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토픽 브리핑 | "쓸모 없거나 꽤 근사하거나" 양자 컴퓨팅에 대한 두 가지 시선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8.10.26
'비고전적 컴퓨팅의 한 유형'. 최근 가트너가 2019년 10대 전략 기술 트렌드 중 하나로 양자 컴퓨팅을 꼽으며 덧붙인 설명이다. 양자 컴퓨팅과 반대되는 고전적 컴퓨팅이라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텔과 AMD의 CPU가 대표적이다. 손톱만 한 공간에 트랜지스터 수십'억' 개를 집적해서 만든 칩으로, 이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노트북과 PC, 서버, 슈퍼 컴퓨터를 만든다. 그렇다면 기존의 컴퓨팅과 다른, 이질적인 기술인 양자 컴퓨팅은 무엇이고 왜 지금 시점에서 주목을 받는 것일까.

IBM 양자 컴퓨터 내부

기존의 트랜지스터는 전자를 흘려보내거나 막는 방법으로 1과 0을 표현하면서 연산을 수행한다. 트랜지스터가 많아질수록 성능도 높아지는데, 지난 수십 년간 이른바 '무어의 법칙'에 따라 트랜지스터의 집적률이 2년마다 2배씩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결국 한계에 부닥치기 마련이다. 인텔이 현재 상용화를 추진하는 것은 10nm 수준의 기술로 가로, 세로 1mm 공간에 트랜지스터가 1억 개 이상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5nm가 물리적인 한계라고 본다. 더 빠른 성능을 구현하려면 고전적 컴퓨팅을 넘어설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 대안 중 하나가 바로 양자 컴퓨팅이다. 양자 컴퓨팅은 트랜지스터 대신 양자의 특성을 이용한다. 예를 들면 중첩(Superposition) 특성을 통해 여러 값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이를 기존 컴퓨팅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2개의 입자로 4번 연산한다고 할 때, 기존의 컴퓨터는 트랜지스터가 00, 01, 10, 11 등 4개 값 중 하나만 결과치로 4번 출력한다. 양자 컴퓨터는 중첩 특성을 이용해 한번 연산마다 4개의 값을 동시에 표현한다. 4번 연산한다면 4의 배열 즉 16개 값의 조합을 동시에 출력한다. 비약적으로 연산이 빨라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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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양자 컴퓨터를 만들 때는 납이나 니오브 같은 초전도체 사이에 매우 얇은 절연체를 넣은 후 영하 270의 극저온 환경을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면 전기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상태가 되고 이때 양자의 고유 특성이 나타난다. 양자의 특성에는 2개의 입자가 하나처럼 행동하는 얽힘(entanglement)도 있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데, 영화 <앤트맨>이 훌륭한 참고자료다. 존재가 불안정한 악당 '고스트'는 중첩을, 양자 세계에 갇혀 있는 슈트 개발자의 아내와 주인공 간의 원거리 소통은 얽힘으로 읽을 수 있다.

현재 IBM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IT 기업이 양자 컴퓨팅 개발에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내에 기존 슈퍼 컴퓨터의 성능을 추월하는 양자 컴퓨터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업체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자 컴퓨팅이 상용화되면 자율 주행 차량의 복잡한 경로 계산이나, 커피의 각성 작용이 체내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세포 단위에서 시뮬레이션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본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현실 화면과 가상 이미지를 빠르게 연산해 보여주는 증강현실(AR) 헤드셋 기기도 더 정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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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기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팅은 아직 개발 초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발 성과를 자랑하는 기업도 정작 세부 내용은 거의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가트너의 리서치 담당 부사장 매튜 브라이스는 "우리는 양자 컴퓨팅에 대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지 못한다. 현재의 양자 컴퓨팅 기술은 표준이 없고 프로세서도 모두 견본용이다. '회로의 전원을 켜고 ‘야호, 회로가 완성됐다!’라고 외치는 수준이다. 결국 아주 근사한 것일 수도 있고, 상온 핵융합처럼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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