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소스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유혹과 배신, 그리고 반격

Ann Schlemmer | InfoWorld 2024.09.10
오래 전, 아주 단순한 개념 하나가 개발 커뮤니티 내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는 변화의 엔진으로서 막대한 잠재력을 지닌 만큼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되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지금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에서 일반적인 개념으로 통하지만 초기에는 당연히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격렬한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나 지난 40여년 동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은 큰 발전을 이뤘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암’이라고까지 표현했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이제는 말 그대로 주류가 됐다. 기업의 78% 이상이 일상적인 운영에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며, 무려 96%의 소프트웨어에 오픈소스 구성요소가 포함된다. 2022년을 기준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자체가 1,200개 이상의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출범하고 20개 이상의 오픈소스 단체에 가입했을 정도다.
 
ⓒ Getty Images Bank
 

부수적인 무료 기능에서 오픈소스와 주류까지

오픈소스의 극적인 부상은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그 가치를 인식한 데 따른 결과가 아니다. 오픈소스 개념을 기업 커뮤니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한 실용주의적인 옹호자들이 펼친 의식적이고 계산된 노력의 결과다. 이를 위해 ‘이사회의 은밀한 전파자’들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은 철학, 윤리, 사회정치적 측면에 맞춰진 오픈소스 운동의 초점을 더 실용적인 자유시장 친화적인 혜택으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 이전의 ‘자유 소프트웨어 운동(Free Software Movement)’과 달리 이 오픈소스 옹호자들은 수익이라는 동기가 있어야 움직이는 실리콘 밸리 등지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오픈소스 라이선싱 모델이 결코 자선적 모델이 아님을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이 사실을 호도한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오픈소스 라이선싱 모델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은 실제로 금전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막대한 비용 절감부터 출시 시간 단축, 개발자 생산성 향상과 도입 장벽의 획기적인 완화에 이르기까지 오픈소스 모델은 기업, 특히 이제 막 창업한 신생 기업에 사유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대비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오픈소스가 광범위하게 도입됐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철학이나 원칙보다는 주로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된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이 분열이 점점 더 문제가 되고 있다.
 

오픈소스 미끼 상술이란 무엇인가

지난 5년에 걸쳐 이 분열은 달갑지 않지만 ‘오픈소스 미끼 상술’이라고 불러야 할 현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성적인 스타트업이 초창기에는 오픈소스 모델과 그에 따르는 모든 고유한 장점을 진심으로 수용하지만, 경영진이든 그 회사의 투자자든 우선순위를 성장에서 수익성으로 전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허용적이었던 라이선스를 거두어 들이는 행위가 바로 오픈소스 미끼 상술이다.
 
이 같은 사례는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엘라스틱(Elastic), 하시코프(HashiCorp), 레디스(Redis) 등 한때 ‘자랑스러운 오픈소스’를 표방하며 오픈소스 깃발을 내걸어 몇 년 동안 방대한 커뮤니티와 사용자 기반을 구축한 조직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오픈소스의 허용성에서 멀어졌다.
 
미끼 상술의 정도는 사례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일반적인 원칙은 동일하다. 이들 기업은 성장하는 중에는 오픈소스 모델을 경쟁 우위의 도구로 사용하다가, 수익에 욕심을 내는 시점이 되면 커뮤니티와 기여자, 사용자에게 했던 약속을 버린다.
 

오픈소스의 분노가 촉발한 풀뿌리 운동

물론 오픈소스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이 같은 현상을 전혀 반기지 않았으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한동안 오픈소스 변절자들은 기껏해야 사람들의 실망 정도만 감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진정한 신봉자’의 초기 반발은 잦아들 수밖에 없고 결국 대다수의, 그리고 대부분 이미 종속된 사용자 기반은 다른 선택지가 없어 새로운 약관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잠깐이지만 이 오픈소스 미끼 상술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커뮤니티가 집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분노를 표현하는 것 말고 뭐가 있겠는가? 한동안은 필자도 오픈소스 변절자들이 그렇게 하고도 별탈 없이 넘어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오픈소스 전체가 이제 끝났다는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포럼 글과 논평, 사설이 넘쳐났다. 그러나 처음에 그랬듯이 지금의 오픈소스 운동 역시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지식과 의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 커뮤니티가 반격에 나섰다.
 

레디스, 하시코프, 엘라스틱의 앞길에 놓인 포크

최근까지도 오픈소스 커뮤니티에는 이 오픈소스 변절자들에게 맞설 실체적인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3월, 레디스가 오픈소스 BSD 라이선스에서 소스 사용 가능(source-available) 라이선스로 전환하자 이후 리눅스 재단은 자체적으로 레디스의 완전한 오픈소스 포크인 발키(Valkey)를 만들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발표는 일반적인 오픈소스 지지자뿐만 아니라 AWS, 구글 클라우드, 오라클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열렬하고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필자의 회사인 퍼코나 역시 기여자 그룹에 속함.) 레디스는 지금까지 요지부동이지만, 발키가 이처럼 많은 인기를 끌고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는 만큼 분명히 어느정도 압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편 레디스는 이런 상황에 처한 기업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발키가 발표되기 얼마 전에 오픈소스 커뮤니티는 테라폼의 완전한 오픈소스 포크인 오픈토푸(OpenTofu)로 하시코프의 미끼 상술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이보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오픈소스에서 멀어지려는 엘라스틱의 행보 역시 허용적인 아파치 2.0 라이선스에 따르는 오픈서치(OpenSearch), 오픈 디스트로(Open Distro)와 같은 프로젝트를 촉발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오픈소스 미끼 상술은 지속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만일 필자가 지금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다면 이러한 행보를 하지 않도록 매우 조심할 것이다. 필자의 말을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개방성’에는 많은 측면이 있고 허용성과 수익성이 꼭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높은 허용성과 완전한 사유 사이의 ‘중간 경로’를 택하고자 한다면 올바른 접근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정직함이다. 자신의 이상과 의도를 처음부터 밝힌다면 역풍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더 중요한 점은 오픈소스는 본질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철학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 것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이 최근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지난 몇 년 동안 기업이 고품질의 무료 소프트웨어와 구성요소를 기반으로 제품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9조 달러 가까운 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해줬다. 오픈소스 기회주의자가 될 생각을 갖고 있다면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그 손을 정말 물고 싶은가?
 
결국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보편성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이라는 오픈소스의 설립 원칙을 기업 세계에서 수용한 데 따른 결과로 얻은 것이 아니다. 오픈소스 운동의 지속과 폭넓은 기술 업계에 제공해온 무수히 많은 혜택은 이 원칙을 기반으로 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수많은 개발자와 기여자, 관리자, 옹호자가 행동하는 동기가 바로 이 원칙에 있다.
 
오픈소스 케이크를 혼자 소유하고 먹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조직이 있다면 이 경고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진정한 신봉자’들이 조직에 의존하는 것보다 조직이 그들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더 크다는 것이다. 최근 레디스와 테라폼의 포킹 사례만 봐도 오픈소스 세계에서 진정한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 앤 쉴레머는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지원 업체 퍼코나(Percona)의 CEO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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