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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브와 연합한 HP 리버브 G2, 윈도우 MR 헤드셋의 구원투수 될까?

Hayden Dingman  | PCWorld 2020.06.01
HP가 출시한 혼합현실 헤드셋 리버브 G2(Reverb G2)는 윈도우 MR(Windows Mixed Reality, 이후 윈도우 MR)에 절실히 필요한 구원자가 될 수도 있다. 지난주 목요일에 발표했지만 출시일은 가을이다. 그동안 HP는 많은 것을 입증해서 필자를 포함한 회의적인 사용자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

필자는 그간 윈도우 MR 생태계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자주 피력해왔다. 2017년 하드웨어는 다소 실망스러운 품질이었고, 그 후 수 차례 업그레이드가 있었지만 플랫폼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HP 리버브는 오큘러스와 유사한 디자인과 동급 최고의 디스플레이를 선보였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추적 솔루션 때문에 윈도우 MR 플랫폼과 결합하자 마치 페라리에 네모난 바퀴를 단 것처럼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그러니 리버브 G2에는 밸브가 관여했다. 밸브는 HTC와 오리지널 바이브(Vive) 헤드셋을 출시한 적이 있고, 현재는 최고급 VR 헤드셋인 인덱스(Index)를 제조한다. 밸브는 리버브 G2와 함께 출시 이후 첫 플랫폼 진화의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HP를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밸브의 인덱스 하드웨어에서 많은 점을 강화하면서 카메라도 4대로 늘렸다. 
 

카메라를 4대나 탑재한 이유

HP 리버브 G2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 설명하려면, 조금 지루하더라도 먼저 윈도우 MR 플랫폼의 역사와 한계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 HP

첫 번째 출시작은 언제나 불리한 점을 안고 간다. 2017년 출시된 최초의 윈도우 MR 헤드셋은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보다 뛰어난 장점이 한 가지 있었다. 추적 기능이 기본 탑재된 것이다. 때문에 컨트롤러의 동작을 추적하는 별도 센서, 베이스 스테이션(Base Station)이 필요하지 않았다. 리프트와 바이브는 추적을 하려면 실내 곳곳에 장치를 설치해야 했지만 윈도우 MR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윈도우 MR은 장치도 하나, USB 포트도 하나여서 설정이 쉽다. 듀얼 카메라와 센서가 탑재된 헤드셋이 실내에서 사용자의 위치와 두 컨트롤러의 위치를 모두 추적할 수 있다. 헤드셋을 켠 지 1~2분안에 작동한다. 마운팅 하드웨어로 네모난 라이트하우스(Lighthouse) 베이스 스테이션을 벽에 영구적으로 붙여야 하는 바이브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보기에는 안 좋아도 베이스 스테이션이 있으면 추적이 훨씬 정확하다. 바이브는 기준을 높여 상당히 넓은 실내에서도 견고한 추적을 할 수 있었다. 리프트의 룸 스케일 솔루션은 조금 더디게 움직이지만 그래도 윈도우 MR보다는 훨씬 낫다. 윈도우 MR 헤드셋의 듀얼 전면 카메라는 여러 가지 중요한 손동작을 추적하지 못했다.

물건을 던져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바닥에서 물건을 주운 다음 던질 때, 손이 실제로 얼마나 자주 보일까? 손을 들었다가 다시 내릴 때, 사람이 이 동작을 굳이 눈으로 인식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뇌는 물리 계산에 매우 능숙하다. 시야에 나타나지 않아도 팔을 구부리고, 귀 뒤쪽으로 손을 올린 다음, 앞으로 던진다. 아주 직관적이다. 

그러나 윈도우 MR 헤드셋은 손이 시야를 벗어나면 추적하지 못한다. 대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전면 카메라의 비교적 좁은 시야에서 손이 사라지면, 다양한 센서로 손이 있을 만한 위치를 대략 파악한다. 하지만 손이 시야에서 벗어난 시간이 길수록 추정치의 정확도가 떨어진다. 때문에 수퍼핫(Superhot)같이 매 순간의 동작이 중요한 게임은 윈도우 MR 헤드셋으로는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다. 

더욱 큰 단점은, 모든 랜드마크가 일시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면 카메라가 파악하지 못하는 범위가 공간 전체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시야가 여기에서 저기로 널뛰거나 시점이 바닥에서 몇 피트 뜬 상태로 유지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어떤 세션이든 오래 머물수록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다. 

윈도우 MR 초기 헤드셋을 사용해 보면, 기본 탑재된 추적 솔루션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각각 4대, 5대의 카메라를 탑재하고 출시된 오큘러스 퀘스트(Oculus Quest)와 오큘러스 리프트 S에서는 갑자기 기본 탑재된 추적 기능이 상당히 좋아졌다. 물론 퀘스트와 리프트 S의 정밀도는 여전히 인덱스에 견줄 수 없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작업을 충실히 수행하며 인덱스의 베이스 스테이션보다 훨씬 이동성이 뛰어나다. 

리버브 G2는 듀얼 카메라 패러다임을 벗어난 최초의 윈도우 MR 헤드셋이다. 왜 진작 할 수 없었는지, HP만 개발하는 것인지, 혹은 앞으로 모든 윈도우 MR 헤드셋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것을 볼 수 있을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다. 
 
ⓒ HP


하지만 리버브 G2가 기존 윈도우 MR 헤드셋보다 훨씬 매력적인 제품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측면에 있는 2대의 카메라가 윈도우 MR 플랫폼의 추적 문제를 완화할 것이다. 다만, 어느 정도나 도움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사운드 재생, 얼마나 나아졌을까

4대의 카메라 추적 기능은 필수 업그레이드 요소라서 조금 길게 설명했다. 오큘러스 리프트 S와 퀘스트 같은 구형 전면 카메라 제품이면서 단 400달러에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고급 윈도우 MR 헤드셋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HP와 밸브는 리버브 G2의 여러 가지 요소를 개선했는데, 추적 기능도 그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 

리버브 G2는 기본적으로 밸브 인덱스의 보급형 제품이다. 많은 면에서 인덱스와 거의 같다. 대표적으로 스피커를 보면, 사용자 귀 주위에 음장을 형성하는 방식이 인덱스와 같다. 따라서 오리지널 리버브에 적용된 드롭다운 방식의 헤드폰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 HP

또 리버브 G2용으로 새로운 렌즈가 맞춤 개발되었다. 아마 기본적으로는 인덱스 렌즈와 유사해 보이겠지만, HP에 따르면 리버브 G2의 디스플레이에 맞게 살짝 더 크기가 작다고 한다. 그러나 두 헤드셋 모두 동일한 프레스넬(Fresnel) 디자인이고, 물리적인 IPD(Inter Pupil Distance, 렌즈 간격) 슬라이더도 같다.

추적이 잘 유지된다면 리버브 G2는 밸브를 대리해 오큘러스 리프트 S와의 경쟁에 나설 수 있다. 리프트 S의 카메라가 하나 더 많고, 리버브 G2는 인덱스 스피커를 탑재한 점이 다른 정도지만 둘 다 사실상 인덱스와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고, 그러려고도 하지 않는 제품들이다.

정말로 유일하게 걱정하는 것은 컨트롤러다. HP는 기존 윈도우 MR 컨트롤러를 버리고 리버브 G2의 컨트롤러를 재설계했다고 밝혔다. 컨트롤러에서 터치패드를 없애고, 오큘러스 터치(Oculus Touch)처럼 일반적인 ABXY 방식을 따른 것 같다.

진일보한 것은 좋지만, 리버브 G2 컨트롤러는 여전히 오큘러스 터치의 조잡한 복제품으로 보인다. 오리지널 윈도우 MR 컨트롤러가 각지고 어색한 느낌이었음을 감안할 때, 손으로 조작할 때 얼마나 더 편안해졌을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인덱스의 핑거 트래킹(Finger Tracking) 컨트롤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HP

한 가지 더 우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리프트 S와 퀘스트의 가격은 400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VR 헤드셋의 진입 장벽은 2016년 일반 사용자용 모델이 등장한 이후 상당히 낮아졌다. 비록 필자는 1,000달러짜리 인덱스를 선호하지만, 비슷한 보급형 모델을 살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 점에서 리버브 G2는 경쟁력이 낮다. 출시 가격이 600달러로 인덱스보다는 확실히 저렴하지만 리프트 S나 퀘스트보다 훨씬 비싸다. 오큘러스 생태계 제품을 구입할 때 오큘러스 전용 VR 게임 ‘론 에코(Lone Echo)’와 ‘아스가르드의 분노(Asgard’s Wrath)’ 같은 최고의 VR 타이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 배로 실망스럽다. 

물론 리버브 G2는 더 나은 사운드와 디스플레이를 제공한다. 헤드셋을 사용하기 전에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추적 기능이 향상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600달러라는 가격으로 리버브 G2는 이미 불리한 입장에 있다. 리프트S와 퀘스트를 쓰던 사람이 업그레이드를 원한다면 흥미로울 수 있지만, 어차피 몇 백 달러나 더 써야 한다면 인덱스가 아니라 리버브 G2를 선택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업그레이드 선택지가 명확하지 않은 것도 걱정이다. 밸브는 지금까지 교차형 헤드셋(cross-headset) 호환성을 원활하게 지원해왔다. 1세대 바이브 하드웨어와도 호환되므로 헤드셋이나 컨트롤러만 따로 구입하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컨트롤러가 앞으로 출시될 윈도우 MR 플랫폼의 표준이 될지조차 확신이 없어 보이는 점이 조금 아쉽다. VR의 성장에 필요한 마지막 요소는 좀 더 다양해진 시장일 것이다.
 

유망한 미래

아직 본격적인 리뷰를 진행하지는 않았지만, HP 리버브 G2는 궁지에 몰린 윈도우 MR 생태계를 지원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리버브 G2가 오랫동안 오큘러스, 밸브/HTC에 한참 뒤처진 3위에 그친 윈도우 MR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가장 큰 문제 몇 가지는 개선할 수 있다. 

HP 리버브 G2는 올 가을에 출시되며, 현재 선주문을 받고 있다. 출시되면 써보고 싶은 제품이다. VR은 아직도 역사가 짧고,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이다. 선수는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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