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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E와 주니퍼의 결합, “AI 전략에 공감해도 우려는 남아”

Neal Weinberg | Network World 2024.04.03
합병된 회사는 AI에 중점을 두고 시스코를 공략할 예정이지만, HPE는 제품 중복, 인재 유지, 채널 파트너 갈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해야 한다.

HPE의 140억 달러 규모 주니퍼 네트웍스 인수는 주니퍼의 고객 기반인 기업과 서비스 업체 사이에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 이번 합병은 네트워킹 업계 전반의 경쟁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잠재력도 있다.

주니퍼와 HPE 아루바 포트폴리오 간에는 상당한 제품 중복이 있기 때문에 고객들은 특정 제품군이 통합되거나 단종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채널 충돌의 가능성도 있다. 사실 이 정도 규모의 인수가 있을 때마다 고객들은 제품 로드맵과 영업 및 지원팀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걱정한다.
 
ⓒ Getty Images Bank

2025년에나 끝날지도 모르지만, 양사의 인수합병이 완료되면 네트워킹 환경은 여러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주니퍼의 경쟁사인 익스트림과 아리스타는 '시스코 대안'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고자 할 것이다. 그리고 HPE와 주니퍼의 결합은 수십 년 동안 네트워킹 분야의 독보적인 강자였던 시스코에 도전할 수 있는 충분한 화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기업 고객의 우려 

애널리스트들은 고객들에게 탈출을 권고한 브로드컴의 VM웨어 인수와는 대조적으로, HPE와 주니퍼 모두 고객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ZK 리서치의 대표 애널리스트 제우스 케라발라는 "주니퍼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처음에는 많은 우려가 있었다"라며, "어떤 제품이 살아남을 것인가? 합병 후 포트폴리오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우려는 엔지니어 수준까지 내려간다”고 전했다. 

하지만 케라발라는 "두 업체가 고객과 대화하는 속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당장 제품을 단종할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케라발라는 HPE 부사장 겸 아루바 사업부 총괄 책임자인 필 모트람과 직접 통화했으며, 중복 제품을 제거하기로 결정할 경우 고객에게 충분한 사전 통지를 할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케라발라는 "일반적으로 HPE는 제품 단종에 대해 5년 전에 통지한다. 이 점이 고객들의 두려움을 잠재운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델오로 그룹의 리서치 디렉터인 시안 모건은 일부 고객의 우려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며, "기업 및 OEM 채널 파트너는 이번 인수가 제품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하고 있다. 무선 LAN 같은 일부 영역에 중복 제품이 많기 때문에 제품 합리화가 예상된다. 어떤 제품이 '그대로' 유지될지, 어떤 제품이 변경될지, 아니면 사라질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은 또 "HPE 경영진은 모든 기능이 계속 공존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기업 고객이 네트워크에 통합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명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제품군이 중복되는 주요 영역

HPE의 이런 확신에도 불구하고 주니퍼의 제품군을 자세히 살펴보면 불길한 징조가 많다. 주니퍼는 1996년 설립 이후 시스코에 종속되고 싶지 않은 기업에 대안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제로는 HPE의 시장 점유율이 훨씬 더 높다.

델오로에 따르면, 시스코는 전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시장의 43%를 차지한 반면, HPE는 6%에 그친다. 주니퍼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가트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시스코의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매출은 241억 달러, HPE는 37억 달러, 주니퍼는 21억 달러이다.

무선 LAN 시장 점유율에서 HPE는 2위, 주니퍼는 7위이다. 캠퍼스 스위칭 부문에서는 HPE가 3위, 주니퍼가 5위, 엔터프라이즈 라우팅 부문에서는 HPE가 6위, 주니퍼가 12위이다. 특히 HPE의 SASE 매출은 주니퍼보다 거의 4배 더 많다. 주니퍼가 HPE보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유일한 분야는 엔터프라이즈 데이터센터 스위치와 네트워크 보안이다. 

여기에 HPE는 프라이빗 5G와 같이 주니퍼에는 없는 일부 제품이 있고, 반대로 주니퍼는 서비스 업체용 라우터와 차세대 방화벽을 보유하고 있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무어 인사이트 앤 스트래티지의 대표 애널리스트 윌 타운센드는 "HPE 아루바 네트워킹과 주니퍼 네트워킹 포트폴리오 사이에는 상당한 중복이 있다. 심각한 로드맵 합리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의심할 여지없이 일부 솔루션은 단종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포레스트의 애널리스트 안드레 킨드니스는 두 업체가 합병되면 여러 무선 액세스 포인트 제품군과 중복되는 라우팅 및 스위칭 운영체제, 관리 플랫폼을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당장은 아니더라도 제품은 통합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핵심에 있는 AI

그렇다면 HPE가 인수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주니퍼가 2019년에 미스트 시스템즈를 인수해 제품 포트폴리오 전체에 통합한 AI 기술이다.

주니퍼 인수에 대한 HPE CEO 안토니오 네리의 모든 발언은 AI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월에 인수가 발표됐을 때 네리는 "이번 인수로 거시적 AI 트렌드가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HPE의 입지를 강화하고, 대응 가능한 시장을 확대하며, AI 네이티브와 클라우드 네이티브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고객을 위한 혁신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포트폴리오를 결합하면 HPE의 엣지 투 클라우드 전략이 더욱 강화되어 전체 포트폴리오가 AI 기반 혁신으로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레스터의 킨드니스는 주니퍼의 AI 기반 가상 네트워크 어시스턴트인 마비스(Marvis)가 "네트워킹 시장에서 가장 진보된 AI 솔루션"이며 경쟁사보다 약 2년 정도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무어 인사이트의 타운센드는 "HPE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더 깊이 있는 AI가 필요하다. 주니퍼가 그 부분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
 

변화하는 네트워킹 시장 지형도

시스코가 스플렁크의 인수를 성사시킨 직후 HPE의 네리가 주니퍼를 인수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스코 CEO 척 로빈스는 스플렁크 인수를 통해 시스코가 "고객이 데이터를 활용해 기업의 모든 측면을 연결하고 보호하는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AI 혁명을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네리는 HPE의 슬링샷 인터커넥트 같은 핵심 요소를 갖춘 주니퍼/HPE 통합 스택이 전반적으로 시스코와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주니퍼 인수를 통해 HPE는 네트워킹이 전체 매출의 31%를 차지하며, 네트워킹이 가장 큰 사업부가 된다. 또한 네트워킹 장비와 관련된 높은 마진 덕분에 HPE의 영업 이익 중 56%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는 HPE가 서버 및 스토리지 매출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의미 있는 성과이다. 최근 실적 보고에서 HPE의 매출은 전년 대비 14% 감소했으며, 2024년 매출도 현상 유지 또는 2% 증가 정도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주니퍼의 최근 실적도 좋지 않은데,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리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시스코와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시스코가 가진 우위를 고려할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델오로의 모건은 HPE와 주니퍼의 통합 법인이 모든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매출을 유지하더라도, 즉 카니발라이제이션이 전혀 발생하지 않더라도 시스코의 시장 점유율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케라발라는 광범위한 네트워킹 산업 측면에서 보면 아리스타와 익스트림이 가장 큰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케라발라에 따르면, 아리스타는 시스코의 고성능 제품군에 대한 대안으로 자리를 잡고 범용 제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익스트림은 어바이어, 브로케이드, 에어로하이브를 성공적으로 인수 통합했으며, "이제 경쟁력있는 훌륭한 제품을 갖췄기 때문에 시기가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

킨드니스는 역시 아리스타가 "명확하고 간결한 네트워킹"을 내세울 것이며, 양사 합병으로 인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주니퍼 인수는 ASIC, 네트워킹, 컴퓨팅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AI 및 서비스를 포함하는 풀스택 원스톱 구매를 원하는 기업을 두고 델 테크놀로지스와 경쟁하는 HPE의 네트워킹 사업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모건은 "HPE는 이제 네트워킹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던 최대 경쟁사인 델에 비해 현저한 우위를 점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타운센드 역시 이번 인수를 통해 서비스 업체 및 통신 인프라 시장, 특히 이동통신업체 시장에서 델과 경쟁할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 정도 규모의 모든 인수합병이 그렇듯이, 모든 것은 실행에 달려 있다. 최근 HPE의 아루바 인수가 매우 성공적이긴 했지만, 전례로 볼 때 인수합병 면에서는 시스코가 HPE보다 더 나은 성과를 올린 것은 분명하다.

킨드니스는 "이번 인수의 궁극적인 성공 여부는 HPE가 얼마나 빠르고 능숙하게 주니퍼를 통합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이번 인수에는 제품 로드맵 합리화, 인력 유지, 채널 파트너 프로그램 재구성 등 여러 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HPE가 인수에 성공한다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통신 업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모건은 두 업체의 인수합병을 이렇게 요약했다. "진짜 시험대는 주니퍼의 AI 역량과 HPE의 잘 발달된 채널을 활용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시스코와의 큰 격차에도 불구하고 시스코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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