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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사이드 로딩, 반독점…’ 승자가 없는 이상한 애플 규제

Jason Snell | Macworld 2024.04.01
거대 기업과 정부 조직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IT 기업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미국 법무부 같은 정부 기관의 법적 조치 대상에 올랐다. 전선이 그려지고 타협안이 떠돌고 있으며, 로펌은 떼돈을 벌고 있다.
 
ⓒ Apple

그렇다면 이런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개인의 기술 사용 방식에 변화를 가져올까, 아니면 아무 성과 없이 끝날까. 혁신적인 앱을 만들지만 거대 로펌을 고용하거나 현지 은행에서 거액을 대출해 대응할 수 없는 소규모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누구를 위한 규제인가

가끔은 유럽 위원회가 누구를 보호하는 것인지, 시민과 대기업 중 누구를 보호하는 것인지 헛갈릴 때가 있다. 다행히 애플은 유럽위원회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애플은 최근 규제 당국과 개발자, 기타 이해 관계자의 요청을 수용해 EU에서 대체 앱 마켓플레이스를 허용하고 사용자가 앱을 직접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드 로딩'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즉, 2024년이 되어서야 애플은 특정 지역 아이폰 사용자에게만 인터넷에서 소프트웨어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맥 사용자는 이미 1990년대부터 누리던 그 기능이다.

유럽위원회는 애플이 자사 플랫폼 사용자의 보안을 위해 조처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므로, 애플은 EU에서 자동으로 사이드 로딩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하지 않았다. 대신 '신뢰할 수 있는 개발자'라는 개념을 만들어 일련의 규칙을 충족하는 개발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했다. 이에 따르면 개발자는 최소 2년 이상 애플 개발자 계정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며, 2023년에 EU에서 앱 설치 수가 백만 건 이상이어야 한다. 즉, 소프트웨어의 문지기인 애플을 우회하려면 애플의 문 안에서 2년을 보내야 하고, 이미 EU에서 백만 대 아이폰에 설치될 정도로 인기 있는 앱을 만들어야 한다. 애플은 보안이라는 명목으로 이 사이드 로딩에 대한 기준을 너무 높게 설정해 사실상 거의 아무도 넘을 수 없게 만들었다.

소프트웨어를 배포할 자유를 제공하는 규칙이지만, 가장 규모가 크고 성공적인 개발업체에만 해당되는 규칙인 셈이다. 뛰어난 개발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자금을 지원받아 킬러 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는데 애플이 실제 앱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허용하지 않아서 사이드 로딩해야 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는 2년을 더 기다려야 하고, 그 사이에 100만 건 이상 다운로드되는 다른 히트 앱을 만들어야 사이드 로딩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앱'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제 유럽 위원회는 소규모 개발자에게 스포티파이, 에픽, 메타가 누리는 기회를 차단하는 애플의 자의적인 규칙을 허용할 지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필자는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매우 궁금하다.

마찬가지로 애플의 '핵심 기술 수수료'는 앱 다운로드가 100만 건을 넘을 때마다 0.50유로를 부과해 소규모 개발자의 수익 모델을 위협한다. 최근 개발자 라일리 테스투트가 증언한 것처럼, 그가 10대 때 만들어 무료로 제공한 앱 때문에 그의 부모님은 수백만 유로 수수료를 내야 할 수도 있다. 애플 관계자는 이런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했지만, 이 기괴한 규칙이 왜 존재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즉 애플은 대형 개발업체로부터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 소규모 개발자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수적인 피해자일 뿐이다.
 
애플의 새 앱스토어 규정은 소규모 개발자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 Foundry
 

규제 '낙수효과'는 없다

대부분 규제는 장기적으로 시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규제는 일종의 '낙수효과' 방식을 통해 혜택을 제공한다. 기업이 애플과 같은 게이트키퍼와 더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으면 결과적으로 사용자에게 더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식이다. 실제로 대기업이 서로 경쟁하면 모두가 가격 인하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 소송에 참여한 많은 기업은 자기들이 더 많은 돈을 가져가겠다고 다투고 있다. 에픽게임즈는 애플에게서 돌려 받은 30%를 로빈 후드처럼 사용자에게 돌려주지 않고 자신이 챙기고 싶어 한다. 영리 기업의 속성이다. 스포티파이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목표는 애플의 방식을 바꿔 애플의 방해 없이 더 쉽게 돈을 버는 것이다.

필자가 말하는 것은, 앱 개발기업과 사용자 사이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 온 애플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애플이 모든 인앱 결제의 일정액을 뜯어가기 위해 iOS 경험의 여러 부분을 오히려 퇴보시켰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플은 사용자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해 웹에서 물건을 결제하거나 웹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웹에서 물건을 구매한 지 벌써 수십년이다. 애플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

대신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이 모든 규제가 정말 사용자의 비용을 줄여줄 수 있을까, 아니면 어느 기업이 사용자당 평균 매출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한 다툼일 뿐일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 주장은 비약

결과적으로 유럽과 미국 모두에서 진행되고 있는 애플에 대한 규제 움직임은 근거가 없거나 방향이 잘못됐거나 혼란스럽다. 무엇보다 시민의 삶에는 전혀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iOS에 대한 접근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개발업체에 대해 엄청난 수준의 통제권을 갖게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장기적으로 대체 앱 마켓플레이스를 후원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체 앱 마켓플레이스를 설치할 아이폰 사용자가 유럽에서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인앱 구매의 대안으로 인기를 누릴 수 있을까? 아니면 대부분 사용자가 다시 편리한 애플의 간편 구매 시스템을 돌아올까? 정부는 기업에 사용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강제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자가 다른 것을 선택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캡션) 애플 사용자는 아이폰을 매우 좋아하는데, 락인이 정말 심각한 문제일까? ⓒ Apple

최근에는 미국 법무부가 애플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미 많은 기사가 나왔지만 앞으로 몇년 동안 더 많은 기사가 나올 것이다. 필자가 법무부의 소장과 관련 문서를 보니, 처음에는 몇 가지는 타당하고 또는 논리적으로 약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전체를 다 읽고 나니 법무부가 애플과 그 사용자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실제로 이 소장은 애플이 수십 년 동안 일종의 기술 사기꾼이었다는 태도로 가득 차 있다. 애플은 영악한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고, 고가의 쓰레기를 사도록 속인 다음, 탈출이 불가능한 생태계에 가두어 버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종속성 주장이 비약이라고 본다. 애플의 매출 증가와 시장 점유율 상승,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아이폰 전환율, 높은 사용자 만족도 등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데이터가 많다. 정리하면 애플은 락인으로부터 이익을 얻고 종종 이를 조장한다. 이런 행동은 실망스럽고 어느 정도 억제돼야 한다. 애플은 수많은 반경쟁적인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역시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잠시 뒤로 물러서서 생각해 보자. 이 반독점 소송의 최종 결과가 법무부에 의한 락인 해체이고, 그럼에도 아무도 떠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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