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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바이스

글로벌 칼럼 | 박람회마다 등장하는 초대형 TV 경쟁, 누구를 위한 것인가

Chris Martin | TechAdvisor 2022.09.06
올해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는 TV 제조 업체는 어김없이 큰 TV를 선보였다. 필자는 이제 TV 제조 기업이 그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 TV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최신 제품을 자랑하는 장소인 박람회에서는 특히 큰 TV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박람회에 등장하는 대형 TV는 그저 컨셉 제품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Chris Martin / Foundry

삼성은 지난 2018년 국제가전전시회(CES)에서 ‘더 월(The Wall)’이라는 TV를 처음 공개했다. 마이크로 LED 기술을 사용한 모듈형 패널로, 최대 148인치의 거대한 TV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경이로운 제품이었다. 하지만 그런 제품을 당장 구매할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 2022년 삼성은 이제 일반 소비자가 구입할 법한 엄청나게 큰 TV를 새로 내놓았다. 2018년에 나온 ‘더 월’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이전과 달리 시청 경험을 방해하는 격자 형태의 선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TV 업계에서는 경쟁이라도 하듯이 100인치라는 상징적인 크기의 제품을 내놓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TV는 집 근처 가전 제품 매장에 가서 구입하고 겨우 카트에 싣고 나와도 결국 자동차에 옮기는 것은 불가능한 크기이다. 

비슷한 제품으로 필자의 시선을 끈 첫 TV는 LG 플래그십 G2 OLED의 97인치 버전이었다. 공식적으로 세계 최대의 OLED TV이며 멋진 제품이다. LG 관계자는 해당 TV가 퀸사이즈 침대만큼 크다는 점을 매우 강조했다. 한편, 삼성이 시연 중이던 98인치 네오(Neo) QLED(미니 LED 기술) 모델은 밝기가 무려 5,000니트로, 농담이 아니라 필자의 카메라 조명을 가려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 이 밖에 눈부시게 아름다운 85인치의 8K 네오 QLED TV도 있었고, 89인치부터 114인치에 달하는 대형 마이크로 LED 패널 전용 TV 구역도 마련되어 있었다.
 
LG 97인치 G2 OLED. ⓒ Chris Martin / Foundry

이에 질 수 없다는 듯 TCL 역시 QLED 모델과 미니 LED 모델을 최대 98인치라는 특대형 TV 형태로 너무 많다 싶을 정도로 선보였다. ‘시네마 월(Cinema Wall)’이라는 반사 대리석 스탠드 갖춘 136인치의 미니 LED TV도 있었다. LG도 같은 크기의 마이크로 LED TV를 전시했다. 새로운 패널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TCL은 “세계 최대의 미니 LED TV”(시네마 월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측됨)를 내세웠는데, 그만큼 TCL이 미니 LED TV 분야의 선두를 적극 공략하려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필자는 이런 대규모 기술 전시회에 방문해서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확인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런 TV는 특수 제작된 시연용 영상을 상영할 뿐만 아니라 설정을 최적화해 최대한 인상적으로 보이게끔 한다. 감탄하며 시간을 지나고 나니, 과연 이런 TV는 실제로 누구를 위한 것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삼성 114인치 마이크로 LED TV. ⓒ Chris Martin / Foundry

물론 큰 화면의 TV를 집에 두고 영화와 스포츠 중계를 초대형으로 볼 수 있으면 좋다. 실제로 필자가 어렸을 때 집에 꽤 괜찮은 영사기가 있었는데, 일요일 오후에는 한 100인치 정도의 화면으로 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를 보곤 했다. 좋기는 아주 좋았지만 준비할 것이 많았다. 영상을 비출 벽은 색상에 영향이 없도록 흰색으로 페인트칠을 해야 했고, 창문마다 빛이 새어들지 않게 블라인드를 쳐야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화질은 확실히 일반 TV에 비해 아주 나빴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초대형 TV의 등장으로 앞으로 영사기는 종말을 맞을 수도 있다. 대형 TV는 항상 공간을 차지한다는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대형 TV를 실제 구매하려면 하면 여러 가지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핵심은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하는 부분이다. 필자의 경우 55인치 TV를 거실 벽에 설치하니 양쪽에 겨우 몇 밀리미터의 공간이 남았다. 특히 필자가 사는 영국은 대체로 집이 작은 편이므로 100인치 TV가 거실에 쉽게 들어가는 경우는 매우 적다. IFA에서 볼 수 있는 TV는 180cm 이상인 필자의 키보다 큰 것도 있었다.

이런 대형 TV를 놓을 수 있을 정도로 집이 크다면 그다음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TV를 살 형편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97인치 LG G2 OLED의 가격을 2만 5,000유로(약 3,422만 원)로 보고 있다. 고급 자동차 한 대 값이고 웬만한 집 한 채의 계약금 수준이다. 한 삼성 관계자는 따르면 가장 작은 89인치짜리 마이크로 LED TV의 가격은 10만 유로(약 1억 원)보다 조금 적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IFA에서 참가한 제조사가 언급하길 피하는 문제도 있다. 유지비에 대한 것이다. 대형 기술은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만큼 TV 시청 과정에서 상당한 전력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전기세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소리다. 굳이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자면, 이런 대형 TV가 내뿜는 후끈한 열기 덕분에 겨울에는 난방을 켜지 않고도 최신 인기 영화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농담이지만 IFA에 참가한 임원 중에는 이 말에 진심인 사람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TV 제조 업체가 이런 대형 제품을 판매할 때 컬러 잉크나 스티로폼 없는 재활용 종이 상자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서,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포장 방식을 선택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ditor@itworld.co.kr
 Tags tv 대형tv ifa 삼성 LG TCL 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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