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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맥북 프로·서피스 스튜디오로 본 'PC의 미래'

박상훈 기자 | ITWorld 2016.11.04
하드웨어(소프트웨어가 아니라!)의 명가 마이크로소프트가 거대한 태블릿 같은 28인치 올인원 PC를 발표했다. 하키공 모양의 독특한 입력장치가 특히 화제이다. 며칠 뒤 애플도 신형 '맥북 프로'를 내놓았다. 무려 4년 만에 나온 신제품으로, 키보드 맨 위 줄에 펑션키를 대체하는 터치 영역을 추가했다. 두 제품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리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래의 PC'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서피스 스튜디오(왼쪽)와 신형 맥북 프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스튜디오'엔 대형 터치 스크린이 달려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눕혀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도까지 기울여지는데,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최적의 각도라고 한다. 원형의 인터페이스인 '다이얼(Dial)'도 주목받고 있다. 화면 위에 올려놓고 돌리면 화면이 확대, 축소되고, 포토샵 등 프로그램에 따라 메뉴가 직관적으로 바뀐다. 콘텐츠 제작자라면 눈길이 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애플의 신형 맥북 프로를 보면 겉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무게와 두께가 줄고 특유의 사과마크에 불이 들어오지 않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큰 변화가 없다. 대신 바뀐 것은 키보드이다. 펑션키가 있던 가장 윗줄에 '터치 바'라고 불리는 터치 스크린이 들어왔다. 터치 바의 메뉴는 앱에 따라 바뀌는데, 아이메시지 앱을 실행하면 이모티콘이, 워드를 실행하면 글꼴이나 글자 크기를 바꾸는 메뉴가 나타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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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데스크톱으로 대표되는 PC 시장은 지난 5년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 자료를 보면, PC 출하량은 지난 3분기까지 8분기 연속 감소했다. 역사상 가장 긴 침체기를 겪고 있다. 이는 PC 자체가 더는 중요하지 않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성능은 이미 PC를 따라잡았고 외장 키보드를 이용하면 급할 때 PC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일부에선 생산성(무언가를 만드는) 기기로서 'PC의 종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서피스 스튜디오와 신형 맥북 프로는 실험적이고 과격한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포스트 PC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서피스 스튜디오는 '창의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전통적인 작업 외에 쓰고 그리는 작업에서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특히 화면 속 1cm는 실제 1cm와 정확히 대응한다. 메모지, 보고서 같은 책상 위 잡동사니를 '같은 크기로' 화면에 옮길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책상 그 자체를 PC로 대체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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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애플은 적어도 PC 정확히 말하면 노트북이라는 폼팩터를 바꿀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마케팅 수석 부사장 필 쉴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트북의 'L'자 모습에는 무언가 '영원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생산성 기기로서 PC의 역할이 계속될 것이라는 선언인 셈이다. 대신 애플은 '터치 바', '터치 ID' 같은 작은 변화를 계속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키보드를 아마존 킨들 같은 전자잉크 디스플레이로 대체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PC의 종말과 미래의 PC가 공존하는 혼란의 시대에는 안타깝게도 소비자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때로는 불편함을 참아야 하고, 때로는 (아니 거의 어김없이) 더 큰 비용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신형 맥북 프로는 외부 단자를 USB-C로 통일해 버렸다. 기존에 사용하던 주변기기는 물론 심지어 애플의 아이폰을 연결할 때도 별도의 동글을 써야 한다. 공포의 '동글시대'가 도래했다. 동글을 이어 줄넘기도 하겠다는 탄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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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더 논란이다. '터치 바'가 달린 맥북 프로는 지난 세대 맥북보다 39% 비싸다. '신제품이지만 가격은 기존 제품과 거의 같아요!'라고 말하던 발표는 이제 추억이 됐다. 실망한 맥북 프로 수요자가 구형 맥북 프로로 몰리면서 중고가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피스 스튜디오의 경우 최저가가 2,999달러이다.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지만 흔히 경쟁 제품으로 꼽히는 5K 아이맥보다 500달러 이상 비싸다.

이런 가운데 다른 업체도 잇달아 신개념의 PC를 내놓고 있다. 구글은 협업에 특화된 '잼보드(Jamboard)'를 발표했고, 델은 서피스 스튜디오와 흡사한 '스마트 데스크(Smart Desk)' 컨셉을 공개했다. '미래의 PC'는 아직 저 너머에 있다. 현재의 변화가 반가운 사람도 있고, 억울하고 화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가 미래의 PC로 가는 긴 여정을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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