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 퍼스널 컴퓨팅

스페이스톱 리뷰 | ‘화면이 없는’ 증강현실 노트북

Mark Hachman | PCWorld 2023.06.12
노트북에는 오래된 제약이 있는데, 바로 화면이다. 하나밖에 없고, 너무 작고, 너무 멀리 있고, 너무 공개적이다. 사이트풀(Sightful)이 이 문제의 해법으로 내놓은 것이 바로 스페이스톱(Spacetop)이다. 이 노트북은 눈 앞에 떠있는 100인치 가상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증강현실을 통해 노트북의 화면을 없애 버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방법은 효과가 있다!
 
ⓒ Mark Hachman/IDG

제품 패키지를 벗기는 순간 이 노트북은 무언가 다르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다. 클램셸 노트북은 접히면서도 얇다. 사이트풀 스페이스톱은 애플 아이패드 또는 아마존 킨들을 감싸는 것과 같은 보호 커버로 둘러사인 고무 재질의 사각형 칼조네 모양이다. 이 커버를 펼치면 스페이스톱을 특별하게 만든 것이 나타나는데, 노트북 디스플레이가 있어야 할 곳에 얇은 끈으로 묶인 증강현실 안경이 놓여 있다.

간단히 말해, 사이트풀 스페이스톱은 다른 누구도 볼 수 없는 거대하고 개인적인 ‘디스플레이’를 갖춘 노트북이다. 이 안경을 착용하면 위, 아래, 그리고 옆으로 뻗은 거대한 곡선 모양의 가상 모니터가 나타난다. 지메일, 유튜브, 워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등 다양한 앱을 고정하고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무시할 수 있다면, 비행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공항 라운지는 물론 더 큰 화면을 원하는 회의실에서도 쓸 수 있다.
 
부드러운 재질 커버가 얼마나 안전하게 제품을 보호해 줄지 미지수다. ⓒ Mark Hachman/IDG

스페이스톱의 가격은 2,000달러다. 전용 ARM 프로세서와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인 AOSP, 그리고 전용 헤드셋으로 구성됐다. 이 제품이 흥미가 있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사이트풀은 1,000명의 얼리 어답터에게만 이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후속 제품 개발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예정이다.
 

놀랍도록 단순한 하드웨어 

사이트풀 스페이스톱이 기존 노트북을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때 페이스북(지금의 메타)이 이 제품과 비슷한 ‘가상 사무실’ 개념을 내놓았고 실제로 (실패한?) 메타 퀘스트 프로가 이 개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다. 필자는 두 제품을 모두 써 봤는데, 차이점이 분명하다. 스페이스톱의 증강 안경은 메타가 제공한 것보다 가볍고 뛰어나고 피로도가 적다. 텍스트도 퀘스트 프로와 달리 확실히 또렷하고, 헤드셋을 앞뒤로 움직이는 동안 지연이 거의 또는 전혀 없다. 
 


특이한 외형과 달리 스페이스톱 본체는 기존 노트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적어도 하단부는 그렇다. 크기는 가로 26.6cm, 세로 24.9cm이며, 무게는 헤드셋을 포함해 1.5kg으로 기존 노트북과 비슷하다. 하지만 두께는 4.0cm로 확실히 두껍다. 사이트풀은 노트북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대만 ODM인 위스트론(Wistron)에 스페이스톱 제작을 의뢰했다.

제품 내부를 보면 앞으로 더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사이트풀은 더 발전된 스냅드래곤 8 2세대 대신 2019년에 나온 스냅드래곤 865를 사용했다. 램은 8GB, 스토리지는 256GB다. 5G NR 서브-6, 와이파이 6, 블루투스 5.1 등 무선을 지원하며 지문 리더기가 달려 있다. 웹캠 성능은 다른 노트북보다 좋은 2560×1920이다. 디스플레이포트 1.4를 지원하고 10Gbps USB-C 포트도 2개 있으므로 필요에 따라 외부 디스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다. 
 
헤드셋이 본체와 연결돼 있고 교정형 렌즈가 마그네틱 방식으로 붙는다. ⓒ Mark Hachman/IDG

이 제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역시 노트북 전면에 연결된 헤드셋이다. 72Hz에서 한쪽 눈 기준 1080p 해상도를 제공한다. 헤드셋을 펼쳤을 때의 크기는 146×175×44mm이고 무게는 106g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와 비교하면 무게가 1/4에 불과하다.
 

매우 가벼운 헤드셋

필자가 홀로렌즈를 테스트한 경험을 떠올려 보면 홀로렌즈는 마치 포트홀(porthole)을 통해 보는 것 같았다. 시야가 수평 30도, 수직 17도로 매우 작았다. 반면 스페이스톱은 대각선 화각이 53도다. 또한, 화면 대부분을 사용자의 시야 위쪽에 배치해 발 밑에 있는 모든 것을 함께 보면서도 작업할 수 있다. 스페이스톱 헤드셋은 사람들의 눈 너비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해 56mm에서 70mm 사이에서 두 눈동자 간의 거리를 지원한다. VR 애호가라면 이것이 매우 유용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스페이스톱 해상도는 한쪽 눈당 1720×1890 픽셀을 제공하는 메타 퀘스트보다 다소 낮은 72~120Hz다. 그러나 메타 퀘스트는 가상 현실을 위한 제품이고, 스페이스톱은 증강 현실을 위한 기기다. 즉, 기본 뷰는 선글라스를 통해 보는 것과 같다. 배경을 완전히 가리지 않고 어둡게 만드는 깔끔한 속임수이다. 대신 컴퓨팅 창과 실사 배경을 구별해서 보려면 ‘밝은’ 데스크톱 테마가 더 어울린다.
 
사이트풀 CEO 타미르 벌리너가 스페이스톱 헤드셋을 들고 있다. ⓒ Mark Hachman/IDG

안경을 쓰는 사람은 바로 스페이스톱 헤드셋을 착용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이트풀은 관대한 정책을 도입했다. 즉, 시력을 측정해 보내주면 회사가 개인 맞춤형 렌즈 세트를 무료로 제작해 보내준다. 이렇게 만든 렌즈는 스페이스톱 프레임에 자석으로 고정된다.
 

사이트풀 스페이스톱 체험하기 

필자는 사이트풀 최고경영자 타미르 벌리너와 최고 기술책임자 토머 카한의 안내를 받아 스페이스톱을 테스트했다. 참고로 이들의 이력은 AR에 대한 강점을 짐작할 수 있다. 벌리너는 프라임센스(PrimeSense)의 공동 설립자인데, 이 업체의 기술을 이용해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와 아이폰의 페이스 ID가 구현됐다. 카한은 N-트리그(N-Trig)에서 일했는데, 이 회사는 나중에 서피스 펜을 개발하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두 사람 모두 매직 리프(Magic Leap)에서 근무하다가 회사가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 방향을 바꾸자 회사를 떠났다.

스페이스톱을 착용하면 스페이스톱 환경이 저절로 눈앞에 나타난다. 모든 크기의 창이 있는 커다란 가상 화면이 사용자 주위를 감싼다. 거대한 코르세어 제논 플렉스(Corsair Xeneon Flex) 모니터와 비슷한데 크기가 약 2배라고 생각하면 쉽다. 만약 2~3개 모니터를 꼭 써야하는 사용자라면 스페이스톱을 매우 좋아할 것이다. 

벌리너는 각 창 안에 지메일, 달력, 유튜브 등을 배치했다. 이를 탐색하는 기능은 윈도우에서와 같다. 트랙패드를 사용해 커서를 끌어다 놓고 창의 크기를 조정하고 화면에서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메타 제품의 바보 같은 컨트롤러가 필요 없고, 기존 노트북 경험과 매우 유사하다.
 
업체의 설명 사진인데 필자가 경함한 것과 매우 일치한다. 단, 실제로는 배경이 더 어둡다. ⓒ Mark Hachman/IDG

유일하게 차이점이 있다면 제스처다. 터치패드를 세 손가락으로 위아래로 스와이프하면 구부러진 ‘화면’이 더 가까워지거나 더 멀어진다. 이것은 사용성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필요에 따라 몸을 기울여 특정 창을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화면 중앙에는 작은 ‘작업 표시줄’이 있다. 여기서 창을 추가하고 앱을 선택할 수 있다. 스페이스톱은 오픈소스 안드로이드 OS이므로, 지원하는 앱은 오피스 등 주로 생산성 앱이다.

필자는 메타 퀘스트 프로의 가상 작업 공간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스페이스톱은 이보다 훨씬 뛰어난 경험을 지원했다. 또한, 필자는 한 쪽 눈은 근시, 한 쪽 눈은 원시인 특이한 조건인데도 사이트풀이 제공한 교정 렌즈가 잘 작동했다. 텍스트는 또렷했고, 머리를 앞뒤로 움직일 때 지연이 느껴지지 않았다. 75Hz 렌즈는 고주사율(high-refresh-rate) 화면 정도로 편안하진 않지만, 적어도 퀘스트 프로에서 겪었던 현기증은 없었다. 시야의 아래쪽으로 키보드를 볼 수 있도록 한 렌즈 배열도 한 이유일 것이다. 메타도 같은 효과를 위해 VR 공간의 일부를 잘라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헤드셋은 가볍지만 약간 앞쪽이 무겁게 느껴졌다. 이에 대해 카한은 헤드셋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구매자에게 자르거나 조정할 수 있는 한 쌍의 작은 무게추를 함께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 클립이 있어서 착용한 헤드셋이 사용 중 떨어질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약간 거슬리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이스톱을 몇 시간 씩 연속해서 사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스페이스톱에는 다른 기기가 제공하지 않는 멋진 기능이 하나 있다. 작은 스페이스톱 로고를 누르면 UI가 완전히 해제돼 ‘현실 모드(reality mode)’로 전환된다. 이 상태에서 동료와 필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로고는 바코드 등 다른 모양으로 바뀌기도 한다. 이 바코드를 다른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파일을 공유하거나, 협업 화이트보드 세션에 참여할 수 있다.
 
작은 로고 버튼을 누르면 QR 코드 같은 것이 만들어지는데 이를 통해 문서를 공유하거나 다양한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 Mark Hachman/IDG

반면 이 제품에는 한 가지 큰 약점이 있다. 바로 배터리다. 5시간이 조금 넘게 쓸 수 있는데, 일반적인 노트북으로도 짧은 편이고 ARM 노트북임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대신 스페이스톱을 85%까지 충전되는데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헤드셋에는 작고 희미하게 들리는 작은 스피커가 포함돼 있다. 벌리너는 볼륨을 낮춰 사생활을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가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구매할 만한 제품

필자는 스페이스톱에서 매직 리프와 같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2,000달러는 작은 금액이 아니지만, 사이트풀은 입증되지 않은 기술과 사용성을 과장하는 대신 생산성 솔루션으로 스페이스톱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렇고 그런 VR 기기와 차별화되는 이유다. 스페이스톱은 단 1,000개만 판매한다. 사이트풀(Sightful.com) 홈페이지에 가입해 신청해야 한다.
 
ⓒ Mark Hachman/IDG

현재 많은 IT 기업과 소비자가 돈을 아끼고 있는 시기에 사이트풀은 스페이스톱을 출시한다. 이 새 헤드셋이 가격에 걸맞는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려면 아마도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시장을 재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완전히 새롭고 잠재적으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제품이 되거나, 혹은 현상 유지에 실패한 또 다른 값비싼 모험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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