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화요일, 3분기 실적을 공개한 후 컨퍼런스 콜을 진행했다. (전체 통화 녹취록은 여기서 볼 수 있다.) 정보 공개 범위는 극히 제한돼 있지만 그 안에서 끌어 모은, 애플의 분기 활동에서 주목할 만한 7가지 사항을 정리했다.
변호할 필요가 없어진 아이패드
3년만에 처음으로 아이패드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성장한 덕분에 팀 쿡은 힘겹게 아이패드의 미래가 낙관적이라고 설득할 필요가 없었다. 실로 오랜만이다. 심지어 쿡은 아이패드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고도 말했다. 최근의 아이패드가 좀처럼 들어보지 못한 말이다.
요약 : 모든 판매 지역에서 아이패드 판매량이 성장했다. 쿡에 따르면 중국과 일본의 아이패드 판매량 중 첫 아이패드 구매가 차지한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미국 교육 시장의 아이패드 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2% 늘었다.
애플워치, 잘 나가고 있지만 세부 내역은 비공개
애플워치는 애플 실적 발표에서 따로 분류해 공개할 만큼 비중이 큰 제품이 아니라서 '기타 제품(Other Product)' 범주에 포함된다. 따라서 애플워치의 실적은 대충 짐작할 수밖에 없다.
기타 제품의 분기 실적이 양호한 것을 보면 애플워치의 분기 성적표도 상당히 훌륭한 듯하다. 애플워치가 아니라면 다른 가능성은 애플 TV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인데, 그런 일은 없기 때문이다. 쿡은 통화 중에 조금 더 세부적인 내용까지 들어가서 애플워치 판매량이 50% 증가했으며(전년 동기 대비인 듯) "아주 큰 차이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 워치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몇 개가 팔렸는지, 현재까지 팔린 총 애플워치는 몇 개인지는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밖에 없다.
쿡, 증강 현실에 큰 기대
애플이 지난 6월 WWDC에서 공개한 새로운 AR킷(ARKit) 프레임워크를 사용해서 개발자들이 올린 데모 앱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가? 팀 쿡 역시 이런 동영상을 보았다며 몹시 들떠 있었다. 쿡은 "사람들이 AR킷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미 웹에 올라와 있는 것들을 보라. 엔터테인먼트부터 게임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쿡은 증강현실을 가리켜 "역사에 남을 만한 거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몹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쿡은 iOS 11이 나오면 애플이 즉각 "세계 최대의 증강현실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크고 비싼 아이폰도 팔린다
애플이 이번 가을 여러 가지 새로운 기능과 그만큼 높은 가격으로 무장한 세 번째 아이폰 모델을 출시할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만, 최근 애플에 있어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이 흥미롭다는 점은 간과되는 것 같다. 최근 분기에서 아이폰의 평균 판매 가격은 606달러로 올라갔다. 마에스크리에 따르면 평균 판매 가격 상승은 아이폰 7 플러스에 대한 높은 수요에 기인하는데, 이는 작년 한 해 아이폰 7 플러스가 제품 구성에서 차지한 비율이 6S 플러스보다 더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
애플은 아이폰의 판매량을 개별 모델별로 세분화해서 발표한 적이 없지만, 크고 비싼 스마트폰이 예전에 비해 잘 팔리는 것은 확실하다. 아마 애플의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일 것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이 선진 기술에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에서 울고 웃는 애플
팀 쿡의 말대로 "표면적인 수치 아래를 보면" 중국에서 애플의 판매량은 평탄했다. 쿡은 부진한 홍콩 실적이 중국 전체적인 실적을 계속해서 "끌어내리는" 중이라고 말했으며 이러한 상황이 바뀔 가능성에 대해서도 별로 낙관하지 않는 듯했다.
쿡은 위쳇(WeChat)에 대한 질문도 받았다. 중국 사용자들이 위챗을 플랫폼으로 애용하며 기본적으로 위쳇은 iOS와 안드로이드에서 동일하므로 애플에게 골칫거리라는 분석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위챗에만 관심이 있다면 플랫폼을 바꾸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쿡은 이야기를 뒤집어 대답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점유율은 한참 낮기 때문에 위챗의 유행은 곧 안드로이드에서 아이폰으로 전환할 기회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시각이다.
크고 아름다운 공장
최근 미국 대통령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애플이 미국에 "크고 아름다운 3개의 공장"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어리둥절한 사람들은 지금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UBS의 분석가 스티브 밀라노비치가 화요일 컨퍼런스 콜에서 이 말에 대해 직접 쿡에게 물었다.
쿡은 "이 질문은 '애플이 일자리 늘리기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받아들이겠다. 그게 결국 핵심"이라는 말로 신규 공장을 향한 질문의 방향을 살짝 틀었다. 쿡은 미국의 재화와 용역에 소비되는 금액이 500억 달러이며 여기에는 제조와 관련된 비용도 "상당 부분"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쿡은 애플이 첨단 제조 분야에 대한 10억 달러 투자의 일부로 켄터키 주의 코닝 유리 공장에 2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점을 언급한 다음 "투자를 받아서 성장 또는 확장하거나 나아가 미국에 처음으로 사업장을 열 수 있는 공장이 여러 개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국 3개의 크고 아름다운 공장은 애플이 짓는 공장이 아니라 애플이 투자하는 다른 제조업체가 짓는 공장일 수도 있다.
캐묻는 질문, 시도는 좋았지만
컨퍼런스 콜이 열리면 거의 항상 기자나 애널리스트 중 한 명이 애플 경영진이 영업 비밀을 토해내도록 하기 위해 수작을 건다. (그럴 필요도 없는 것이 이번에는 애플 펌웨어 팀이 실수로 기밀을 유출했다) 이번에는 RBC 캐피탈 마켓(RBC Capital Market)의 아미트 다리아나니가 나섰다. 다리아나니의 질문은 "전통적으로 아이폰이 할인 판매되는 시기인 현재 분기의 애플 수익 전망이 견실함에도 불구하고 신형 아이폰이 지연될 수도 있다는 블로그와 부품 공급업체의 이야기를 신뢰할 수 있는가?”였다.
쿡은 "공식 발표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다리아나니는 "알겠다. 한번 찔러나 보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쿠퍼티노의 회의실을 꽉 채운 애플 경영진의 큰 웃음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려왔다. 이 사람들도 컨퍼런스 콜에서 즐거움을 얻어갔으니 한편으로는 공정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