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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 스위프트 제제 단행” 스위프트가 러시아에 핵폭탄급 금융 제재인 이유

Lucas Mearian | Computerworld 2022.03.03
UN과 나토(NATO) 연합이 지난 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첨단 기술의 러시아 수출 금지를 포함한 전례 없는 제재를 쏟아냈다. 

우크라이나와 일부 동맹국이 요구해온 조치는 세계 최대의 금융 거래망인 스위프트(SWIFT, Society of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s)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는 대부분의 국제 금융 거래에서 차단되고, 그 여파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Getty Images Bank

지난 토요일 미국 및 동맹국들은 이 제재안을 실행에 옮겼다. 유럽위원회와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미국의 지도자들은 공동 성명에서 “지목된 여러 러시아 은행을 스위프트 메시징 시스템에서 퇴출할 것이다. 퇴출된 은행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되므로 국제적 운영 역량에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라고 발표했다. 

스위프트는 209개국의 1만 1,000개 이상 금융 기관이 사용하는 금융 메시징 네트워크다. G10 중앙 은행에서 관장하는 스위프트 결제 네트워크는 표준화된 보안 코드를 사용해서 금융 기관이 국제 송금 명령과 같은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도록 한다. 스위프트 네트워크는 기업의 국가 간 결제를 가능하게 해주므로 국제 거래에서는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러시아 제품을 구매하는 EU 기업은 EU 지역 은행에서 러시아 판매 업체의 은행 계좌로 스위프트의 뱅킹 코드를 사용해 대금을 보내야 한다. 

러시아가 이 네트워크에서 퇴출되면 러시아 정부와 기업은 대체 수단을 마련하지 않는 한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결제 대금을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다. 센터 포 이노베이팅 더 퓨처(Center for Innovating the Future)의 공동 창업자이자 글로벌 미래학자인 아심 프라카시에 따르면, 러시아의 석유 및 가스 판매에서 스위프트 네트워크를 통한 결제 비율은 40%에 이른다. 

스위프트 제재의 여파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토요일 밤, 한 MSNBC 기자는 트윗을 통해 “스위프트 제재가 시작되면 신용카드 결제가 될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재 머물고 있는 모스크바 호텔 측에서 조기에 숙박료를 정산해줄 것을 내게 요청했다”고 전했다. 

단, 글로벌 금융 네트워크를 제재 무기로 사용하면, 장기적으로 그 여파는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선 미국 달러, 그리고 정치와 무관한 네트워크라는 스위프트 자체에 대한 신뢰가 저하된다. 프라카시는 이로 인해 현지 통화 거래, 암호화폐 사용, 양국 자유무역 협정과 같은 대안의 개발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중국과 이란, 인도는 이미 현지 통화로 거래를 한다. 

프라카시는 토요일 스위프트 제재가 시행되기에 앞서 “미국이 통화의 무기화 수준을 높이거나 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국가를 늘릴수록 더 많은 국가가 대안을 마련하거나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이미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 러시아는 당연히 대안을 생각해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2014년 당시 스위프트 제재 위협에 대응해 자체 금융 메시지 전송 네트워크인 SPFS를 구축했다. 또한 중국이 스위프트의 대안으로 만든 CiPS(국제 은행 간 결제 시스템)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SPFS를 중국의 CiPS와 통합한다는 계획도 있다. 

설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재로 인한 경제적 난국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해도, 제재 대상인 러시아 은행은 대부분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의 소유이며, 푸틴은 이들의 안위에 대해서는 신경을 쓸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부터 시행된 다국적 제재에서 러시아의 부패정치 세력을 노린 조치가 가장 먼저 나온 이유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 연합 주요 가입국,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가 지난 주 화요일에 발표한 제재에 러시아 2대 금융 기관인 VEB와 방위 산업을 주도하는 러시아 군사 은행인 프롬스비아즈뱅크(Promsvyazbank)의 “전면적 차단”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의 발표에 따르면, VEB는 러시아의 자금 확보, 프롬스비아즈뱅크는 러시아 방위 분야에서 각각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두 기관과 그에 속한 42개 계열사가 보유한 자산 가치만 총 800억 달러에 이른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의 부패 정치에 관여한 것으로 파악된” 핵심 러시아 올리가르히 5명의 금융 거래도 차단했다고 말했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군대와 장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진입함에 따라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강해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진작부터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을 요구해왔지만, 워낙 여파가 큰 조치인 만큼 여러 국가가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목요일이 되자 유럽 중앙 은행,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캐나다 저스틴 트뤼도 총리, 체코 밀로스 제만 대통령이 입을 모아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을 요구했으나 독일이 신중론을 택했고 다른 여러 EU 국가도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G7 관료들은 이 조치가 시행될 경우 러시아 에너지에 대한 결제가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촉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부 회원국이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프라카시는 “서방이 러시아 경제에 타격을 가할 경우 러시아는 그 보복으로 에너지 공급을 끊을 수 있다. 이 경우 천연가스의 65%를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독일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만큼 독일 경제와 사회가 무너지면 나머지 유럽에도 극심한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물, 특히 석유 및 가스 선물에 들어가 있는 서방 은행들의 자금도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프라카시는 바다에는 몇 주, 몇 달 전에 이미 구매가 이뤄진 석유와 가스를 실은 유조선이 항해 중인데, 스위프트에서 러시아를 퇴출할 경우 이와 같은 구매의 정산이 중단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미국과 EU 은행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재가 시행된 상황에서 이와 같은 구매의 정산이 어떻게 처리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바이든은 목요일 기자 회견 중에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서 “유럽이 아직 그 부분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오늘 발표된 제재에 (스위프트 퇴출이)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러시아에서 가장 큰 10개 은행, 그 배후의 올리가르히, 그리고 첨단 기술 부문으로 금융 제재를 더 확대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이어 “전례 없는 수출 규제로 인해 러시아 첨단 기술 수입의 절반 이상이 차단되면서 핵심적인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이 제한되고, 산업 기반이 위축되고, 세계 무대에서 영향력을 행세하려는 러시아의 전략적 야심도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든은 러시아의 스위프트 퇴출이 EU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스위프트 퇴출은 언제든 선택 가능한 옵션이지만, 지금 당장은 유럽 일부에서 원치 않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유럽 지도자들의 승인을 받기 위한 “강력하고 표적화된 제재” 패키지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러시아 경제의 전략적 부문을 대상으로 러시아에 중요한 기술과 시장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것”이며 EU는 러시아의 “현대화 역량”을 제한할 방안도 강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EU와 미국은 지난 금요일 푸틴 및 핵심 보좌관들을 겨냥한 더 직접적인 제재도 시행했다. 기술 제재는 러시아 방위, 항공 및 해양 부문에 중요한 기술의 수출을 금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 바이든은 러시아 방위 분야에 대한 전면적인 제재에 더해, 미국이 출처인 소프트웨어와 기술 또는 장비를 사용해 외국에서 생산되는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해서도 전방위적인 대러시아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재는 반도체, 통신, 암호화 기술, 레이저, 센서, 내비게이션, 항공전자 및 해양 기술을 포괄하며, 첨단 기술에 대한 러시아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프라카시는 첨단 기술 품목에 대한 미국 제재에는 미국 업체가 제조한 제품만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제조 위치에 관계없이 미국 기술(소프트웨어, 센서 등)을 사용하는 모든 제품이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물론 중국이 그 공백을 어느정도 채울 수 있겠지만 이 제재는 세계 곳곳에서 온갖 종류의 제품을 수입하는 러시아 제조업체에 타격을 줄 것”이라며, “러시아 제조업체는 공급망, 결제부터 공장 설비 설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경우 생산 업체 수가 적은 만큼 공급망을 통해 비교적 쉽게 통제가 가능하지만 센서나 소프트웨어 제재는 이야기가 다르다. 프라카시는 “범용 첨단 제품이 국제적으로 제재를 준수하고 이행하기는 상당히 까다로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금융 제재와 함께 러시아의 현대화 역량을 저해하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약화시키기 위해 특정 기술의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프라카시는 “이런 모든 조치의 변수는 물론 러시아의 준비 수준”이라면서 “러시아가 사전에 얼만큼, 어디까지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고 대비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데이트 : 유럽연합은 현지시각 3월 2일 러시아 은행 7곳에 대한 스위프트 퇴출 제재를 시행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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