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블로그 | ‘공개 프로필’ 강요하는 기업 프라이버시 정책 유감

Alaina Yee | PCWorld 2023.10.12
"개인정보 관리 정책이 변경됐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으면 바로 확인해 보는가? 아마도 거의 대부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즉시 열어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최근 패트리온(Patreon)에서 보내온 이메일은 달랐다. 다른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세히 살펴볼 생각은 없었는데, 무심코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사용자의 연결 방식을 바꾸는 커뮤니티 기능..."이었다.
 
ⓒ 패트리온의 개인정보 정책 변경 안내 메일 ⓒ PCWorld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하는 기업의 의도를 무턱대고 의심할 필요는 없지만, 필자는 일단 경계한다. 이런 욕망이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와 어긋나는 경우를 종종 봤기 때문이다. 설사 악의가 없었다고 해도 오늘날 데이터가 얼마나 쉽게 유출되는지를 고려하면 현실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 어학교육 서비스 기업 듀오링고(Duolingo)의 데이터 유출 사례가 있었다. 해커는 듀오링고 웹사이트에서 200만 개 이상의 계정 정보를 긁어갔는데, 여기에는 실명, 주소, 휴대폰 번호, 위치 정보 등이 포함됐다. 보안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른 피싱 공격에 악용될 가능성이 충분한 정보라고 경고한다.

관련 뉴스가 크게 보도되자 듀오링고는 이렇게 긁어간 정보가 처음부터 '공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정보가 사용자 프로필에 포함돼 있었고, 업체가 이 프로필의 기본값을 '공개'로 설정했던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듀오링고의 상황이 예외적인 것이 아니다. 필자 역시 종종 특정 계정에 가입할 때 기본적으로 프로필이 공개로 설정돼 가입을 완료한 직후 프로필을 비공개로 바꿔 놓은 적이 많다. 패트리온의 메일을 받았을 때 필자가 한 것도 바로 이 작업이었다. 공개 프로필에서는 누구나 내 이름과 아바타 이미지, 가입일, 구독 정보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패트리온의 이메일은 온라인 프라이버시 관련된 새로운 논란 거리를 던져준다. 즉, 패트리온이 새로 내놓은 커뮤니티 프로필 기능은 더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패트리온을 통한 창작자 지원 내역 같은 정보까지 노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새로운 프로필 기능은 기본적으로 노출하도록 돼 있다. 설사 이전에 수동으로 공개 프로필 기능을 비활성화했다고 해도 말이다. 필자는 오랜만에 패트리온에 로그인해 빠르게 이 기능을 다시 비활성화했다. 이제 필자 정보가 노출되는 위험은 없지만, 모든 정보가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패트리온의 사업 방식을 더는 참아내기 힘들다.

오늘날 공개된 프로필에는 너무나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이 정보는 해당 사용자의 다른 계정을 공격하거나 계정을 훔치고 추적하는 등 여러 가지 불법적인 일에 악용될 수 있다. 물론, 필자 역시 커뮤니티 기능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사람들이 각자 활동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단지 필자가 불편한 것은, 기업이 자사 정책에 대해 옵트  인(Opt In)이 아니라 옵트 아웃(Opt Out) 방식을 적용한다는 사실이다. 즉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동의할 때만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공개하고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거부해야 감출 수 있다. 심지어 프로필의 세부 정보에 대한 관리 권한 자체를 사용자에게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선 안 된다. 기업이 정말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싶다면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은 사용자를 그렇지 않은 사람만큼 배려해야 한다. 사용자가 편안하게 느끼지 않는 커뮤니티에 누가 참여하겠는가? 더구나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용자 계정 정보를 온라인에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이 필요성 때문만으로도 퍼블릭 프로필⁠에 옵트 인 방식을 적용할 이유는 충분하다. 옵트 인이 기본적인 계정 프라이버시 설정이 돼야 한다.

현재 많은 웹사이트가 마치 내 전화번호를 다른 사람에게 마구 떠벌리는 친구처럼 행동하고 있다. 내게 미리 묻지도 않고 내 번호를 뿌리고 있다. 더 안 좋은 것은 그런 그룹 활동에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다. 모두가 이런 행동의 중심에 있어야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게 아닌데도 말이다.
 
디스코드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이들과 소통하는 더 간편한 방식이다. ⓒ Discord

필자가 겪은 패트리온 사례는 특히 불쾌했다. 사용자가 콘텐츠 저작자를 지원할 수 있는 패트리온의 사업모델을 고려했을 때 돈까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 콘텐츠 창작자를 지원했다면 그것으로 끝나야 한다. 이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데 공개하도록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만약 필자가 지원하고 싶은 창작자가 있고 그와 정말 연락하고 싶다면 필자는 패트리온 사이트를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대신 그 창작자가 활동하는 디스코드(Discord) 서버로 달려갈 것이다.

실제로 이제는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이 수없이 많다. 오히려 특정 기업이 자사 사이트에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고 여기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사용자를 자기 서비스에서 내쫓는 것일 뿐이다. 스트리머를 지원하거나 언어를 배우거나 다른 친구와 어울리고 싶을 때 다양한 대체 서비스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부 기업은 정말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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