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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이 마침내 워치의 실수를 인정한 걸까

David Price | Macworld 2023.05.31
WWDC 2023이 다가오고 있다. 8개월 전 아이폰 14 출시 이후 대형 이벤트에 굶주린 애플 팬이라면 큰 기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 헤드셋이 일정에 맞춰 완성됐다면 이번 행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소외되고 있는 제품이 의외의 주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 Foundry

바로 애플 워치다. 비공개 정보에 정통한 분석가 마크 거먼은 최근 워치OS 10이 워낙 좋아서 올 하반기에 출시되는 새로운(알려진 바로는 특별한 점도 없는) 애플 워치 하드웨어에는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정도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의 핵심은 '업데이트된' 인터페이스다.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아닌 ‘업데이트’라는 말을 사용한 걸 보면, iOS 7만큼 혁신적이고 놀라운 변화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워치OS 10에서 스마트워치를 조작하는 방식이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로 거먼의 전망이 나온 며칠 뒤 워치OS 10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유출됐다. 이에 따르면 가장 큰 변화는 2015년부터 유지된(2017년에 목록 보기가 추가되긴 했지만), 아이콘이 라벨 없이 벌집 모양으로 배열되는 그리드 보기 앱 레이아웃이 폐기되고, 큼직한 아이콘이 균일한 행으로 배열돼 세로로 스크롤되는 iOS와 비슷한 방식이 도입되는 것이다. 사실 이 방식이 훨씬 더 논리적이고 사용자 친화적으로 보인다. 목록 보기 사용자도 그동안 자주 사용하는 앱을 중앙에 배치할 방법이 없었는데 이렇게 바뀌면 상당히 반길 것이다.

참고로 두 번째 유출된 정보의 출처는 anonymous-A-S라는 이름으로도 활동하는 @analyst941인데, 애플이 최근 이 사람의 정체를 밝혀냈다. 현재 941이 유출한 정보 중에서 정확한 정보와 애플이 의도적으로 흘린 오정보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적어도 워치OS의 경우 다른 소스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주요 내용이 정확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폐기되는 그리드 

사실 그리드 보기에 대한 애플의 오랜 집착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작은 화면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아닐 뿐더러, 이 방식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아이콘에 대한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고(가끔 아이콘 모양이 바뀌기도 한다!) 손가락도 민첩해야 한다. 아마도 애플은 그리드 보기가 애플 워치의 대표적인 특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이폰의 홈 버튼과 노치, 디지털 아일랜드처럼 말이다. 그러나  둘은 명백하게 다르다. 아이폰이 ‘어차피 불가피한 부분이니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라면 그리드 보기는 '그냥' 나쁜 디자인이다. 그동안 손쉽게 개선할 수 있었지만, 이제서야 바로 잡히는 것 뿐이다.
 
그리드 보기는 사용성이 최악이다. ⓒ Dominik Tomaszewski/Foundry

한편 인터페이스 개선은 단순히 아이콘을 재배열하는 데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analyst941에 따르면(다시 강조하지만 확정된 사실이 아니다), 애플은 애플 워치의 홈 화면에 처음으로 폴더를 추가할 예정이다. 언뜻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고 실제 워치OS에서 이 기능이 구현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으니 유용하리라 단언할 수는 없다. iOS의 폴더 시스템을 워치에 그대로 옮긴다면 더욱 그렇다. 애플 인터페이스 디자인 팀은 조니 아이브가 애플을 떠난 뒤 몇 차례 헛발질을 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들이 작은 워치 화면에서 폴더를 제대로 구현할 방법을 결국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분석과 전망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애플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꺼이 '다시 바꾸는' 태도를 가지게 됐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애플의 워치OS 개발에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은 워치OS의 홈 화면과 앱 레이아웃의 변화를 주저했다.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2015년에 그리드 보기가 나온 이후 애플 워치가 제조사와 사용자 두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런 정체는 특히 실망스럽다.

애플은 인터페이스의 또 다른 부분인 측면 버튼도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이 버튼은 연락처 목록 대신 도크를 불러오는 것이 더 직관적이라는 것을 애플도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드 보기 역시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진작에 인정했어야 했다. 
 

원 모어 씽, '위젯'

그리드 보기가 사라지고 폴더가 생기는 변화가 반갑기는 하지만, 애플 워치 인터페이스에서 올해 바뀌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위젯이다. 

거먼은 지난 4월 말 워치OS 10이 앱보다 위젯에 더 초점을 둘 것으로 예측했다. 워치OS 3에서 제거된 한눈에 보기(Glances)와 현재 아이폰 및 아이패드에 구현된 위젯의 중간 형태다(이 부분은 @analyst941의 예측과도 일치한다). 또한 iOS와 아이패드OS의 스마트 스택의 일부 기능도 가져온다. 스마트 스택은 현재 위치와 시간, 그리고 OS가 판단하는 사용자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에 따라 여러 위젯을 바꿔가며 표시하는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필자는  '한눈에 보기' 기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이 기능이 사라질 때도 별로 아쉽지 않았지만, 당시 이 기능을 칭찬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필자 역시 이 기능이 개선돼 구현되며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애플 워치의 작동 방식, 그리고 아이폰 또는 아이패드와 애플 워치를 차별화하는 특징과 한계에 대해 수평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다. 워치는 항상 착용하므로 정보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고유한 편리함이 있다. 반면 화면이 작아 복잡한 탐색 작업에는 근본적인 불편함이 있다. 실제로 지도 앱을 이리저리 조작하기는 불편하지만 저장된 위치에 대한 길 안내는 탭 한번으로 요청할 수 있다. 

따라서 워치에서는 복잡하지 않으면서 앱보다 더 간단한 최적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그 절충점에서 애플 워치는 사용자에게 과도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심층적이고 관련성 있는 정보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데, 새로운 워치OS 위젯이 이 빈 자리에 안성맞춤이다.

물론 워치OS 10 베타가 나올 때까지는 워치 위젯이나 그 외의 인터페이스 개편이 실제로 효과적일지 단언할 수 없다. iOS 7처럼 처음에는 '경계'를 하다가 '심미적 동화'를 거쳐 최종적으로 '수용'되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고, 아니면 나오는 즉시 대인기를 끌거나 완전하게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 워치의 새 인터페이스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상관없이 기존 인터페이스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애플이 마침내 인정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모든 혁신 역시 여기서부터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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