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트렌드 / 보안

글로벌 칼럼 | 미국 은행의 '사기 결제 보상 철회' 움직임이 자충수인 이유

Evan Schuman | Computerworld 2022.07.06
미국 내 대형 금융 기관이 부정한 거래에 대한 보상을 중단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심지어 경찰의 수사 보고서를 제출해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만약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오히려 금융기관에 독이 될 심각한 사안이다.
 
ⓒ Getty Images Bank

일단 뉴욕 타임스의 최근 기사를 보자.
 

1978년 연방 정부는 은행이 다른 사람의 전자 결제를 통해 고객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 전부를 보상하도록 하는 '규정 E(Regulation E)'를 법제화했다. 결제 앱이 등장하기 전까지 이 규정은 잘 준수됐고, 지난해 소비자 금융 보호국(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 CFPB)은 이 법이 모든 개인 간 온라인 결제에도 통용된다고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즉 모든 인가되지 않은 온라인 금융 거래를 은행의 책임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인가되지 않은 거래란 고객이 아닌 다른 사람이 실행하고 고객의 승인 없이 이뤄진 모든 결제를 의미한다. 그러나 개정된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많은 경우 고객에게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 다른 계좌로 돈을 빼앗겼다는 근거 문서를 제출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면서도 은행은 자사의 결정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결국 피해자인 고객은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기사에는 다양한 피해사례가 소개됐다. 한 은행 고객은 경찰 수사 보고서를 제출했는데도 은행은 보상을 거부했다. 일부 은행은 취재가 시작되자 돌연 기존 결정을 뒤집고 보상하기도 했다. 보도 속 은행의 행태는 여러 가지로 잘못됐다. 마치 "기존 결정을 다시 들여다보니 실수가 있었네요. 이제야 발견했어요"라는 식이다.

일단 이 법의 해석이 명확하고 은행 등 금융기관이 피해를 본 고객의 보상 요구를 그저 싫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은 논외로 하자. 대신 여기서는 이런 행위가 오히려 금융기관에 비생산적이고 자기파괴라는 점을 살펴보자.

보도가 지적한 상황은 마스터카드,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디스커버 등 주요 신용카드사의 완전 면책(Zero Liability) 정책이 직면한 것과 매우 비슷하다.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시행 중인 이 제도는 고객을 직접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신용카드, 직불카드 사용을 장려해 누구나 안심하고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이커머스 매출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 카드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이 사라진 이후에도 이 제도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 프로그램이 보장하는 것은 간단하다. 부정한 카드 거래라면 관련 비용을 모두 보상한다. 초기에는 50달러 이상만 대상이었지만 카드 업계는 결국 모든 사기 거래로 범위를 넓혔다(참고로 직불카드보다 신용카드 구매에 대한 보장 범위가 더 넓다. 하지만 이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일단 현재로서는 미국 내 온라인에서 직불 카드를 쓰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 현재 상황으로 돌아오자. 은행이 모든 부정 거래에 대해 보상하지 않는 것은 업계 내 경쟁자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기는 것과 같다. 경쟁사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우리는 캐피털 원, 뱅크 오브 아메리카, 웰스 파고와 다릅니다. 우리는 모든 고객을 보호합니다. 부정한 결제로 발생한 손실을 모두 보상합니다. 경찰에 신고한 서류를 보내주면 경찰 수사에서 확인된 것 이상의 조사도 하지 않습니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만약 더 많은 금융기관이 사기 피해에 대한 보상을 중단하면 어떻게 될까? 이런 사기 피해는 금융기관에서 고스란히 고객에 전가된다. 대부분 해커가 거대 은행보다 개인을 더 만만하게 생각하므로, 금융 사기는 점점 더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이는 곧 대규모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사기를 당한 개인은 사이버 보안 조치가 허술해 자주 사기에 노출되는 중소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벌일 것이고, 일부 금융 기관은 법적 소송을 처리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는 소송의 세계에서 이들 금융기관은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런 부정적인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본질적으로 모든 것이 바뀌게 된다. 다섯 자리 혹은 그 이상의 손실과 함께 고객은 더 빈번하게 법원으로 달려갈 것이다. 은행의 고객 규모를 고려하면 이런 소송은 빠르게 집단소송으로 치달을 것이고 결국 사람들은 승소에 매우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정리하면 현재 논란이 되는 결제 사기는 젤리(Zelle), 벤모(Venmo), 캐시 앱(Cash App), 페이팔(PayPal) 등 대부분이 P2P 디지털 거래다. 하지만 사용자인 고객 입장에서는 모두 똑같은 결제일 뿐이다. 그리고 기존처럼 당연히 보호받길 기대하는 것이다.
editor@itworld.co.kr

회사명 : 한국IDG | 제호: ITWorld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23, 4층 우)04512
| 등록번호 : 서울 아00743 등록발행일자 : 2009년 01월 19일

발행인 : 박형미 | 편집인 : 박재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한정규
| 사업자 등록번호 : 214-87-22467 Tel : 02-558-6950

Copyright © 2024 International Dat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