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업체에 대한 이런 의존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DC가 산업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 자체 조사한 결과를 보면, 2023년 말까지 약 60%에 가까운 기업이 협력하는 업체 수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업계 전망도 비슷하다. 시스코는 협력업체 매출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본다. 시스코 글로벌 협력 조직의 협력업체 매니지드 서비스와 XaaS 세일즈 부문의 부사장 알렉산더 재거리는 “2027년경 시스코 매출의 47%가 매니지드 서비스에서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IDC는 이처럼 채널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로 팬데믹, 공급망 부족, 지속적 클라우드 도입, IaaS 옵션의 성장 등 다양한 시장 불안정 요인을 꼽았다. 또한,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고 혁신을 이루기 위해 자사의 기술을 보완하거나, 자사가 보유하지 않은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 업체로 생태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니지드 보안 서비스
네트워킹 부문을 보면, 네트워크와 보안 운영을 더 긴밀하게 통합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IT 부서에 여러 가지 과제를 던져주는 변화다. 재거리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네트워크와 보안 부서는 일종의 사일로였다. 즉, 기업 내에서 네트워크 부서와 보안 부서, 애플리케이션 담당 부서가 별도로 존재했고 각기 다른 역할을 담당했다.그러나 기술이 플랫폼으로 추상화되고 이를 기업이 수용하면서 기존 여러 부서가 하나로 통합되고 있다. 재거리는 “부서와 역할이 통합되면서 계층화된 안전한 네트워크 경험에 대한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공격을 감지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이제는 기술과 운영을 분리할 수 없으므로, 협력업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부서 기능을 연결해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트워킹과 보안 자원의 통합은 점점 더 많은 기업이 매니지드 서비스 공급업체(MSP)를 이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시스코가 자금을 지원해 카날리스(Canalys)가 수행한 조사결과를 보면, 앞으로 MSP의 주요 매출은 엔드포인트와 네트워크 보안 영역에서 나올 전망이다. 카날리스는 MSP가 사이버보안 전문업체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매니지드 보안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보안 기능은 탐지와 대응이다. 카날리스는 "많은 기업이 사이버보안 투자에서 실패한 것은 보호에만 너무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널 협력업체는 최근 위협 행위자의 행동, 특히 방어를 뚫고도 탐지되지 않는 위협 행위자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오늘날 채널 협력업체는 보호 기능에 전문성이 있지만, 탐지와 대응에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라고 말했다.
카날리스에 따르면, 현재 보호 기능을 제공하는 사이버 보안 제품과 서비스 부문의 시장 규모는 클라우드와 ID 보안 같은 부문 투자에 힘입어 매년 7% 증가하고 있다. 2026년에는 1,860억 달러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이다. 반면 탐지와 대응 분야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매년 34% 성장해 2026년에는 1,12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 가시성과 AI
네트워크 가시성 역시 투자가 늘어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다. 대표적으로 풀스택 가시성(FSO) 툴이 있다. 애플리케이션, 네트워킹, 인프라, 보안, 클라우드 시스템의 데이터를 연결해 문제해결 과정을 간소화하고 보안 성능을 최적화한다. 대표적인 FSO 툴 업체인 시스코는 자사의 협력업체가 통합 가시성 기술을 매니지드 서비스로 패키지화하는 사업에 관심이 많다. 재거리는 “네트워크 업계에서 매니지드 FSO와 협력업체의 기회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가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스코는 곧 개최될 파트너 서밋에서 비즈니스 협력업체를 위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AI는 이런 가시성 트렌드를 강화하는 기술 요소다. 재거리는 "AI는 다음 10년 간 가장 큰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와 원격 분석으로 기업에 가시성을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어 시스코는 네트워킹 시스템 또는 보안 시스템, 협업 시스템에서 데이터를 가져오고 모두 통합해 가시성 사용례를 만들어낼 것이고, AI가 이 모든 통합 작업에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업계 전반으로 봤을 때 AI에 특화된 협력업체가 성장의 기회를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일부 대형 채널 공급업체는 이미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WWT(World Wide Technology)는 기업이 챗GPT 3.5, 구글 바드 등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비교, 테스트하고 유효성 검증하고 훈련할 수 있는 AI 연구소를 설립할 계획이다. WWT는 블로그를 통해 “새 AI 연구소는 구성가능한 다양한 기술 요소를 쉽게 교체하거나 빠른 맞춤화와 확장을 지원하는 공간이다. 기업이 현재 환경은 물론 미래 요구사항이나 특정한 기업 목표에 따라 다양한 구성을 테스트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 액센추어, 딜로이트, IBM 컨설팅, KPMG, 매켄지 앤 컴퍼니 같은 기존 컨설팅 업체가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시스코도 지원, 증강, 자동화를 위해 AI 기술을 자사 제품에 내장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재거리는 “시장에 진출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에 따라 더 전문성을 갖춘 협력업체를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채널 생태계의 영업 기회 확대
네트워킹 장비 통합 역시 협력업체가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다. 머지 않아 채널을 통한 네트워킹 제품 매출이 서버 매출을 넘어설 전망이다. 카날리스 보고서에 따르면, 서버는 현재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 수요가 높아 채널에서 가장 큰 IT 인프라 카테고리다. 2022년 전체 서버의 절반 이상이 하이퍼 스케일러로 출하됐다. 그러나 2027년에는 처음으로 채널에서의 네트워킹 제품 판매량이 서버를 넘어설 전망이다. 또한, 현재 스위칭, 무선 LAN, 라우터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채널 인프라 매출의 36%인데, 향후 5년 동안 이 비중이 4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카날리스 보고서는 “네트워킹 매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와이파이 6이 출시돼 사무실에서의 하이브리드 업무 뿐 아니라 교육, 의료, 소매, 제조 부문에서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 지원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끝이 아니다. 차세대 네트워크 규격인 와이파이 7이 상용화되면 다음 3년 동안 기업 시장에서 거대한 교체 수요가 생길 것이다. 이 새로운 표준은 와이파이 6보다 최대 4배 빠르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최소 50G, 100G 심지어 400G 코어 스위치로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 관련된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재거리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한 전문가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부문에서 급속한 혁신이 이뤄지면서 기술의 복잡성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지원하기 위해 적합한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해법 중 하나가 협력업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단일 공급업체가 네트워킹과 보안 서비스를 엔드투엔드로 제공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럴 때는 협력업체를 통해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제공 받을 수 있는 단일 서비스 스택으로 통합하는 것이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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