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4일 근무 먼저 실험해보니" 기업도 직원도 '윈-윈'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면서 업무 방식을 다시 생각하기 시작한 기업이 늘어나고, 주 40시간 표준 5일제가 변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S&P GMI(S&P Global Market Intelligence) 소속 451 리서치(451 Research)의 수석 애널리스트 라울 카스타논은 “조직도 주4일제 등의 유연한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것을 고려하기 위해 필요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주4일제 근무를 시도하거나 완전히 주4일제로 전환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핀테크 신생업체 볼트(Bolt)는 최근 장기적인 주4일제를 도입했으며, 소셜 미디어 소프트웨어 기업 버퍼(Buffer)는 이미 지난해에 같은 시스템을 도입했다. 크라우드펀딩 기업 킥스타터(Kickstarter)는 올해 시범운영에 나설 계획이며, 유니레버는 지난해 뉴질랜드 지사에서 시범운영을 실시했고, 파나소닉은 지난달부터 주4일 근무 선택지를 제공하기로 약속했으며, 부동산 관리 기업 JLL도 비슷한 행보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리즈 대학교 경제학 및 정치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스펜서는 “주4일제 근무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직원이 바라보는 핵심은 휴일이 늘어나면서 자율성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개선되며,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고용주에게도 이점이 있다. 주4일제를 먼저 도입한 기업은 직원이 잘 쉬고 집중할 때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병가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스펜서 교수는 “5일제가 상대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직원 채용과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훌륭한 인재를 유지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노동 시간 단축을 향한 긴 여정
주 5일제는 수십 년간 이어진 노동개혁에 이어 20세기부터 미국 노동자의 표준 노동 시스템이 되었다. 1926년까지 포드 자동차 제조 공장의 노동자는 주간 노동시간 감소를 인정받고 주 40시간 5일제 근무를 제안받았다.2년 후,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세기 안에 주당 근무 시간이 15시간이 되리라고 예측했다(물론,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이후 수십 년 동안 노동자의 성과를 개선하는 혁신과 지속적인 시간 감소 요구가 있었지만, 주4일제는 대체로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에 있었다. 최근 갤럽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종업원 중 5%가 현재 일주일에 4일 근무하고 있으며, 주 6일 근무하는 숫자는 그 두 배(11%), 그리고 압도적인 과반수(84%)가 주 5일씩 근무하고 있다.
스펜서 교수는 “기술 덕분에 더 많은 것들을 생산하는 능력이 생겼지만 아직 노동을 줄일 자유를 얻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개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몇몇 국가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진 시범 운영에서 주간 근무시간 단축의 긍정적인 영향이 일부 드러났으며, 구체적인 구현 방법을 참고할 수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2015~2019년에 이루어지고 지난해 발견사항이 공개된 널리 알려진 시범운영 체계에서 2,500명의 노동자의 근무 시간이 주당 40에서 35시간으로 감소했을 때 일련의 직원들의 웰빙과 생산성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 공개된 스웨덴에서의 시범운영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고, 의료 노동자 근무가 6시간제로 전환했다. 단, 두 프로젝트 모두 인력 채용 비용이 증가했다.
민간 부문에서도 다양한 기업이 주4일 근무를 실험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에 임시로 일본에 있는 인력을 대상으로 4일 근무제를 시도했으며, 직원 삶의 질과 생산성이 모두 증가했다.
새로운 길을 여는 재택 근무
기업이 새로운 근무 방식을 실험할 의지를 얻었으면서 주4일 근무에 대한 관심도 새로워졌다. 재택근무로 전환하면서 표준 시스템인 9시~5시 사무실 근무 방식과의 상관관계가 감소했고, 재택근무 중 자녀나 부모를 돌보기 위해 일정을 유연하게 활용하려는 직원도 늘어났다. 본질적으로 직원이 필요할 때 회의에 참석할 수 있고 성과가 유지된다면, 직원이 실제로 근무하는 장소나 시기도 그렇게 중요하지 않게 된다.
리서치 기업 포레스터 부사장 겸 리서치 책임자 제임스 맥퀴비는 “한동안 완전 재택근무를 수행한 기업이 눈에 띄게 주4일제를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놀랄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기업은 ‘임의로 5일 재택근무를 할 필요가 없다. 업무만 제대로 수행된다면 원하는 만큼 직원이 시간을 사용해도 된다’라고 말한다”라고 설명했다.
맥퀴비는 “‘누가 몇 시간 동안 근무하는가?’와 ‘얼마나 큰 가치를 생산하는가?’라는 생각을 바꾸면 주4일제 근무가 훨씬 쉬워진다”라고 말했다.
주4일제는 또한 재택근무자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수단으로도 홍보된다. 초기에는 노동자가 집에서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곧 우려할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었다. 오히려 집에서 추가 근무를 하거나 전통적인 9시~5시 일정을 신경 쓰지 않으려 분투하면서 번아웃이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LSE(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부교수이자 TII(The Inclusion Initiative) 책임자 그레이스 러던은 “코로나19를 통해 기업은 노동자가 집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결국 기존의 9~5시 근무를 바꾸기 위해 분투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언제든지 호출이 있을 때 응해야 한다는 요구 때문에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점을 모두가 인지하면서 주4일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