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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애플의 실수와 실패의 역사,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실패들

Jason Snell | Macworld 2023.11.24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모두 실수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아이부터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기업까지 예외는 아니다. 실수했을 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응하는지다. 교훈을 얻어 성장할 것인가? 실수를 부정하고 비판을 피할 것인가? 혹은 포기해 버릴 것인가?
 
ⓒ Foundry

애플 역시 실수를 저지른다. 애플은 실수를 통해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교훈을 배운다. 그러나 가끔은 그저 포기해 버리기도 한다. 


매력적인 실패와 애플의 대응

애플은 실수를 싫어하지만 실수를 인정하는 것을 더 싫어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애플이 실수를 수정할 때는 그로 인한 개선이 얼마나 더 좋은지, 사용자가 새로운 변화를 얼마나 더 사랑하게 될지에 집중한 결과다. 애플은 과거에 연연하지 않으며 다른 이들이 과거를 떠올리는 것도 원치 않는다.

2015년 애플은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새로운 키보드를 발매했다. 얇고 가볍고 이전 제품보다 분명 진보한 키보드였다. 하지만 이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그러나 키간 거리가 짧아 많은 사용자에게 제약을 안겼고, 일부에게는 악몽이 될 만한 안정성 문제를 줬다. 노트북 사용자는 키보드를 다른 것으로 바꿀 수 없으니 매우 심각한 문제였다.

이후 몇 년 동안 애플은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더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변형을 가했다. 결국 성공했을까?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 2019년 애플은 결국 버터플라이 키보드를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매직 키보드’는 이름이 같은 외장 키보드와 매우 설계가 유사하다. 새로운 키보드 연구와 설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쏟았는지 설명했던 것은 애플에 있어서 거의 사과와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애플의 실수 대응은 아이팟 셔플 3세대 발표 때였다. 기억하지 못하는 독자를 위해 소개하자면 아이팟 셔플은 화면이 없는 아주 작은 아이팟으로, 재생/일시 멈춤, 다음 곡/이전 곡, 볼륨 버튼이 탑재돼 있다. 그러나 3세대에 와서 애플은 전혀 버튼이 없는 아이팟을 내놨다. 사용자가 아이팟을 제어하려면 마이크(음성 명령용)와 몇 가지 인라인 명령 버튼 세트가 있는 호환 헤드폰을 사용해야 했다. 사용자가 선호하는 헤드폰이 아이팟 셔플을 지원하지 않는다면 제어할 방법이 없었다.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왼쪽부터 아이팟 셔플 1세대, 2세대, 3세대, 4세대 ⓒ Matthieu Riegler/Wikimedia Commons(CC BY 3.0)

1년여자 지나자 애플은 2세대 모델에서 크기만 줄인, 제어 버튼이 모두 갖춰진 4세대 아이팟 셔플을 출시했다. 애플이 새로운 설계를 완전히 버리고 과거의 설계로 이때만큼 되돌아간 적은 없었다. 그야말로 대실패였다. 하지만 최소한 애플이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수용한 사례다. 


아직 성공하지 못한 실패

호머 심슨은 실패할 때 비로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교훈을 얻게 되며, “그 교훈은 절대 모험하지 말라(The lesson is never try)”라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가끔 애플은 범죄 현장에서 도망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대응을 대신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는 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바로잡을 때까지 시도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애플의 이런 태도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터치 바를 보자. 아직도 많은 사람이 터치 바가 탑재된 마지막 맥 노트북이 드디어 단종된 것을 기뻐하는 춤을 추고 있다. 최근의 일이다. 필자도 동의한다. 터치 바가 실수인 것을 증명하는 것은 너무나 많다. 

애플이 과연 키보드로 새롭고 색다른 것을 기도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은 것일까?  필자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금 필자의 맥 키보드 옆에는 엘가토에서 제작한 15개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키보드 보조 장치인 스트림 덱(Stream Deck)이 있다. 각 키에 새로운 기능을 입히고 맞춤형 아이콘을 생성할 수 있는 편리한 기기다. 다른 화면으로 전환하는 기능도 키에 입력할 수 있고, 각기 다른 상황에 따라 기능을 달리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 Foundry

필자는 터치 바가 실패한 이유가 머슬 메모리로 사용할 수 없는 데다가 특별한 기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키를 누르려면 해당 키를 정확히 봐야만 했다. 애플은 사용자나 앱 개발자에게 개인 맞춤화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는다. 애플이 터치 바로 너무 큰 타격을 입어서 앞으로 표준 기능 키 외에는 다른 요소가 있는 키보드를 절대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도 든다. 그러나 필자는 노트북 키보드 위에 놓은 스트림 덱도 마음에 든다. 애플은 다른 관점으로 도전할 필요가 있다. 

12인치 맥북은 어떨까? 아이러니하게도 버터플라이 키보드 설계가 적용된 노트북이다. 12인치 맥북은 높은 가격 대비 성능이 부족했으며 USB-C 포트도 하나밖에 없었다. 사용자를 사로잡지 못한 12인치 맥북은 판매 제품군 목록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하지만 이제 자체 칩을 탑재한 맥 시대가 도래했다. 초박형, 초소형의 맥 노트북이 더 합리적인 가격에 더 높은 성능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애플이 새로운 12인치 맥북을 준비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이 제품이 엄청나게 가볍고 얇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저렴한 부품을 사용한 맥북 에어 버전이 될 것이다. 
 
ⓒ Foundry


애플의 다음 실패는 무엇일까?

현재의 애플 제품이나 기능이 언젠가는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애플이 가죽 대신 내놓은 신소재 파인우븐은 단종되지 않을 만큼 잘 팔릴까? 아니면 애플이 가죽과 비슷한 다른 대체 소재에 도전할까? 에어파워(AirPower) 충전 트레이의 실패와 맥세이프 듀오의 단종을 딛고 더 혁신적인 충전기를 만들기 위해 도전할까? 아니면 포기하고 서드파티에 기회를 넘길까? 

매직 마우스도 있다. 차기 버전은 바닥에 있는 충전 포트가 없어질 수 있지만, 애플이 또 언제 마우스를 새로 업데이트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은 비전 프로다. 아직 출시되지 않았지만 생각해 볼 가치는 있다. 애플은 비전 프로가 성공했음을 어떻게 판단할까? 그리고 비전 프로에서 무엇이 잘못되고 무엇이 잘한 결정인지 알아내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때가 되면 어떻게 대응할까? 수 년의 시간 동안 엄청난 자본을 쏟은 만큼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정하고 바꿀지도 모른다. 애플이 그러기를 바란다. 그냥 포기하고 뒷걸음질치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수치일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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