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은 암호화폐의 가치가 폭락하면서 나타났다. 복잡한 상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비롯한 수많은 암호화폐에 대한 의심스러운 투자의 거품이 마침내 터진 것이다. 지난 해 11월 거의 7만 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은 1/3 수준으로 무너졌고, 다른 암호화폐의 가격도 비슷한 폭락을 맞이했다. 이유는 복잡하며, 투자자의 암호화폐 교환에 대한 신뢰 상실 등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PC 게이머를 가두고 있던 암호화폐란 긴 겨울이 끝나고 이제 눈을 치울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데 드는 전력과 컴퓨팅 비용이 끝없이 오르면서 채굴이 대부분 사람에게 경제적으로 아무런 설득력이 없어졌다. 따라서 기업형 채굴부터 취미형 채굴까지 모두가 더는 새 하드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오히려 기존 그래픽카드를 싼값에 판매하고자 한다.
한때 PC 게이머를 이중으로 괴롭혔던 요소가 완전히 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칩 부족은 여전하지만, 새 그래픽카드를 쓸어가던 채굴용 수요가 없어지고 중고 시장에는 채굴에 사용하던 그래픽카드가 쏟아져 나오면서 그래픽카드 가격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심지어 고성능 그래픽카드를 할인 판매하는 곳도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할 만한 이유도 있다. 계획대로라면, 엔비디아와 AMD가 올해 하반기에 새로운 세대의 그래픽카드를 출시한다. 여기에 수십 년 만에 그래픽카드 시장에 새로운 업체가 등장했다. 바로 인텔인데, 올해 하반기에 이장형 데스크톱 그래픽카드를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기술적으로는 PCIe 5의 도입으로 호환성 측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PC 조립을 미룰 이유는 언제든지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하드웨어를 구매해 PC를 조립할 좋은 이유가 있다. 공정한 가격의 그래픽카드를 찾느라 1년 이상을 기다린 PC 게이머라면, 누군가 NFT를 채굴해야 한다고 선동하기 전에 지금 당장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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