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하운드 리서치(Greyhound Research)의 CEO 샌칫 비어 고지아는 "HPE는 기존 주력 시장에서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주니퍼 인수는 이런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 성장을 촉진하는 데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HPE의 네트워킹 자회사 아루바 네트웍스(Aruba Networks)와 주니퍼의 SD-WAN, 클라우드, AI 서비스가 서로 보완할 수 있고, 이를 통해 HPE의 제품군을 강화하고 엣지 네트워킹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HPE가 진짜 원하는 것은 주니퍼의 AI
만약 이번 협상이 성공한다면 HPE는 여러 가지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시스코에 비해 빈약한 네트워크 제품군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단숨에 시스코의 유력 경쟁사로 도약하게 된다.
테크인사이트 텔레콤 스트레티지(TechInsights Telecom Strategies)의 지나 럭은 "주니퍼는 전 세계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시스코에 이은 주요 업체다. 2023년 기준 보안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구독, 서비스 매출을 제외하고 네트워킹 매출만 26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면 HPE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올라간다.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5G와 클라우드 네트워킹 시장에서 단숨에 시스코와 익스트림 네트웍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HPE가 더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주니퍼의 AI 기술일 것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스트 AI다. HPE는 현재 컴퓨팅 사업 전략을 대대적으로 바꾸고 있는데, 그 핵심에 AI의 더 광범위한 활용이 있다. 럭은 "주니퍼의 미스트 AI 플랫폼은 AI 네트워크 관리 측면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고 있다. HPE가 주니퍼를 인수하면 이 기술을 이용해 HPE의 제품군을 개선할 수 있다. 특히 네트워크 관리와 자동화, 오케스트레이션 분야에서 활용할 여지가 많다"라고 말했다.
고지아는 이런 변화가 향후 시장 변화를 고려하면 더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가 자국내 칩 생선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AI 기술에서 칩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센터부터 네트워크까지 포괄적인 제품군을 갖고 다른 파트너십에 대한 필요성을 줄여주는 업체가 시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니퍼 인수는 HPE가 시장을 크게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주니퍼를 인수하면 HPE는 AI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온프레미스 시스템부터 클라우드 네트워크, 데이터센터까지 HPE가 더 다양한 시장에서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의 애널리스트 악사라 바시는 "주니퍼는 기존에 HPE가 아루바 제품군을 통해 공략했던 스위칭, 네트워킹 등 네트워크 사업에서 시너지를 제공할 것이다. 데이터센터 영역 전반에서 HPE 제품군을 확장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AI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만큼 데이터센터내 네트워킹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통합, 규제심사 등 위험 요소도
반면 이번 인수 추진에는 위험 요소도 있다. 무엇보다 양사의 기존 기업 고객이 서로 겹친다. 실제 중복되는 기업 고객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매출 흐름과 세일즈 전략에 있어 이런 중첩은 향후 정리하고 조정해야 할 핵심 요소다. 고지아는 "대부분 인수합병이 그렇듯 현재 주니퍼 제품을 사용하는 기업은 단기적으로 라이선스 측면에서 지출해야 할 비용이 늘어날 것이다. 또한, 이런 대규모 인수 합병이 네트워킹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규제 당국의 심사도 더 지켜봐야 한다. 규제 당국이 시장 경쟁이 저해될 가능성에 대해 들여다 볼 것이 틀림없고 중요한 고려사항인 것도 맞다"라고 말했다.
예상되는 또다른 어려움은 HPE와 주니퍼 제품에서 같은 기능을 하던 소프트웨어의 통합이다. 데이터센터와 텔코용 네트워킹 관련 제품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특정 제품은 아예 단종될 가능성도 있다. 럭은 "제품 통합 과정에서 제품 혹은 서비스, 기술 지원 가격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는데 일부 기업은 이런 상황이 우려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100년 기업의 새로운 성장엔진
HPE와 주니퍼는 모두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시장의 주요 업체지만 AI와 SDN에 대한 접근법은 서로 달랐다. HPE는 온프레미스, 오픈스탠더드 솔루션에 치중했고, 주니퍼는 자체 SDN 기술에 클라우드와 인텐트 기반 자동화를 접목했다. 이런 차이 때문에 인수 이후 어려움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양사의 합병이 성사된다면 파급효과를 상당할 전망이다.
럭은 "상호운용성을 보장하며 이런 기술을 매끄럽게 통합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든다. 하지만 HPE의 AI 전문성과 주니퍼의 SDN 역량을 결합하면 지능성 네트워크 자동화, 자동 복구 인프라, 실시간 네트워크 분석 같은 영역에서 상당한 발전이 있을 것이다. 이는 매우 넓은 기업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여는 데도 도움이 된다. AI와 SDN에 대한 집중을 통해 HPE는 5G 네트워크와 엣지 컴퓨팅의 강자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업력에 100년에 달하는 HPE에게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 바시는 "이번 인수가 성공한다면 HPE는 현재 시스코, 델, 브로드컴이 강력한 입지를 갖고 있는 네트워크 시장에서 유력 도전자가 된다. 또한, AMD, 엔비디아 등과 협력해 더 통합된 제품군을 시장에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 추진 보도에 대해 HPE는 논평을 거부했고, 주니퍼는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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