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 C의 키보드는 보기보다 단단하다.
픽셀 C를 한번 보자. 구글 픽셀 브랜드의 최신 하드웨어인 픽셀 C는 크롬 OS가 아닌 안드로이드를 구동한다. 하지만 이건 안드로이드 OS를 위한 개발 플랫폼 제공의 수단으로 서드파티 하드웨어 파트너들이 만드는 넥서스가 아니다. 전적으로 구글에서 만든 이 픽셀은 구글의 기술로 어떤 수준의 제품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포부를 보여준다.
알루미늄 외장 속의 강력한 힘
크롬북 픽셀은 구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크롬북 이었던 것처럼 픽셀 C도 시장에 나온 가장 강력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될 것이다. 엔비디아 테그라 X1 칩과 3GB RAM이 탑재되었는데 쉴드 TV(Shield TV) 콘솔의 사양과 같다. 2560x1800 해상도의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되어 있다. 이는 태블릿이나 노트북에서는 찾기 힘든 화면 비율로 A용지의 2 제곱근에 맞춰진 것이다.
구글은 500니트라는 디스플레이 밝기를 자랑했는데, 실제로 외부 햇빛과 시연 공간의 조명은 비교도 되지 않았지만 확실히 밝아서 화면을 읽기 쉬웠다. 색상 재현도 훌륭해 보였다. 성능은 그런 최고급 프로세서를 갖춘 일반적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다. 모든 게 단번에 실행되었고 화면 스크롤도 아주 부드러웠다.
태블릿의 외관은 크롬북 픽셀처럼 양극처리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다. 모서리 깎임 없이 깔끔하고 단순한 외관을 유지하고 있다. 453g 정도로 합리적인 무게지만 여전히 요즘 시장에 나온 다른 프리미엄 태블릿 보다는 무겁게 느껴진다. 꽤 큰 34와트 배터리가 탑재되어 사용시간이 10시간을 넘는다고 구글은 말한다.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만 평가했을 때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실제 만져보면 바위처럼 단단하고 (무게감도 있긴 하지만) 매력적인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성능도 환상적이다. 32GB 버전은 499달러이고 64GB 모델은 599달러로 분명 최고급 태블릿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잘 모른다면 “넥서스 10”이라고 부를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얇고 가벼웠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최소한 아이패드와 삼성 갤럭시 탭 S 태블릿에 비교할 때 그렇다. 한 손으로 잡고 책을 보기에는 조금 크고 무거운 감이 있지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쓰는” 태블릿으로는 훌륭하다.
잘려나간 키보드, 비좁지는 않아
하지만 무릎 위에 놓고 쓰는 것은 구글이 의도한 사용법이 아니다. 구글은 키보드와 함께 노트북/태블릿 하이브리드처럼 사람들이 픽셀 C를 쓰도록 하고 싶다. 스타일러스 없는 서피스 프로나 신형 아이패드 프로와 똑같이 말이다.
픽셀 C 키보드는 149달러의 가격에 별도 구매해야 하는 점이 부담이다. 마치 이 키보드 없이 픽셀 C를 쓰면 신성모독처럼 보일 정도로 이 키보드는 사용 경험의 중요한 부분이다. 태블릿 전면에 자석으로 딱 붙어서 가방 속에 넣었을 때 화면을 보호하고, 순수 태블릿으로 픽셀 C를 쓸 때는 올려놓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후면의 넓은 경첩 레버상에 강력한 자석 래치를 올리면 타자 입력하면서 태블릿을 100도에서 135도 각도로 세울 수 있다. (완전히 평면이 되게 설정할 수도 있다)
이 자석 래치는 훌륭하게 작동한다. 강력하고 단순하면서 기대만큼 잘 작동된다. 키보드 그 자체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몇 가지 희생 없이는 표준 크기의 키보드를 이 공간 안에 채워 넣을 수 없다. 모든 키를 작게 만드는 대신 구글은 몇 가지 키를 아예 없애고 몇몇 키는 작게 줄였다. 그 결과 문자 키는 남고 거의 근접한 키보드와 가끔씩 쓰는 기호 키들이 몇 개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 기호 키는 화면에서 터치로 선택해야 한다) 주변부의 다른 키들도 줄어들었다. 어퍼스트로피 키는 아주 작고 엔터 키는 세로로 길게 나왔다. 탭 키는 일반적으로는 문자 키의 1.5배지만 문자 키 반 크기로 줄었다.
그 결과 문제에 부딪히기 전까지는 타이핑하기 편한 키보드가 나왔다. 클릭감 있는 택타일 피드백과 함께 키 탄력과 깊이감도 좋다. 이 키보드에 손이 익숙해지자 노트북에서 하던 것처럼 타자 입력이 가능했다. 어퍼스트로피, 엔터, 탭 키를 입력해야 하는 상황 전까지는 모든 게 원활하다. 새끼손가락은 짧고 키보드에서 쓰기 정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키보드에서 가장자리 키들이 크기가 크다. 이런 키들을 문자 키보다 더 크게 만드는 대신 작게 만드는 바람에 구글은 내 짧은 타자 입력 테스트에서 수많은 짜증스러운 오타를 만들어냈다. 아마도 조금 연습을 거치면 그런 문제가 사라지겠지만, 키보드에 자신의 습관을 맞춰야 하는 키보드를 사람들이 얼마나 환영할까?
이 키보드는 몇 가지 훌륭한 트릭도 갖추고 있다. 블루투스를 통해 연결되지만 태블릿이 도킹되어있지 않을 때는 지능적으로 연결을 중단해 태블릿만 사용하고 있을 때 다른 방에 있는 키보드가 불필요하게 연결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자체 내장 배터리가 키보드에 들어있는데 인덕션을 통해 태블릿에서 충전된다. 태블릿과 키보드를 함께 올려두기만 한다면 키보드 방전을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충전, 마이크, 스피커
충전에 있어서 구글은 성능 수치를 제공하지는 않았지만 픽셀 C상의 USB 3.0 타입 C 포트가 빠르게 태블릿 충전을 가능하게 해줄 충분한 전력을 제공한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휴대폰은 몸 가까이 두고 쓰면서 입에서 그리 멀리 위치해있지 않다. 하지만 태블릿 특히 키보드가 부착된 태블릿은 조금 떨어진 책상 위에 놓고 쓰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구글은 태블릿의 상단 모서리에 4개의 마이크를 연달아 배치해서 “OK 구글”이라고 조금 멀리서 이야기해도 인식 가능하게 만들었다. 게이머와 미디어 애호가들은 픽셀 C의 스테레오 스피커가 반갑겠지만 소란스러운 시연 장소에서 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는 못했다.
픽셀 C의 마이크
픽셀 C는 고상하고 잘 만들어진 컨버터블 태블릿/노트북이다. 시작 가격은 650달러(키보드 포함시)로 서피스 프로나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이다.
안드로이드를 픽셀 C에 올리기로 한 결정은 현명하다. 수많은 안드로이드 앱 특히 오피스 같은 비즈니스 앱들이 존재하기 대문에 생산성을 염두에 둔 태블릿에 안드로이드가 더 적합한 선택이었다. 크롬OS는 키보드 없이 그만한 수준의 작업 처리가 불가능하다. 여러 측면에서 안드로이드의 앱 생태계는 단번에 크롬북 픽셀 랩톱보다 픽셀 C를 훨씬 유용하게 만들어준다.
모두가 픽셀 C와 최근 발표된 아이패드 프로 아니면 엄청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서피스 프로 4에 비교했을 때 어떤지 알고 싶어 한다. 이 컨버터블 기기들 중 어느 하나도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고 픽셀 C 역시 올해 말에나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에 아직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키보드를 갖추고 최고급 태블릿에서 작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올 가을이 안드로이드, iOS, 윈도우 등 선호하는 생태계를 막론하고 최고의 제품들 중에서 최선의 선택이 가능한 시기일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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