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28

글로벌 칼럼 | 애플-삼성 평결, 무엇이 잘못 됐는가?

Robert X. Cringely | InfoWorld
지난 주 필자는 잠깐 짬을 내 자동차를 렌트해 바닷가에서 며칠을 보냈다. 렌트한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으니, 정면에 운전대가 있었고, 속도계를 포함한 대시보드가 운전대 뒤로 보였다. 가속 페달은 오른쪽 발 밑에, 브레이크 페달은 그 바로 왼쪽에 있었다. 변속 장치는 두 개의 앞좌석 사이에 있었고, 와이퍼 조정장치는 운전대 오른쪽에 막대처럼 붙어 있었다.
 
전조등 스위치를 찾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운전대 왼쪽 아래에 있었다. 처음 타 보는 자동차였지만, 바로 운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만약 이 자동차의 디자인이 소프트웨어이고, 애플과 같은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필자는 아직도 주차장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내려진 애플-삼성 평결은 바로 이런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제기한 7건의 특허 침해와 삼성이 제기한 다섯 건의 특허 침해 별로 배심원이 어떻게 결론을 내렸는지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 16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화면을 두드려서 문서를 확대하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 21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른바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침해했다.
- 22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화면을 다른 식으로 터치하면 다르게 동작했기 때문이다.
- 13가지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전화와 같은 사물의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아이콘을 사용했다.
- 13가지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본질적으로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이기 때문이다.
 
배심은 삼성의 특허 침해 주장을 모두 기각했는데, 이들 특허는 미학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고 내부적인 소프트웨어 동작에 관련된 것이다. 배터리 수명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멀티태스킹 방법, 기능들 간의 전환 등이다. 이들 특허는 분명히 뭔가의 모서리가 둥근지 여부보다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배심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평결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배심원들은 700개 이상의 문항에 답하기 전에 109쪽에 달하는 배심 지침서를 읽어야만 했다.
 
배심원 마누엘 라젠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심원들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들은 삼성 임원의 비디오 증거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록로(Groklaw) 블로그는 이들 배심원들이 어떻게 스스로 모순되는지를 수 차례에 걸쳐 철저하게 분석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결론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이 어리석은 감상벽을 확인하기 위해 기회를 다시 준다는 말인가?
 
문제는 배심원들에게만 있지 않다. 물론 이런 복잡한 소송에서 배심 재판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특허 제도 자체에 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디자인 특허란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소송에서 승소를 한 쪽도 그렇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가?
 
일각에서는 이번 평결이 삼성과 같은 업체로 하여금 혁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하나. 삼성은 세상 어떤 업체보다 더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삼성의 생산센터에도 가 봤고, 삼성의 디자인 팀도 만났다. 믿어도 된다. 혁신에 대해서 삼성과 비교할 때 애플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폰 같은 느낌의 폰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혁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둘. 더 많은 혁신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태블릿을 구입할 때마다 문서를 확대하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가? 단지 한 스마트폰 업체만 전화기 모양의 아이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는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매뉴얼을 읽어야만 하는가?
 
“이 태블릿을 샀는데, 화면을 두드려서 문서를 확대하는 방법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 둥근 모서리는 죽어도 좋을 정도 아닌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밝히건데, 필자는 아이패드 2와 삼성 갤럭시 탭 10 둘 다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필자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 매니아이다. 이 둘 간의 차이점? 아이패드 2는 갤럭시 탭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 하지만 반대로 “애플 방식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iWay or the Highway)”는 애플의 철학 때문에 다른 불편함이 적지 않다. 그 외에는 둘 다 인터넷과 앱을 제공해 주는 디바이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운전대를 재발명할 필요 역시 없다.  editor@itworld.co.kr


2012.08.28

글로벌 칼럼 | 애플-삼성 평결, 무엇이 잘못 됐는가?

Robert X. Cringely | InfoWorld
지난 주 필자는 잠깐 짬을 내 자동차를 렌트해 바닷가에서 며칠을 보냈다. 렌트한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으니, 정면에 운전대가 있었고, 속도계를 포함한 대시보드가 운전대 뒤로 보였다. 가속 페달은 오른쪽 발 밑에, 브레이크 페달은 그 바로 왼쪽에 있었다. 변속 장치는 두 개의 앞좌석 사이에 있었고, 와이퍼 조정장치는 운전대 오른쪽에 막대처럼 붙어 있었다.
 
전조등 스위치를 찾는 데는 시간이 좀 걸렸는데, 운전대 왼쪽 아래에 있었다. 처음 타 보는 자동차였지만, 바로 운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만약 이 자동차의 디자인이 소프트웨어이고, 애플과 같은 기업이 특허를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필자는 아직도 주차장에서 어떻게 운전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내려진 애플-삼성 평결은 바로 이런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이 제기한 7건의 특허 침해와 삼성이 제기한 다섯 건의 특허 침해 별로 배심원이 어떻게 결론을 내렸는지 말끔하게 정리해 주었다.
 
- 16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화면을 두드려서 문서를 확대하는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 21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이른바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침해했다.
- 22가지 삼성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화면을 다른 식으로 터치하면 다르게 동작했기 때문이다.
- 13가지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전화와 같은 사물의 이미지를 특징으로 하는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 아이콘을 사용했다.
- 13가지 삼성 스마트폰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 왜냐하면 이들 제품은 본질적으로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이기 때문이다.
 
배심은 삼성의 특허 침해 주장을 모두 기각했는데, 이들 특허는 미학적인 요소와는 거리가 멀고 내부적인 소프트웨어 동작에 관련된 것이다. 배터리 수명을 관리하는 방법이나 멀티태스킹 방법, 기능들 간의 전환 등이다. 이들 특허는 분명히 뭔가의 모서리가 둥근지 여부보다는 판단하기가 어렵다.
 
배심원들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평결을 내놓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배심원들은 700개 이상의 문항에 답하기 전에 109쪽에 달하는 배심 지침서를 읽어야만 했다.
 
배심원 마누엘 라젠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배심원들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들은 삼성 임원의 비디오 증거를 기반으로 판결을 내린 것처럼 보인다. 그록로(Groklaw) 블로그는 이들 배심원들이 어떻게 스스로 모순되는지를 수 차례에 걸쳐 철저하게 분석하고, 원점으로 돌아가 결론을 다시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심원들이 어리석은 감상벽을 확인하기 위해 기회를 다시 준다는 말인가?
 
문제는 배심원들에게만 있지 않다. 물론 이런 복잡한 소송에서 배심 재판이라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문제는 특허 제도 자체에 있다. 이제 모든 사람들이 소프트웨어 디자인 특허란 것이 멍청한 짓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소송에서 승소를 한 쪽도 그렇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이를 고치려고 하지 않는가?
 
일각에서는 이번 평결이 삼성과 같은 업체로 하여금 혁신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 두 가지만 말하고 싶다. 
 
하나. 삼성은 세상 어떤 업체보다 더 혁신적인 스마트폰을 만들고 있다. 필자는 삼성의 생산센터에도 가 봤고, 삼성의 디자인 팀도 만났다. 믿어도 된다. 혁신에 대해서 삼성과 비교할 때 애플은 아무 것도 아니다. 문제는 사람들이 아이폰이나 아이폰 같은 느낌의 폰을 원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실제로 혁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둘. 더 많은 혁신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태블릿을 구입할 때마다 문서를 확대하는 방법을 새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는가? 단지 한 스마트폰 업체만 전화기 모양의 아이콘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화 통화를 하는 방법을 파악하기 위해 매뉴얼을 읽어야만 하는가?
 
“이 태블릿을 샀는데, 화면을 두드려서 문서를 확대하는 방법이 너무 좋다. 그리고 이 둥근 모서리는 죽어도 좋을 정도 아닌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면 이야기해 달라.
 
밝히건데, 필자는 아이패드 2와 삼성 갤럭시 탭 10 둘 다를 가지고 있다. 어차피 필자는 이런 것을 좋아하는 매니아이다. 이 둘 간의 차이점? 아이패드 2는 갤럭시 탭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다. 하지만 반대로 “애플 방식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라(iWay or the Highway)”는 애플의 철학 때문에 다른 불편함이 적지 않다. 그 외에는 둘 다 인터넷과 앱을 제공해 주는 디바이스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운전대를 재발명할 필요 역시 없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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