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소리인가 싶은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지난주 도커는 ‘무료 팀(Free Teams)’ 요금제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해당 발표를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데이터를 잃게 된다”라고 받아들였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반발이 커지자 도커는 “도커 무료 팀 요금제 종료를 알리는 과정에서 실수를 했다”라며 재빨리 사과했다.
재빨리 사과하긴 했지만 거센 반발을 잠재우는 데는 성공적이지 않았다. 한 사용자는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도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한 내용 그리고 실행 방식 때문에 경악했다”라고 지적했다.
도커의 CEO 스콧 존스턴에 따르면 무료 팀 요금제를 종료하기로 한 결정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유료화를 강요하려는 사악한 계획이 아니었다. 만약 그럴 생각이었다면 존스턴은 CEO가 될 자격도 없다. 전체 도커 사용자에서 무료 팀 구독자는 1.8% 미만에 불과하다. 손익계산서의 반올림 오차를 목표로 수익을 최적화하려는 CEO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이번 결정은 도커의 비즈니스를 개발자에게 다시 집중하기 위한 도커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다.
도커는 무료 팀 요금제에서 고객을 밀어내려고 했던 걸까?
일각에서 잘못 주장하는 것처럼 도커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뒤흔들려고 했다면(연간 420달러(한화 약 54만 원)라는 엄청난 금액으로!), 무료 팀 요금제보다 더 나은 혜택(예 : 요금 제한 없음, 개선된 도커 허브 검색 기능, 향상된 애널리틱스 등)을 제공하는 스폰서 오픈소스(SOS) 요금제를 제공하지 않았을 터다. 이 모든 것은 무료로 제공된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개발자뿐만 아니라 해당 소프트웨어 최종 사용자에게도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라고 존스턴은 밝혔다.반면, 무료 팀 요금제는 “다양한 유형의 고객과 사용자를 대상으로 했지만, 모두에게 특별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했다”라고 존스턴은 말했다.
도커는 무료 팀 요금제에서 고객을 밀어내려고 했던 걸까? 그렇다. 이번 변경사항에서 하려고 했던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연간 420달러를 지불하도록 강요하려 했던 걸까? 존스턴은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스폰서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였다고 언급했다. “계정으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 신청만 하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몇몇 개발자는 스폰서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거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지만 이런 문제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안내된 경험(guided experience)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이것이 도커의 비즈니스 계획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의문이 생긴다. 오픈소스 음모론자에게 나쁜 소식을 전하고 싶진 않지만, 도커가 매출을 늘리려고 한다면 극소수의 사용자(무료 팀 구독자)를 노리는 것은 그 목표를 달성할 좋은 방법이 아니다. 아울러 현금이 부족하기로 악명 높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노리는 것도 현명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은행 잔고가 부족한 2% 미만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탐욕스럽게 매출을 늘리려고 비난한다면, 다른 악당을 찾아야 한다. “도커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쥐어짜려고 한다!”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지난 2019년 11월 도커는 엄청나게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거쳤다. 도커는 당시 회사의 미래는 개발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존스턴은 언급했다. 이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수익 모델을 의미했다. 도커는 사업의 상당 부분을 미란티스(Mirantis)에 매각했고, 일부 직원을 남겨두고 개발자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도커 엔터프라이즈(Docker Enterprise)와 스웜(Swarm)은 사라졌고, 대신 앱 속도와 보안에 중점을 뒀다.
오늘날 도커는 개발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SBOM을 자동으로 생성해 개발자가 컨테이너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다음 이미지가 빌드되기 전에 해당 이미지에 들어가는 모든 패키지를 자동으로 인덱싱하고, 이를 공개 CVE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하여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사실(예 : 최신 버전에 CVE가 없는 경우)을 알린다.
핵심은 “개발자가 노트북에서 로컬로 현명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안내된 경험(guided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것”이다. 구독 모델은 훨씬 낮은 가격대로 제공된다.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며, 개발자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나 오픈소스 개발자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어느 정도 실수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긴 하지만, 도커의 ‘안내된 경험’이라는 가치와 실용적인 접근법 측면에서 이번 결정을 바라보면 도커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물론 의도와는 달리 제대로 전달 및 실행되진 않았다.
도커의 가치 중 하나인 ‘개방형 협업(Open Collaboration)’은 이 회사가 피드백을 수집하는 방식에 반영돼 있다. 첫째, 도커는 깃허브에 로드맵을 공개한다. 개발자들은 해당 로드맵에 의견을 남길 수 있으며, 경영진은 적어도 매주 의견을 검토한다고 존스턴은 전했다. 둘째, 도커에는 마이크로스프트 MVP나 AWS 히어로와 비슷한 외부 도커 캡틴이 있으며, 도커 캡틴은 도커를 옹호하는 동시에 피드백도 제공한다(무료 팀 요금제가 종료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도커 캡틴의 비공개 슬랙 채널도 떠들썩했다). 셋째, 도커는 외부의 선임 기술 전문가 10여 명으로 구성된 기술 자문 그룹에게 제품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이런 ‘협력자’가 무료 팀 요금제 종료에 따른 문제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아울러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핵심은 특정 시점에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시간 경과에 따른 방향성이다.
이 맥락에서 2019년 이후의 도커를 살펴보면 개발자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개발자 생산성을 높일 방법을 계속 모색하는 회사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도커의 이번 결정을 비난하기만 한다면 도커가 개발자 중심의 기업으로 얼마나 변화했고, 계속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게 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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