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바이스

글로벌 칼럼 | 출시도 하기 전에 구식이 된 애플의 AR 글래스

Mike Elgan | Computerworld 2023.05.09
AR 글래스라는 기기 범주의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비교적 명확했다. 최소한 과거에는 그랬다. 그런데 오픈AI(OpenAI)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Image Credit : Getty Images Bank

오랜 기간 AR 분야의 초점은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Microsoft Hololens)/매직립(Magic Leap) 아이디어가 지배적이었다. 고화질 3D 디지털 객체를 물리적 공간에 고정하기 위한 R&D 목표에 수십억 달러가 투자됐다. 원숭이 아바타가 현실 테이블 위에 서 있다. 테이블 뒤에 숨기도 한다. 도로 뒤에 양방향 지도가 나타나는 인간용 내비게이션 콘셉트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 이런 시각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처리 성능, 걸어 다니면서 착용하기 버거운 하드웨어, 값비싼 가격이 필요하다.

미래학자들은 더 작은 것을 요구해왔다. 그리고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수백 개의 특허, CEO 팀 쿡 등 애플의 임원들의 발언, 모바일 시장을 지배해온 해당 기업의 역사를 고려하여) 애플이 일반 안경에 가까운 일상용 AR 글래스 분야를 주도할 최초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애플의 일상용 AR 글래스는 아직 한참 멀었다(최소 4년). 업계 소식에 따르면 애플은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라는 이름으로 불릴 가능성이 높은 중간 제품을 올해 6월 6일에 열리는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에서 소개할 예정이며, 실제 제품은 훨씬 나중에 출시될 것이다. 

해당 제품은 AR 기능성을 갖춘 하이엔드 가상현실(VR) 장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가상의 객체와 데이터가 현실 시야에 겹쳐지는 대신에 현실의 실시간 비디오 스트림에 겹쳐질 전망이다. 세트당 2,000~3,000달러의 가격표를 단 리얼리티 프로는 대중을 위한 주류 제품은 아닐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AI가 모든 것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기술 전문가들은 AR을 기다리는 동안 AI 혁명이 발생했다.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오픈AI는 DALL-E AI 텍스트-이미지 생성기뿐만이 아니라 GPT 아키텍처에 기반한 챗GPT(ChatGPT) 챗봇을 공개했다. 해당 서비스는 개발자들이 AI를 기반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API를 제공했으며, 1,000 개 이상의 앱이 생겨났다.

믿기 어렵겠지만 챗GPT는 불과 5개월 전인 2022년 12월에 공개됐다. 오픈AI에 뒤이어 다른 AI 플랫폼들이 등장했으며, 추가적인 플랫폼들이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다음 주의 구글 I/O(Google I/O)에서는 수십 개의 새로운 AI 제품이 공개될 것이다. 2023년의 AI 열풍은 이미 문화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며,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이고 ‘사피엔스(Sapiens)’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 교수는 “AI가 인간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했다”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AI에 대한 기대치의 변화는 우리가 AR에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쳤다. AR 영역에서 발생한 전환은 우리가 정보를 찾는 방식이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검색 엔진으로부터 ‘OTA(One True Answer, 검색 엔진 전문가 대니 설리반이 알린 개념)’으로의 변화다. 검색 엔진의 경우 우리는 쿼리를 입력하고 가능성이 있는 답변에 대한 링크들로 구성된 장황한 목록을 얻는다. 그러나 AR에서 우리는 1,000 개의 링크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을 원한다.

일반적인 새로운 AI 서비스 그리고 특히 오픈AI GPT 기반 서비스는 이미 ‘OTA’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의 바람과 기대치를 바꾸어 놓았다. 특히, 우리는 세부적이고 유연하며 챗GPT처럼 양방향적이기를 원한다.
 

현재 세상는 글래스보다 AI를 더 원하고 있다

애플 직원 출신 (부부) 임란 차우드리와 베서니 본죠르노가 설립한 스타트업 휴메인(Humane)은 최근 ‘AR의 작동 방식에 대한 스마트하면서도 새로운 비전’으로 AR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테드토크(TEDTalk) 중 차우드리는 카메라, 마이크, 프로젝터가 통합되고 AI 및 개인 사용자 데이터에 액세스할 수 있는 신체 착용형 커넥티드 장치를 선보였다. 글래스 없이 AR을 구현한 것이다. 휴메인은 AI,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에 의해 전환된 시대인 ‘인텔리전스 시대’가 열릴 것이며 이 장치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연 중 차우드리는 자신의 주머니 안에 있는 장치 앞에 초코바를 두고 “내가 이것을 먹을 수 있는가?”라고 질문했다. 이 프로토타입 장치는 컴퓨터 비전을 사용하여 제품을 인식하고 공공 온라인 데이터를 사용하여 성분을 확인한 후 이를 사용자의 알레르기 목록과 비교하여 섭취에 대한 조언을 제공했다.

또 장치는 차우드리의 영어 단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고 차우드리의 목소리를 시뮬레이션 하여 제공했다. ‘Catch me up’이라는 명령어를 듣자 최근 이메일에서 주요 정보를 요약했고, 다른 챗GPT 같은 기능을 수행했다. 그의 부인이 전화했을 때, 발신자 ID 정보와 함께 조작이 가능한 빛으로 구성된 버튼이 그의 손바닥에 투사되었다. 이는 AI 기반의 매우 개인화된 웨어러블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범주의 장치다. 아니면 글래스가 없는 발전된 AR 글래스라고도 볼 수 있다. 글래스를 통해 데이터를 보여주는 대신에 정보를 가까운 표면에 투사한다.

현재 AI에 대한 흥분과 에너지를 고려할 때, 애플의 AR 글래스보다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비전이다. 분명, 애플의 모든 AR 장치는 언젠가 AI에 액세스할 것이다. 그리고 휴메인의 이런 기능이 글래스에 내장될 수 있다. 하지만 크고 부피가 크며 강력하고 비싼 AR 솔루션으로 시작한 후 나중에 4~5년 안에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모바일 자립형 글래스로 전환하겠다는 애플의 기본 계획은 이미 구시대적 아이디어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서 AI로 전환한 실리콘 밸리

마크 저커버그의 ‘메타버스’ 아이디어는 기대만큼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사실, 기술 업계는 AR 및 VR을 개발해온 수천 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고 있으며 오픈AI가 촉발한 혁명에 뒤이어 AI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오픈AI의 대주주인 마이크로소프트도 포함된다. 현재 다수의 스타트업 및 기존 기업들이 개발하고 있는 것은 AI, 컴퓨터 비전, 머신러닝에 액세스하는 인간 같은 개인 비서를 통해 증강현실을 제공하는 AR 웨어러블이다.

AR은 여전히 기업, 개발자, 소비자에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비전이지만 2023년의 AI 혁명으로 인해 우리 자신을 증강할 필요성이 생겨났다. 현재 세상이 원하는 것은 웨어러블 AI 하드웨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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