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 퍼스널 컴퓨팅

“칩 회사가 이걸 만들었다고?” 인텔의 기묘한 실패작 12가지

Mark Hachman | PCWorld 2023.05.17
인텔은 칩 회사다. 예전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런데 인텔이 사운드 모퍼나 VR 웹캠, 심지어 어린이용 현미경을 만든 적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놀랍겠지만 사실이다.
 
ⓒ Playground.AI

모든 기업이 자사의 핵심 시장을 넘어 확장을 모색한다. 영업 기회를 늘릴 뿐 아니라 주주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인텔은 지난 수년간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프로세서 전문 업체를 넘어 소비자 브랜드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도~ 도파도솔!" 인텔 로고송을 만들고, 반도체 공장 작업복을 입고 춤추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내놓고, 다양한 PC 부품을 개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인텔의 핵심 사업에는 항상 근본적인 목표가 있다. 바로 칩 판매를 늘리는 것이다. 프로세서가 하는 일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고 PC가 하는 일도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로세서 매출을 높이려면 PC 판매를 늘리고 PC에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해야 한다. 지금부터 살펴볼 인텔의 기이한 제품을 이해하려면 이런 사업적 욕망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이들 제품은 인텔 이름을 붙여 출시했다가 결국은 단종됐다.
 

인텔의 QX3/5 현미경 

인텔 플레이(Intel Play) 제품은 PC의 힘을 아이의 손에 쥐어 주었다. 아이들이 새롭고 다양한 방식으로 놀고 배우고 만들 수 있게 해 준 것이다. 1999년 2월 3일에 출시된 소위 인텔 플레이 제품군은 아이들의 PC 사용을 유도하는 일련의 교육용 장난감이다. 그 중에서 처음 나온 인텔 QX3(그리고 이후 QX5)는 연결형 현미경이었다. 이미지 센서로 관찰한 대상을 USB 케이블을 통해 연결된 PC로 전송했다.
 
인텔의 디지털 현미경은 아이들이 학습과 PC에 흥미를 느끼도록 하는 제품이었다. ⓒ eBay
 
사실 QX3는 일반적인 광학 현미경과 달리 이미지를 PC 모니터로 투사하는 방식이므로 아이들이 렌즈에 눈을 가져다 대지 않고 확인할 수 있고 여러 명이 한 번에 그 이미지를 볼 수도 있었다. 단, QX3로 관찰된 이미지는 해상도가 320×240에 불과해 미세한 아메바가 뭉개진 덩어리처럼 보였다. QX5는 해상도가 최소 640×480으로 개선됐지만 여전히 좋지는 않았다. 
 

인텔 플레이 미투캠 

인텔 플레이 미투캠(Me2Cam)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키넥트(Kinect)와 약간 비슷하다. 미투캠은 스카이프(Skype)처럼 인터넷을 통해 이미지를 전송하는 방식 대신 사용자의 동영상을 녹화하고 해석한 후 이를 장면 내 물체와 상호작용한다. 인텔은 이 제품이 아이들이 컴퓨터 화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고 그 안에서 가상 세계를 탐험하는 완전히 새로운 놀이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미투캠은 장난감 가게에서는 아주 재미있지만 일단 사서 집으로 가져오면 매력이 사라졌을 것이다. ⓒ eBay

당시로서는 새로웠던 USB 표준으로 연결하는 제품으로 버블 마니아(Bubble Mania, 사용자를 둘러 싸는 가상 거품을 터뜨리는 게임), 핀볼(Pinball, 사용자의 팔을 지느러미로 사용하는 게임), 스노우 서핑(Snow Surfin’) 등 다양한 게임이 함께 제공됐다. 당연히 이 모든 게임은 PC에서 실행됐고, PC에 CD-ROM이 있어야 했다.
 

인텔 플레이 컴퓨터 사운드 모퍼 

인텔 컴퓨터 사운드 모퍼(Intel Computer Sound Morpher)는 어떻게 뉴에그(Newegg) 쇼핑몰에서 판매할 수 있었는지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을 만큼 형편없는 제품이었다. 사운드 모퍼의 유일한 기능은 저질 녹음기처럼 사용자의 음성을 녹음한 뒤 조잡한 USB 헤드폰을 통해 재생하는 것이었다. 몇 년 전에 나온 유튜브 리뷰만 봐도 얼마나 쓸모없는지 잘 알 수 있다. 여기서 소개하는 다른 제품은 개발 목적이 혼란스러울 망정 신중하게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데, 이 제품은 예외다. 그냥 돈 낭비다. 


 

인텔 와이어리스 시리즈 게임패드 

2000년이면 인텔이 PC 주변장치 사업에 전력을 다하던 때였다. 인텔의 와이어리스 시리즈(Wireless Series)는 당시 인기 있던 개념인 '선이 없는 PC'를 자랑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와이어리스 시리즈는 베이스 스테이션으로 구성되고 이를 “디지털 스프레드 스펙트럼 라디오”를 통해 별도의 인텔 브랜드 마우스, 키보드와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산업 디자인 전문가라면 아마 이 제품을 비웃을 지도 모른다. ⓒ Amazon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기이한 제품은 무선 게임패드였다. 그 생김새는 마치 치질 치료장치 같기도 하고 그 용도를 자세히 알고 싶지 않은 야간 놀이용 장난감 같기도 했다. 놀랍게도 이 기기를 아마존에서 구매한 이들은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인텔 닷스테이션과 인텔 “PC”

인텔은 의욕이 넘친 나머지 자체 PC까지 만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PC는 아니지만 생긴 것은 확실히 PC 같은 “웹 기기”였다. 인터넷에 연결해 이메일에 접속할 수 있었고 내장 전화기와 리모컨까지 있었다. 



인텔 아키텍처 그룹 VP 겸 가정용 제품 그룹 총괄 담당자 클로드 르글리즈는 출시 당시 “인텔 닷스테이션(Intel Dot.Station)은 대규모 소비자 연구를 진행하고 사용자와 긴밀히 협력한 결과로 나온 제품이다. 우리는 서비스 제공업체의 수요를 충족할 뿐만 아니라, PC가 없지만 인터넷에 접속하고 싶은 사용자가 매력을 느낄 제품을 설계했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은 닷스테이션 대신 기존 PC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결국 닷스테이션은 오래가지 않았다. 
 
인텔 웹 태블릿은 결국 상용화에 실패했다. ⓒ YouTube/IntelFreePress

실제 제품이라기 보다 참조 설계에 가까웠던 인텔의 클래스메이트(Classmate) PC도 마찬가지였다. 창의적으로 명명된 클램쉘(Clamshell) EF10MI2는 시골 지역과 개발 도상국에 PC를 저렴하게 보급하는 ‘아이 한 명당 노트북 한 대(One Laptop Per Child)’ 프로젝트의 부속물이었다. 인텔은 인텔 웹 태블릿(Intel Web Table)도 제작했다. 일종의 “휴대형 브라우저”였는데 시제품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무선 연결은 가능했지만, 차라리 이 기능이 없었더라면 오히려 더 주목 받았을 지도 모른다.
 

인텔 퍼스널 오디오 플레이어 3000 

인텔 플레이 제품군이 결과적으로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는지, 혹은 사실상 장난감 같은 PC 주변장치라고 이해됐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인텔은 이 제품의 대중화를 위해 2001년 10월 PC 전용 액세서리 3종, 즉, 웹캠, MP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를 내놓았다.
 
아이팟이 나오기 전까지는 괜찮은 디자인이었다. ⓒ Amazon

2001년 10월 2일 인텔의 149.99달러짜리 퍼스널 오디오 플레이어(Personal Audio Player) 3000이 출시됐다. 128MB의 온보드 플래시 메모리, CD를 MP3 또는 WMA 형식으로 추출하는 도구, 멀티미디어 카드(MultiMedia Card) 확장 슬롯,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투명한 플라스틱 전면판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런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10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애플이 아이팟(iPod)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아는 것처럼 이 399달러짜리 5GB MP3 플레이어가 세상을 바꿨다.
 

인텔 포켓 디지털 PC 카메라 

한때는 640×480 디지털 카메라가 최첨단 제품이었다. 인텔의 149.99달러짜리 포켓 PC 카메라(Pocket PC Camera)는 640×480 이미지와 480p 동영상을 초당 최대 30 프레임으로 녹화할 수 있었다. 저장공간도 당시 기준으로는 넉넉한 8MB 플래시 메모리였다. 사진 128장, 동영상 클립 10초짜리 한 개를 저장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제품 리뷰를 보면 이 제품 구매자들은 꽤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한 구매자는 “이 카메라는 의심할 여지없이 놀라운 품질을 갖고 있다. 이 카메라 한 대를 오랜 기간 보유했는데 평생 총 8대 이상의 웹캠을 소유해 본 사람으로서 그 중 최고의 제품이라고 단언한다”라고 썼다. 다른 구매자는 내구성을 호평했다. 반면 조명이 좋은 상태에서도 동영상 촬영 품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인텔 플레이 디지털 무비 크리에이터 

인텔이 왜 이런 제품을 만드는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제품이다. 즉 99달러짜리 디지털 무비 크리에이터(Digital Movie Creator)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한 후 PC에서 편집하라는 것이다. 실제로 제품 패키지 CD에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제작한 영상 자료도 제공되므로, 남동생이 군인 장난감을 갖고 노는 동영상에 편집해 넣을 수도 있다(단, 최대 4분까지만 가능하다).
 
이베이에서 여전히 구할 수 있다. ⓒ eBay

디지털 무비 크리에이터에는 펜티엄(Pentium) PC가 필요했으며(어쩐지!) 제작한 동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전송할 수 있었다. 결국 인텔이 더 많은 PC 판매하기 위한 제품인 셈인데, 칩 회사가 이런 식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선듯 이해되지 않는다.
 

인텔 슈팅 스타 드론 

CEO 브라이언 크잔니치의 휘하에서 인텔은 기이한 행보를 보였다. 예를 들어 CES 키노트가 BMX 바이커, 스마트 도어, 지각 컴퓨팅 등으로 가득 찼다. 인텔은 엣지 네트워킹과 센서에도 열렬히 전념했으나 크잔니치가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그 열정도 함께 사라졌다. 



크잔니치의 유산 중에서 가장 기이한 성공 사례는 드론 사업이다. 인텔이 만든 슈팅 스타(Shooting Star)는 불꽃 놀이를 보완하고 대형 동기 조명 쇼를 구현할 수 있는 쿼드콥터다. 드론에 달린 조명을 사용해 하늘에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인텔의 드론은 슈퍼볼 게임, 2020년 올림픽 등에 등장했다. 2022년 인텔은 칩 사업에 다시 집중하기 위해 드론 사업을 매각했는데, 인수자는 일론 머스크의 남동생 킴벌 머스크가 소유한 노바 스카이 스토리즈(Nova Sky Stories)였다. 
 

인텔 “블랙 박스” 셋톱 박스 

인텔은 2003년 “케이블을 죽일 것”이라는 새로운 셋톱 박스에 대한 열띤 소문의 당사자였다. 저전압 셀러론(Celeron)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설계 시안이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공개됐지만 그 이후 빠르게 사라졌다. 프로드라이브(Prodrive)로부터 섀시 설계를 의뢰받았다고 밝힌 스테판 즈웨거스는 개인 사이트에 개념 이미지 중 일부를 올려 두고 있다. 
 

인텔 트루 뷰 

크잔니치의 이상한 투자 전략 중에는 주요 스포츠 경기의 3D 시점을 녹화, 수집/분석, 전송하는 시스템인 리플레이(Replay)도 있었다. 농구나 미식축구 경기 중계 방송에서 컴퓨터로 생성된 선수 이미지를 사용해 영화 <매트릭스> 스타일로 360도 회전해 '다시보기'가 가능했다. 인텔은 이를 ‘트루 뷰(True View)’라고 불렀고 시카고 불스의 홈 경기장과 아스날 FC 축구팀의 홈 경기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Emirates Stadium)에 시스템을 설치했다.
 
ⓒ Intel

인텔이 인수한 또 다른 스타트업 보크(Voke)가 비슷한 시점을 VR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21년 인텔은 핵심 영역에 다시 집중한다는 CEO 팻 겔싱어의 방침에 따라 트루 뷰를 포함한 소위 인텔 스포츠(Intel Sports)를 버라이즌(Verizon)에 매각하고 나머지는 문을 닫았다.
 

인텔 리얼센스 카메라

인텔의 기이한 제품 리스트에는 실제 소비자 가전보다는 취미용 로보틱스로 더 유명한 생체인식 기술인 인텔 리얼센스(Intel RealSense) 카메라도 포함해야 마땅하다. 2015년 PCWorld가 리뷰할 당시만 해도 리얼센스는 하드웨어면서도 이를 구동할 실제 앱이 전혀 없는 수수께끼 같은 제품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키넥트를 출시한 후였고 윈도우 헬로(Windows Hello)가 등장하기 전이었는데, 이들은 인텔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작품에 더 가깝다. 인텔은 심지어 리얼센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발 키트로 발표했지만, 이것마저 실패였다. 
 
ⓒ Mark Hachman/IDG

리얼센스는 인텔 스포츠와는 완전히 별개였지만 머신 비전 상용화에 실패한 또 하나의 사례였다. 반면 인텔은 자율 주행 차량 업체 모빌아이(Mobileye)를 인수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2022년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빌아이의 '숨은 잠재력'을 실현했다.
 

그 밖의 것들

지금까지 인텔이 만들었다가 단종한 기이한 하드웨어 실패작을 살펴봤다. 하지만 인텔은 기본적으로 칩 회사다. 그렇다면 인텔의 칩 중 실패작은 어떤 것일까?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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