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구글이라는 작은 신생 기업이 크롬 OS라는 낯선 운영체제를 들고 나왔다. 처음에는 빈약했다. 특별한 것 없는 하드웨어에 이름처럼 크롬 브라우저 창을 고정해 놓은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구글은 이 신참 프로젝트에서 가능성을 보고, 무시와 비웃음 속에서도 집중력을 유지하며 공식을 완성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노력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중심 컴퓨팅 플랫폼이 매력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함과 기능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균형을 찾는 데 주력했다.
크롬 OS는 초기 단계를 지나 발전했지만 이 플랫폼에 대한 낭설과 오해는 계속 이어졌다. 크롬북에 대해 듣는 이야기는 뻔하다. “그냥 상자 안에 브라우저를 넣었을 뿐이다” “크롬북에서는 실제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는 작동조차 하지 않는다” “용도가 대체 뭔가?”
그러나 크롬북이 나오고 몇 년 후 등장한 크롬 OS에 관한 가장 끈질긴 묘사는 이것이다. “클라우드 중심 컴퓨팅 플랫폼 개념에 뭔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치자. 그러나 그 자체로는 독립적 기기로서 충분하지 않고, 모바일 컴퓨팅 스펙트럼의 양 쪽을 모두 포괄하는 단일 플랫폼을 둘 수도 있는 구글이 크롬 OS와 안드로이드 두 가지를 모두 유지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그 다음에는 한동안 안드로이드와 크롬 OS의 필연적인 “결합”에 관한 소문이 돌았다. IT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몇몇 인사들은 결합을 기정 사실화했다. 시작은 “가능성 높은” 예측이었지만, 주요 기술 미디어 두 곳에서 구글이 오랜 소문대로 크롬 OS와 안드로이드를 하나의 다목적 개체로 합칠 것이라고 보도한 후에는 “확인된” 현실로 바뀌었다.
그때가 2015년 10월이다. 구글이 그 보도에 반박한 이후에도 의문은 남았고 많은 사람들은 구글이 단순히 말장난을 할 뿐 실제로 아무것도 부정하지는 않았다고 해석했다. 1년 뒤에는 구글의 통합운영 체제 이름이 “안드로메다”이며, 예언에 따라 등장해 크롬의 기능을 안드로이드에 구현하고 크롬 OS를 마침내 휴식에 들게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우리 모두 이후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단순히 결합하는 대신 두 플랫폼을 정렬하기 위한 장기적인 과정을 더 강화해 둘을 더 비슷하게, 더 공생 관계로 만들었다. 이 과정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며 두 플랫폼 모두 번성하는 중이다.
‘이 노망난 할아버지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시 꺼내는 이유는 뭘까?’ 당연히 그런 의문이 들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지금 95살 할아버지 역할극을 하는 중이므로 미친 할아버지라 생각해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필자가 이 이야기를 되짚은 이유는 노망이 나서가 아니라 “푸크시아(Fuchsia)”에 관한 논란에서 데자뷰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크시아는 구글의 비밀스러운 새 운영체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모두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게다가 그 예견은 갈수록 더 확실한 사실로 굳어지는 중이다.
그런데, 매사가 항상 겉보기처럼 흑과 백, 둘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푸크시아는 안드로이드와 크롬 커뮤니티에서 꽤 오래 전부터 온갖 수수께끼와 추정의 근원지였지만, 지난 주 블룸버그의 기사 하나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블룸버그는 푸크시아가 구글의 모든 자체 픽셀(Pixel) 디바이스, 그리고 현재 안드로이드 및 크롬 OS에 의존하는 수많은 제조업체의 제품을 실행하는 “단일 운영체제”가 되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보도했다. 엔지니어라고 언급된 익명의 내부자는 빠르면 3년 이내에 스마트 스피커에서 푸크시아를 실행하고 5년 내에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두 달 전에 푸크시아와 관련해서 매사가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흑과 백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전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푸크시아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대체하지 않고도 미래에 이 두 플랫폼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지도 모른다. 구글이 플랫폼을 위한 현대적 기반을 구축하자고 엄청난 인기와 수익성을 가진 두 생태계를 뒤엎고, 그 결과로 수많은 기업과 사용자, 조직을 고립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편이 어쩌면 더 합리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필자에게 “그러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푸크시아가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확실한 사실인 듯이 글을 쓰고 말한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정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그건 분명히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 않은가?”
바로 그러한 이유로 필자가 앞서 결합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안드로이드와 크롬 OS가 하나로 결합된다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기정 사실로 통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확실한 사실로 전제하고 글을 쓰고 말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이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합을 기정 사실로 여겼다.
필자는 당시 단 1초도 그런 이야기가 정확한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물론 구글은 아마 두 가지 주 플랫폼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매사는 바뀔 수 있고, 실제로도 빈번하게 바뀐다. 엔지니어의 지나가는 말로는 명확히 포착할 수 없는 흑백 사이의 흐릿한 회색 음영이 나중에 두드러지게 드러날 수 있다.
물론 필자는 예언자가 아니다. 그저 가끔 할아버지 놀이를 하면서 논리와 회의론, 균형감을 적절히 조합해 생각하기를 즐길 뿐이다. 필자에게는 푸크시아의 현재 상황이 과거 안드로이드와 크롬 OS를 둘러싸고 일어났던 상황과 꼭 닮은 것으로 보인다.
달리 말하면 구글이 무엇을 계획하고 계획하지 않는지 필자는 당연히 모른다. 현재 시점에서는 구글 스스로도 완전히 확신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다만 너무 성급히 결론을 내리는 행위는 경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비공식적이고 잠정적인 정보를 사실로 취급하면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걸음 물러나서 푸크시아를 지금 그대로의 모습, 즉 미래가 확실치 않으며 최종적인 용도와 구현이 무수한 방법으로 바뀔 수 있는, 아직 개발 중인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로 보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이처럼 신중한 접근은 이 상황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든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결론을 향해 성급히 도약하는 것은 신나는 일이긴 하다. 다만 올바른 위치에 착지할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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