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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SVB 파산’ 사태는 누구의 책임일까

Steven J. Vaughan-Nichols | Computerworld 2023.03.15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에 있는 SVB(Silicon Valley Bank)는 자사를 '혁신 경제의 금융 파트너'라고 불렀다. 수신고가 3,420억 달러 이상이었고 이 중에는 유명 벤처 캐피탈과 스타트업, IT 기업의 자금도 있었다.
 
ⓒ Getty Image Bank

불과 지난 주까지 상황이다. 이후 SVB의 갑작스러운 뱅크런(대량 인출사태)과 파산으로 전체 금융 시스템의 붕괴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1주일 간의 혼란 이후 미국 바이든 행정부, 재무부, 연방준비은행, FDIC(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 등은 SVB 예금을 법적 보호한도인 25만 달러를 넘어 무제한 지급 보증하기로 했다. 역시 파산한 시그니처 뱅크(Signature Bank)에 대해서도 같은 조처를 했다.

이번 미국 정부의 조치는 많은 IT 일자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시의적절해 보인다.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집단적인 히스테리는 단시간에 만들어져 빠르게 확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12일 "이들 은행에 돈을 맡긴 예금주는 13일부터 자신의 계좌에 접근할 수 있다. SVB 사태 관련 손실을 메우는 데 미국 납세자의 돈이 쓰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필요한 재원은 연방준비은행과 재무부 통화안정기금 등을 통해 마련할 예정이다. 통화안정기금은 연방은행수수료를 통해 조성된 자금이다.

반면, SVB를 이용해 서비스해 온 빌닷컴(Bill.com) 같은 기업의 사용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빌닷컴의 CEO 르네 라설트는 "정부가 바로 개입하기는 했지만, 결제에는 며칠이 더 걸릴 수 있다. 고객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금융 협력사와 규제 당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사태는 누구의 책임일까? 일단 SVB의 CEO 그레그 베커는 이 사태가 벌어지기 바로 직전에 360만 달러치 주식을 팔아 치웠다. 의심의 여지 없이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백만장자 피터 티일스의 퓨처 펀드(Future Fund)는 뱅크런을 시작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외에도 2022년 이후 만들어진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도 있다. 디지털 자산 조사 기업 아르카나(Arcana)의 CEO 리치 팔커 월리스는 링크드인 포스트를 통해 "연방준비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미국 국채 등 모든 장기 채권의 가치가 떨어졌고 SVB도 그 영향을 받았다. 이미 지난 12월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라고 말했다. 이후 지난 주 SVB는 210억 달러 규모 자산을 9% 손해 보고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예금주와 투자자는 경악했고 뱅크런이 시작됐다.

SVB는 이런 대규모 인출 사태에 대응할 수 없었다. 사태가 FDIC로 넘어갔을 때 이미 10억 달러가 부족한 상태였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시민과 미국 기업은 은행에 예금해 둔 돈이 필요할 때 항상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안심해도 된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규제를 지키지 않아 허약해진 은행 업종에 대한 규제를 다시 강화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전히 혼란 상황은 계속되고 있고 IT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투자금을 SVB에 넣어 둔 많은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당연한 우려다. 실제로는 스타트업만이 아니다. 스트리밍 기기 전문기업 로쿠(Roku)는 전체 현금 자산의 약 1/4인 4억 8700만 달러를 SVB 계좌에 예금했다. 모두 미국연방예금공사가 법적으로 보장하는 예금자보호 금액 25만 달러로는 턱도 없다. 네트워킹 전문기업 주니퍼는 투자금의 1%만 SVB에 예금해 뒀지만 그게 하필 기업 운영에 필요한 현금이었다.

이 모든 혼란이 IT 업계에서 영향을 크다고는 해도 고작 1개 은행이 파산한 결과다. 더 악몽 같은 상황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었다. 14일 기준 은행 거래는 여전히 불안불안했지만, 금융 시장은 큰 동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스닥 100 테크놀로지 섹터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미국 하원의원 제프 잭슨에 따르면, 이는 직전 주말 미국 정부가 내린 모든 결정의 목적이었다. 그는 무제한 예금보증은 불안의 확산을 막기 위한 것임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의회 내 누구도 예금주 전체를 위한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하지 않았다.

미국의 정치적 지형도를 고려하면, 여야간 삿대질이 오갔을 것 같지만, 정부가 SVB와 시그니처 은행의 사용자를 보호하는 것에 대해 (적어도 아직까지는) 큰 논란은 없다. 잭슨은 "의회 내에서 제기되는 의문은 대부분 이번에 재무부가 발표한 조치가 불안 확산을 막는 데 효과적인가라는 것이었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서 여러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2가지로 모아진다. 첫째는 '이걸로 충분할까?'라는 것이었고 둘째는 모두가 이번 사태를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도발과 언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고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2개 은행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IT 업계 전체를 뒤흔들고 수많은 스타트업이 날개를 펴기도 전에 추락하고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대혼란을 막은 것일 수도 있다.
editor@itworld.co.kr
 Tags SVB 뱅크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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