 걸렸다. 삼성의 이런 기복 있는 패턴은 2014년 안드로이드 5.0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삼성이 올해 안드로이드 업그레이드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은 칭찬할 만하지만,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아직 더 확인해야 할 점이 많다. 삼성은 보통 이런 사안에 대해 명확하게 배경 설명을 하거나 의사를 표명하거나 약속이라고 할만한 것을 내놓지 않는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질문하는 것 뿐이다. 특히 우리가 피상적인 성급한 판단이 난무하고, 확인된 지식은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음을 고려하면, 이런 질문으로 얻는 맥락은 매우 중요하다.
editor@itworld.co.kr
Sponsored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