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용어의 사전 입성기
팟캐스트는 넣고, PL/1는 뺀다. 매쉬업은 대기명단에, 그리고..오호 통재라, 8트랙이여, 메리엄-웹스터 영어사전에 입성하지 못하고 왔다가 사라지는구나.
첨단기술용어는 그 수명이 짧은 탓에 1년 단위에 걸쳐 혹은 10년을 단위로 신조어를 채택하는 사전 편집자들의 애를 먹인다. 기술이 발 빠르게 진보하면 일반인부터 학자까지 두루 사용되는 그런 유명한 주류의 사전에 첨단기술 용어가 채택되는 과정이 너무 느려서 편집자들이 한발 느리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merriam-webster.com)에서는 무료로, 아울러 인쇄판 사전도 제공하는 메리엄-웹스터의 편집위원 피터 소콜로우스키는 사실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편집자는 새로운 단어를 최초로 인용된 지점에서부터 추적한다. 그냥 탈락되는 단어는 없다. 소콜로우스키는 “그냥 왔다가 사라지는 단어는 원치 않는다”고 말한다.
메리엄-웹스터에 초고속으로 입성한 단어는 구글(동사시제)로, 최초의 인용이 기록된 지 5년 후인 2006년도에 채택되었다. 사전 편찬의 관점에서 보면 광속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맬웨어(Malware)란 단어는 1990년대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올해 등재되었다.
미국의 교과서 출판사인 호튼 미플린 하코트의 아메리칸 해리티지 사전 영어 담당인 선임편집자 스티브 클라인들러는 등재를 보류할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며, “모든 산업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든 단어를 수집하는 게 편집자의 목적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와이어드 매거진의 인터넷 신조어 코너인 자곤 워치(Jargon Watch)에 소개된 용어들이 몇 주, 혹은 몇 달 만에 왔다가 사라지는 현상에서 보듯 첨단기술 분야에서 옥석을 가리는 건 결국 시간이다. 클라인들러는 “잠깐 반짝하는 단어를 빼면 정말 필요한 단어들만 남게 된다”고 말한다.
옥스포드 영어사전의 편집위원 제시 쉬들로어는 신조어 채택 속도 면에서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메리엄-웹스터 사전보다 덜 보수적이라며, 매 분기당 200단어에서 250단어를 추가한다고 전한다. 예컨대 블로그라는 단어의 경우, 최초의 인용이 기록된 지 4년 후인 2003년에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되었다. 아마도 옥스포드 사전에 등재된 단어 중 가장 초고속으로 입성한 이 단어는 기술용어가 아니고 의학용어였다. 노로바이러스는 최초로 인용된 후 1년도 안된 2003년에 등재되었다.
용어의 신뢰성은 아직도 오프라인 출판물
얄궂게도 많은 첨단기술 신조어들의 최초 인용지가 블로그 공간과 기타 온라인 게시물이지만, 단어의 사전 등재여부를 결정하는 문제에 관한 한, 블로그와 다른 웹 기반 소스에 등장한 기술 신조어의 채택과 폭 넓은 사용보다는 인쇄 출판물이 더 중요하다.
소콜로브스키에 따르면 단어는 편집자가 “중요한” 출판물에 인용횟수의 임계질량을 목격할 때 수용된다. 즉 인쇄출판물을 말한다. 슬레이트와 살롱닷컴처럼 “신중하게 편집된 산문”을 싣는 온라인 전용 출판물 또한 영향력이 있다. 그러나 블로그는 아니다. 소콜로브스키는 “대부분의 블로그는 세심하게 편집되지 않는다”면서, “언제나 중심은 인쇄물이다”고 덧붙였다.
인쇄물의 인용을 이용하다 보니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또한 메리엄-웹스터의 추적 작업에서 제한적인 역할만을 한다. 소콜로브스키는 신조어 조사를 시작할 때 비공식으로 구글이나 기타 온라인 검색엔진을 사용한다고 한다며, “우리가 얻은 대부분의 인용은 인쇄물이나 넥시스(인쇄 및 온라인 출판물의 검색 아카이브)에서 따온 것이다. 그것들이 출판물을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옥스포드 사전의 쉬들로어는 블로그나 가타 온라인 소스의 인용구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일부 용어는 주로 온라인 소스에서만 등장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또한 단어 채택 전에 단어가 인쇄 출판물에서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 쉬들로어는 “온라인 소스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를 넣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전 등재의 기준은 보편성
기술 분야의 신조어를 사전에 싣기 위해서는 폭 넓은 사용도 필수적이며, 동시에 편집 상의 판단 또한 단어의 등재여부를 결정 짓는다. 단어 포함에 대한 결정을 보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예컨대, 베타 소프트웨어의 베타라는 용어는 메리엄-웹스터에 올라가 있지 않다. 부편집장 앤 벨로는 “베타가 등재되지 않은 것은 그 단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어의 등재 여부 결정은 또한 출판사마다 다르다. 예컨대 블루투스는 5년 동안 옥스포드 사전에 있었지만, 아메리칸 헤리티지와 메리엄-웹스터에는 다음 버전에나 실릴 예정이다.
HD-DVD와 경쟁적 DVD 포맷인 블루레이를 보자. 옥스포드 사전은 둘 다 등재하지 않았다. 쉬들로어는 “기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2달 만에 사라질 것을 넣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블루레이가 차세대 DVD 포맷 전쟁의 승자이긴 하지만, 아직 OED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두 제품 어떤 것도 폭 넓진 않다.” 그러나 두 기술 모두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차기 버전에 등재될 만큼 인기가 있음은 분명하다.
시대성이 떨어지는 용어들이 포함되기도 한다. 예컨대 gopher라는 단어는 수 년 전 옥스포드 사전에 추가됐지만,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후속버전에는 대기명단에 올라와 있다. 쉬들로어의 경우, 이 단어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아마 추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기술용어가 시대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등재 혹은 삭제의 충분한 이유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쉬들로어는 “편집자들이 어떤 단어를 포함시킨다는 건 그것이 중요한 단어임을 반영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용어가 기술적일수록 사전에 등재될 가능성을 떨어진다. 와이파이는 등재되었지만 와이파이가 사용하는 프로토콜 802.11b나 802.11g는 빠졌다. AJAX의 경우 또한 그 영속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쉬들로어는 “당장은 일반적인 기술이지만, 웹사이트를 동적으로 업데이트하기 위한 유일한 기술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 단어는 너무 전문적이다. 쉬들로어는 “어떤 사람이 길을 가면서 AJAX 기반의 구글 지도를 사용했다 해도, 정작 AJAX를 아냐고 물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난감한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제록스 문제. 제록스는 상표로 등록된 등록상표이면서 사진복사와 같이 어떤 기능과 같은 뜻을 나타낸다. 하이테크 영역에서 구글은 보통 동사로 사용되고 있다. 그 점이 클라인들러에겐 문제가 된다. 클라인들러는 “우린 법적 측면에선 구글을 동사로 넣을 수 없다. 사전편찬업자는 상표법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라며, 출판업자는 등록상표를 동사 같은 형태가 아닌 등록상표로 등록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유로 아메리칸 헤리티지는 구글을 정의할 때 딕셔너리닷컴의 정의(인터넷 검색엔진에 사용되는 등록상표. 이 등록상표는 활자로 표현될 때 동사로, 때로 소문자로 등장한다)을 간접 인용한다.
그러나 모든 출판업자가 이처럼 조심성이 있는 건 아니다. 메리엄-웹스터의 구글 정의는 “월드와이드웹에 존재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검색엔진”이며 “검색엔진 등록상표”라는 어원을 제공한다.
자격 미달로 탈락되는 용어
단어 입장에선, 사전 입성은 교수에게 있어 종신재직권을 얻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일단 용어를 등재하면 편집자들은 어지간해서는 삭제하지 않는다. 메리엄-웹스터와 아메리칸 헤리티지의 편집자들은 가끔 단어를 폐기하지만, 옥스포드에 입성한 단어들은 영구적으로 존재하여 역사적 기록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옥스퍼드는 특히나 하이테크 용어에 관한 한 까다롭다. 쉬들로어는 ”어떤 용어를 등재해 놓고 잠깐 이목을 끌다가 2년 후 그 단어를 다시 빼 버리는 사전들도 있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단어 삭제에 관한 한 경쟁 출판사들도 매우 보수적이다. 메리엄-웹스터는 10년에 한 번 정도 단행하는 대대적인 개정 작업을 할 경우에만 단어를 삭제하고, 그렇게 버려진 단어들은 진짜 골동품이 되기도 한다.
최근에 쫓겨난 용어 가운데에는 마이크로리더(1949년 최초 인용)와 레코드 체인저(1931년 최초 인용)라는 단어도 있다. 그런 기준에서 상대적으로 현대적 단어인 프로그래밍 언어 PL/1(1973년 최초 인용)은 최근에 메리엄-웹스터와 아메리칸 헤리티지 사전에서 삭제되었다.
그러나 단어 삭제에는 위험이 따른다. 헤리티지는 1998년, 시대에 뒤처진 컴퓨터 과학용어를 검토하면서 chad(차드)라는 단어를 도마 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클라인들러는 지난 선거에서 펀치카드 기계로 투표하던 기억을 떠올렸고, 단어 폐기를 유보했다. 놀랍게도 2000년 선거와 함께 느닷없이 chad가 여기저기 등장했다.
아메리칸 헤리티지는 데이터 디들링을 포함해 소수의 기술용어를 삭제했다. (diddle의 정의가 Bartelby.com의 아메리칸 헤리티지에 나온 것처럼 엔카르타 사전의 정의보다 부정 데이터 조작에 대해서는 덜 분명하긴 하다). 사전에 새로운 하이테크 용어가 지속적으로 추가되면서 편집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컴퓨터 기술 환경이나 하이테크 독자들을 따라잡는 문제에 대해 별로 염려하지 않는 듯하다.
클라인들러는 “그들이 우리는 따라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따라가는 거다. 그들이 우리의 사전 편찬에 정보를 준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첨단 기술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사전에서 정말로 얻고자 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클라인들러는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용어 구축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어떤 용어를 찾기보다 감람석, 방종한 등의 전문용어나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알기 위해, 또는 mischievous 같이 복잡한 단어의 철자를 확인하기 위해 사전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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