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방화벽은 죽지 않는다, 다만 진화할 뿐이다

20년 이상 현역으로 뛴 네트워크 방화벽은 곧 사라질 것이라는 오랜 예상을 뒤엎고 여전히 IT 보안 체계에서 핵심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필 커밍스는 네트워크 방화벽이 보건 정보 기술 서비스 노바스코샤(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Services - Nova Scotia, HITS-NS)의 보안 포트폴리오에서 앞으로도 계속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를 대체할 것이 없다.

커밍스는 15년째 HITS-NS에서 보안 관리자로 일하고 있으며, 이 기업이 캐나다 노바스코샤 정부를 대신해 2만 명 사용자의 네트워크 방화벽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15년동안 커밍스는 네트워크 에지에 위치하는 방화벽이 위협 요소를 차단하기 위한 기초적인 도구에서 정교한 정책 기반의 트래픽 필터링 및 침입 차단 시스템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커밍스는 "방화벽은 단순한 차단벽 이상으로 발전했다"며, "방화벽이 데스크톱 보호에 있어 막강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보안 도구에 집착하는 업계에서는 네트워크 방화벽을 시대착오적 기술이라고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다. 네트워크 방화벽은 전혀 새로운 기술이 아니다. 20년 이상 묵은 기술인 네트워크 방화벽은 새로운 보안 위협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동안에도 묵묵히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방화벽은 보통 완숙한 기술들과 같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기업 보안 체계에서 핵심적인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우선 방화벽은 일련의 위협에 대해 여전히 적절한 수준의 1차 방어선을 제공한다. 일부 전문가는 이 경계 기술이 최신 악성코드에 대해 쓸모가 없다고 하지만, 그냥 두면 기업 네트워크를 온통 쓰레기로 뒤덮힐 것이다. 이를 1차적으로 막아주는 것이 방화벽이다.

특히 이 기술은 망 분리를 구현하고 핵심 비즈니스와 회사 시스템이 인터넷과 분리되도록 하는 데 있어 변함없이 핵심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방화벽은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의 일부로 설계, 구축되는 유일한 기기다. 방화벽은 기업 네트워크로 유입되는 트래픽을 필터링하고 통제하기에 여전히 가장 좋은 위치다.

또한 방화벽은 지난 몇 년 동안 보안 기술의 '스위스 군용 칼'로 발전했다. 점점 더 많은 방화벽이 이전에는 별도의 다른 보안 기술이 가졌던 기능을 통합하고 있다.

가트너는 시간이 지날수록 최신 방화벽 기술들이 새로운 침입 차단 시스템(IPS) 어플라이언스 기술을 '포괄'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부의 의견에 따르자면 지금쯤이면 사라졌어야 마땅한 기술치고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팔로알토 네트웍스(Palo Alto Networks)와 같은 업체는 차세대 방화벽 기술을 구현한다(이 회사 제품이 HITS-NS에 사용되고 있음).

2005년, 체크포인트 소프트웨어의 전 엔지니어가 설립한 팔로알토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보안 업체 가운데 하나다.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벤처 투자자들이 팔로알토에 투자하고 있으며, 이 업체의 1만 6,000여 고객사 가운데에는 포천 100대 기업 가운데 65개사가 포함되어 있다.

팔로알토의 방화벽 제품은 과거의 방화벽, 즉 경계에서 무언가를 전적으로 차단하거나 아니면 통과시키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지를 제공했던 상태 감지 방화벽과는 전혀 다르다.

팔로알토 제품 관리 담당 부사장인 리 클라리치는 팔로알토 방화벽은 애플리케이션을 인식한다고 말했다.

기업은 스카이프 또는 페이스북을 완전히 차단하는 대신 팔로알토의 방화벽 제품을 사용해 이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작업을 통제할 수 있다. 웹엑스(Webex)를 활성화하되 일부 정해진 사용자만 대상으로 하고 싶은가? 클라리치는 팔로알토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클라리치는 "무엇보다도 팔로알토의 플랫폼은 애플리케이션을 안전하게 활성화하도록 설계된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전통적인 방화벽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이 업체 제품은 방화벽, 침입 탐지, 침입 차단 및 URL 필터링 기능을 통합하고, 회사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고 나가는 모든 요소에 대한 시야와 통제 기능을 제공한다.

스파이어 시큐리티(Spire Security) 대표 피트 린드스톰은 "신형 방화벽들은 더 다양한 신원 식별 및 애플리케이션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신 방화벽 기술은 다양한 네트워크 포트에서의 연결에 대한 허용/거부 기능과 함께 인터넷 포트 80 및 443에서 실행되는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기능도 포함한다. 많은 수의 웹 애플리케이션과 악성코드가 회사 네트워크 입구를 함께 사용하는 환경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다.

커밍스는 "관리자는 앞문으로 무엇이 들어오고 나가는지 알 수 있다"며, "또한 현재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위험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터프라이즈 시큐리티 그룹(Enterprise Security Group)의 애널리스트 존 올트식은 "핵심은 차세대 방화벽이 사용자, 애플리케이션, 위치, 시간 및 기타 요소를 기반으로 상황별 접근 제어를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방화벽을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로 생각하면 된다는 것이다.

올트식은 "이러한 서비스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실제 및 가상 형태로 변형된다. 기업에서 정말 원하는 것은 실제와 가상, 클라우드까지 모든 네트워크 보안 서비스에 걸친 중앙 제어와 분산 정책 시행이다. 단일 창 통제(single pane-of-glass control)를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체크 포인트, 포티넷(Fortinet), 주니퍼(Juniper)를 포함한 다른 방화벽 업체들은 팔로알토를 따라 통합 기능을 제공하는 최신형 방화벽을 들고 앞다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업체마다 움직이는 속도는 다르지만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보면 이미 기업들과 투자자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주니퍼 네트웍스의 제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마이클 캘러헌은 "최신 방화벽은 유연한 배포가 가능해야 하고 보안 서비스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러헌은 "향후 몇 년 동안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내의 다양한 위협 지능 정보를 수용하는 방화벽들이 등장할 것이다. 이런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공격을 방어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된다"고 말했다.

캘러헌은 주니퍼의 최신 방화벽에 내장된 새로운 '침입 기만' 기술을 강조했다. 이 기술은 2012년 8,000만 달러를 들여 마이코노스(Mykonos)를 인수하면서 확보한 기술로, 프로세스 초기와 네트워크가 침투된 이후, 두 시점에 악성코드 공격을 식별하고 차단한다.

캘러헌은 "엔드포인트와 내부 네트워크 트래픽 및 네트워크 에지에 대한 시야를 활용함으로써 다른 제품은 찾을 수 없는 지점에서 악성코드를 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몇 년 동안 새로운 세대의 방화벽 기술들이 기업의 보안 체계에 더욱 통합될 것이다. 보안 업체 파이어몬(FireMon)의 창업자이자 CTO 조디 브라질은 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SDN)과 같은 기술의 진보도 방화벽의 필요성을 없애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브라질은 "자동화를 향한 움직임의 증가가 방화벽의 필요성을 없앨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사실 가상 네트워크에서도 목격했듯이, 기존 프로세스와 새로운 모델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방화벽 기술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브라질은 SDN과 같은 추세가 방화벽의 종말이 아닌 방화벽의 필요성을 더욱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라질은 "방화벽은 섹시하진 않지만 모든 IT 보안 체계의 척추와 같다. 이런 위상은 앞으로도 한동안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