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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디자인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2008.06.30
HP IT 시스템 디자인의 스승은 자동차 생산업체인 BMW였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공동 설립자이자 수석 설계자인 앤디 백톨샤임은 어릴 적 애용하던 오디오를 본뜬 서버 박스를 디자인하며, 썬이 애플만큼이나 디자인 면에서 두드러지길 원했다.

기술력만 갖추면 엔터프라이즈 급 IT 제품은 실패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면, 다시 생각하기를 권한다. 장비업체들은 이미 대규모 거래가 성사되는데 기본 심리학도 유용하게 이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반짝이는 LED, 벌집처럼 뚫린 구멍, 매끈한 알루미늄 박스로 이뤄진 멋진 디자인에 혹해 수천 달러를 투자해 메인프레임, 서버, PC를 사들이는 자신의 모습에 놀란 적이 없는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의 화려한 외관 조명조차 사실은 바로 심리학을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장비업체들은 특정한 밝은 색이 사용자를 교묘하게 현혹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장비업체들은 외형과 색깔을 이용하여 고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것을 ‘디자인 언어’ 라고 부른다. 이런 디자인 언어는 기업용 제품에 시각적인 자극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HP 디자인 센터의 그룹 매니저인 조지 다니엘스는 얼마 전 서버 제품군의 래치후드를 파란색으로 디자인하며, 디자인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일을 겪었다. 커버 자체는 서버의 작동과 아무런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은 IT 관리자들에게 “열기 전에 끄세요”라는 암시를 지속적으로 보낸 것이다. IT 관리자들로부터 제기된 불만을 듣고 다니엘과 동료 엔지니어들은 파란색을 HP의 표준색인 보라색으로 디자인으로 바꿨는데, 이 색은 사용자들에게 ‘핫스와핑이 가능해요’라는 암시를 전달하게 되었다. 이 일화는 색깔에도 신경을 써여 하는 컴퓨터 디자인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제조업체들은 IT 기기의 색상을 표준화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디자인 언어는 엔지니어들에게 어떤 케이블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알려줄 수도 있으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관리자들에게 경고를 하거나, 올바른 버튼이 눌러졌는지 알려주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디자인 언어를 이용해 제조업체를 식별하는 것도 가능하다. IBM의 저명한 엔지니어인 밥 스타인버글러는 “컴퓨터 업계는 디자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디자인 등과 같은 부분이 아니면 각 업체 간의 제품들은 사실상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다니엘스는 "고객이 우리 제품을 본다면 단번에 이건 HP 제품이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수준을 이루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 매우 중요하다. BMW를 보면, 어떤 모델이 나오던 사람들은 BMW의 차란 것을 쉽게 구별하지 않는가?“라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BMW의 조언 받아들인 HP 디자인
2005년 경에 HP는 BMW에게 컴퓨터 디자인 개발에 대한 지원을 요청했다. BMW의 디자이너들은 HP에게 자신들은 새로운 모델의 차를 개발할 때, 절대 정지된 상태의 차의 모습을 그리지 않으면, 항상 움직이고 있는 차를 고려해서 디자인을 한다고 알려줬다. 그로 인해, 한 모델의 개발이 완료되었을 땐, 그 차는 정지해 있던 운행 중이던 항상 움직이고 있는 듯 보이는 것이다. 다니엘스에 따르면, HP는 BMW의 충고를 받아들였고, 서버와 스토리지에 비균형적인 디자인을 더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IT 관리자들이 시스템을 바라볼 때마다, 피아노 건반과도 같은 효과를 발하며 기기들이 계속 작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IT 업계의 디자인팀은 보통 여러 다양한 직책을 가진 인력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 면에서는 자동차 제조업계나 연예계와도 그리 다른 점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HP의 디자인 팀 내엔 디자인 엔지니어, 그래픽 컬러 전문가, 모델 제작자, 그리고 디자인 심리학을 이용해 잠재의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연구하는 인간공학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물론 디자인 팀들은 감탄사를 자아내는 그 무엇을 만들어내는 데 전념한다.

다니엘즈는 “데이터센터 장비에 7개의 LED 조명에 역광 조명까지나 실제 필요했을까요? 물론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고객들과 교감을 나누기 위해서 장착한 것이다. 때로는 그냥 화려함을 강조하기 위해 조명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니엘즈는 또 “CIO이든, CTO이든, IT 관리자이든 결국엔 일반 소비자의 한 사람이므로, 디자인의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화려한 치장은 많은 의미를 갖는다. 물론 디자인만 보고 3,000만 달러를 투자할 CFO 는 없겠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HP의 디자인 언어는 ‘트랜스포머’라고 불린다. HP와 컴팩의 합병 이후 HP는 혼합된 ‘룩 & 필’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HP의 미래 디자인 언어는 ‘소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는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점점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썬의 새 디자인 언어는 깨끗한 알루미늄
썬의 공동 창업자이며 최근 수석 설계자로 돌아온 앤디 벡톨샤임은 어렸을적 흔하게 보던 오디오 시스템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썬의 최근 시스템을 살펴보면, 지금은 사라진 카버 스테레오의 앰프나 튜너 같은 독특한 디자인이 떠오른다.

이에 대해 벡톨샤임은 "개인적으로 이런 디자인을 정말 좋아한다. 썬은 진작 이런 방향으로 디자인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CEO는 미학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있는데, 썬에도 이런 사고 방식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의견ㅇ르 피력했다.

벡톨샤임은 썬의 새로운 합금 외관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IT 업계의 다음 도전은 냉각장치가 달려 있으면서도 멋진 디자인의 시스템을 생산하는 것이 될 거라고 말했다. 에너지 비용은 날로 높아지면서 냉각장치를 장착하는 것은 물론, 시스템 내의 따뜻한 공기를 재순환시키기보다 제거할 수 있는 그런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벡톨샤임은 “"바닥에서 찬 공기가 올라오고 서버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와 합쳐지면서 에너지가 소비되고 있다. 요즘 서버 시장에서는 모두가 냉각장치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쳐다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정성 강조하는 IBM 디자인
IBM 시스템을 지난 32년간 디자인한 슈타인블러는 팀의 역할은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IBM은 곧 최상의 품질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두 가지라고 설명한다. 항상 검정색으로 표현되는 IBM의 디자인 언어는 ‘안정성’이란 단어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IBM은 변화를 추구한다. 1960년대 360 시리즈의 메인프레임은 하얀색 커버를 장착했지만, 오늘날에는 검정색 톤을 이용함으로써 ‘진지함’을 암시하고 있다.

화려함은 업계를 흥분시키지만, 이는 결국 유행이란 범주를 벗어날 수가 없고 결국엔 오래 가지는 않는다. 스타인버글러는 "디자인은 단지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상적인 디자인이란, 외형의 모습에 자체에 대한 도전은 10% 정도일 뿐이고 나머지는 실용성과 유지성에 집중되어야 한다"고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밝혔다.

스타인버글러에 따르면 IBM의 씽크패드 노트북이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으며, 심플한 검은색의 디자인을 유지해온 이유는 소비자들이 오래 지속되고 증명된 제품에 투자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스타인버글러는 업체들 간의 무의미한 사양 경쟁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여러 노트북들 간에 정말 0.1인치 이상의 두께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가 않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보다 약간이라도 얇은 노트북을 발매하는 회사는 ‘우리 노트북이 더 슬림하다’라는 광고를 한다고 꼬집었다. 스타인버글러는 “이 때문에 더 가볍고 작은 제품을 만들기 애를 쓰는지 믿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타인버글러에 따르면, IBM은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제품의 디자인을 향상시키기 위해 엄청난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IBM 디스크 드라이브의 테두리 부분은 우아한 파란색이 입혀져 있으며, 금속판의 구멍은 미래지향적 스타일의 육각형 형태로 처리되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IBM의 디자인 팀은 IBM의 몇몇 특정 제품의 개발에만 참여했지만, 현재는 현금자동지급기, 뉴욕 증권시장의 휴대용 기기, 일본과 중국 시장을 겨냥한 MP3 플레이어 등등 여러 신제품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는 카오디오 시스템 디자인 개발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스타인버글러는 ‘sexy’와 ‘디자인’이란 표현이 함께 사용되는데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그런 것을 바란다는 것이다. 디자인 분야는 외양을 나타내는 은유적인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단단하다, 세련되다, 기발하다 등등. ‘섹시하다’란 표현도 흔히 듣는다. 이 단어는 뭔가 돋보이고 특출한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이 표현을 통해 IBM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그저 기본적인 디자인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Tags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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