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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잘못된 대처의 종합판” 맥도날드 IT 장애 대응이 문제인 이유

Evan Schuman | Computerworld 2024.04.03
지난 3월 맥도날드에서 전 세계적인 시스템 장애로 결제에 문제가 발생하자, 이 기업은 이 사고에 대한 긴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다소 모호하고 오해의 소지도 있는 내용이었다. 이 자료에서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POS(Point-of-Sale) 공급 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는 사실이다(참고로, 맥도날드 장애가 발생하자 경쟁사 버거킹은 맥도날드의 슬로건인 '아임 러빙 잇(I'm Lovin' It)'을 '낫 러빙 IT(Not Loving I.T.)'이라고 바꿔 링크트인에 올리면서 이 상황을 즐겼다).
 
ⓒ Getty Image Bank

맥도날드는 장애가 시작된 직후, 즉 아직 장애가 계속되는 상태에서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첫 자료에는 "이 문제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아니라 서드파티 공급 업체가 설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몇 시간 후 '직접적으로'라는 단어를 추가해 "사이버 보안 문제로 인해 직접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 내용은 다양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문장 그대로 해석하면, 맥도날드나 POS 공급 업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이버 보안 문제'가 어딘가에 분명히 있었고, 그 사고가 어떤 식으로든 서비스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였다.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맥도날드 또는 POS 공급 업체가 POS 허점을 이용한 다른 사이버 공격(아마도 여러 건의 공격)을 확인하고, 이 허점이 맥도날드 POS 환경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가능성이다. 이후 맥도날드 혹은 서드파티 업체가 긴급 수정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 패치에 대한 테스트가 불충분하거나 아예 하지 않아 맥도날드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는 가설이다. 사이버 보안 문제로 인해 '간접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

다시 해명 자료로 돌아가 더 많은 단서를 찾아보자. 맥도날드의 글로벌 CIO 브라이언 라이스는 "금요일 자정 무렵, 글로벌 기술 장애가 발생했으며 이를 신속하게 파악해 바로 잡았다. 현재 많은 매장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나머지 매장도 복구하는 중이다. 여전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 설명에 모순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첫 문장에서는 장애를 "신속하게 파악해 바로 잡았다"면서 다음 문장에서는 많은 지역 매장이 여전히 장애 상태라고 했기 때문이다. 정말 신속하게 복구됐다면, 이 자료를 내놓을 당시 그렇게 많은 매장의 시스템이 여전히 먹통 상태인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이 모순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가능성 높은 해답이 DNS다. 즉, 문제가 '해결'됐지만, 이 해결이 아직 모든 매장에 '도달하지 않았다'는 추론이다. DNS 관련 문제는 적용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며 영향을 받은 지역이 미국, 독일, 호주, 캐나다,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DNS 문제였다면, 일부 지역에서 복구하는 데 1~2일 걸린 이유가 설명된다.

이어 맥도날드는 두 번째 발표 자료를 통해 공급 업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맥도날드는 "앞으로 며칠 내에 문제를 분석하고 팀과 서드파티 공급 업체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라고 했다. 불과 하루 전에는 "서드파티 공급 업체가 구성을 변경하는 동안 중단이 발생했다"라고 설명했었지만, 사고가 발생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이 사태가 공급 업체의 잘못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로널드(맥도날드 마스코트 캐릭터 이름)의 이 반응은 너무 나간 것이다. 사실 그 공급 업체와 계약한 곳이 바로 맥도날드이고, 이 공급 업체를 관리하는 IT팀은 맥도날드 소속이다. 만약 서드파티 업체가 맥도날드와 상의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변경해 이런 장애가 발생했다면 맥도날드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그랬다면, 맥도날드는 아마 첫 해명 자료에서 이 내용을 포함했을 것이다. 더구나 해당 서드파티 업체명은 밝히지 않은 채 모든 책임을 이 익명의 협력업체에 돌리는 것도 석연치 않다. 누군가를 비난하면서 그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다.

Computerworld는 최초 해명 자료가 나온 후 맥도날드에 코멘트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한편 시큐리티 에이전시(Security Agency)의 사이버 운영 책임자인 마이크 윌크스 역시 이번 장애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DNS를 지목한다. 그는 "DNS 장애가 전 세계적인 서비스 중단, 즉 구성 오류로 이어진 것 같다. 불충분하게 테스트 된 패치 또는 섣부른 패치였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윌크스는 이 장애가 맥도날드 모바일 앱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는데,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단서가 될 수 있다. 

즉, DNS가 전파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뿐만 아니라, 맥도날드가 다른 DNS 전문업체를 통해 변경 사항을 적용해야 했기 때문에 지연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윌크스는 "문제가 된 시스템은 보안을 개선하기 위한 DNSSEC(도메인 이름 시스템 보안 확장) 변경 작업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윌크스는 TTL(time to live) 설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의심했다. 그는 "5분의 복구 시간을 갖기 위해 TTL을 낮출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가설이 맞는다면 지연 시간이 길어진 것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레이 햇 아카데미(Gray Hat Academy)의 공동 설립자이자 매니징 파트너인 테리 던랩눈 맥도날드의 장애 사태가 잠재적으로 임박한 사이버 공격을 신속하게 차단하려는 조처 중에 발생한 것으로 본다. 마치 다가오는 파도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구명조끼를 입다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어 던랩은 전략적인 측면에서도 맥도날드의 발표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능한 한 자세하게 사고의 전모를 밝히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자료에는 필요한 수준의 상세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사고에 대해 어떻게 대응했는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다른 영향은 없는지 등 맥도날드의 발표는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는 서드파티의 리스크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사례이기도 하다. 언스트앤영(EY)의 상무이사 브라이언 레빈은 "현재 모든 기업이 서드파티 리스크 관리와 관련해 위기에 봉착했다. 법원과 규제 기관은 물론 모든 기업이 서드파티 리스크에 대해 더 상세하게 점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맥도날드는 사건 초기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금융가가 이번 사고를 심각하게 다루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맥도날드가 중요한 사안으로 여겨 규제 당국에 보고할 가능성은 작다. 서드파티 POS 공급 업체의 경우 아직 어느 곳인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SEC 신고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단, 이번 사고에서 모든 기업 IT 부서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교훈이 있다. 서비스 장애 사고가 발생하면 이에 관해 설명할 때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언가 발생해 조사 중이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자세히 발표하겠다"라는 내용 이상의 모든 언급은 오히려 억측과 혼란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런 모호한 암시는 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신 말할 수 있는 준비가 됐을 때 발표하면 된다. 준비가 안 됐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1쿼터를 1/4 크기(약 113g)로 나눠 만든 맥도날드의 쿼터파운더 햄버거는 (장기적으로 건강에는 나쁘다고 해도) 맛이 좋고 포만감도 있지만, 장애 관련 정보를 쪼개서 발표하는 것은 맥도날드에 전혀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이번 맥도날드의 장애 대응은 맛도, 건강도 모두 잃은 햄버거 같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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