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된 지 약 50년이 지난 마이크로소프트만큼 우여곡절을 겪은 기업은 드물다. 1970년대 PC 혁명의 시작을 도왔으며 1980년대 및 1990년대 기술 세계의 상징이 되었고 기술 세계의 의제를 설정했다. 그러나 연방 반독점 소송 및 CEO 스티브 발머의 형편없는 리더십 이후 악화일로를 걸었다. 2000년에 시작된 ‘잃어버린 10년’ 동안 기술 주도권을 다른 기업들에게 내줬다.
사티야 나델라가 2014년 발머의 후임으로 CEO가 된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특히 윈도우에 의존하는 대신에 클라우드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로 경쟁자들을 압도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오피스, 윈도우 등 기존의 기술을 강화하는 접근법을 취했다. 사실 업계의 누구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딱히 흥미로운 기술을 기대하지 않았으며, 기술 분야의 의제를 설정할 것이라 전망하지 않았다.
그렇다. 분명 그 누구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미래의 삶과 업무에 대해 묻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챗GPT(ChatGPT) 챗봇을 빙에 통합하며 전 세계를 매료시켰다. 단 몇 개월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유틸리티 기업 수준으로 지루한 기업에, 인공지능(AI) 분야의 확실한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멍청한 코타나(Cortana)여 안녕
단시간의 신분 변화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로는 몇 년 동안의 걸음걸음이 축적된 성과다. 필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의 시리(Siri) 및 아마존의 알렉사(Alexa)와 경쟁하기 위해 2014년 출시한 디지털 비서 코타나를 버린 것이 첫 행보였다고 본다.
코타나는 출발부터 순조롭지 못했다. 2018년 말 필자는 코타나가 얼마나 비참하게 실패했는지 기사로 작성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아마존이 알렉사를 구동하는 5,000만 개의 스마트 스피커를 판매했지만 코타나 스마트 스피커 판매량은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였던 점을 언급했다.
당시 거론하기는 했지만 필자조차도 중요성을 놓쳤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움직임이 있었다. 코타나가 AI 및 리서치 사업부에서 경험 및 사용자 팀으로 이관됐던 것이다. 코타나 팀은 분해되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타나 담당 부사장 자비에 솔테로는 연말에 회사를 떠났다. 코타나가 비서로서 유망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신호로만 보였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를 근본적으로 포기했다. 단 이 움직임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AI의 미래가 코타나, 시리, 알렉사 등의 스마트 비서에 있지 않다는 사실을 나델라가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대신에 나델라는 AI의 미래 그리고 아마도 컴퓨팅의 미래는 지금의 ChatGPT 같은 생성형 AI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코타나 팀을 해체하고 약 1년 반이 지난 후 마이크로소프트가 ChatGPT의 개발사인 오픈AI(OpenAI)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이유일 것이다. 최근에는 뒤이은 100억 달러 투자를 발표했다.
나델라는 최근 코타나를 비롯해 업계 전체의 디지털 비서를 다음과 같이 평가절하했다.
“모두 멍청했다. 코타나 또는 알렉사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 또는 시리 등 모두 마찬가지다. 우리는 [방대한 정보]의 프론트 엔드를 노린 다른 제품도 개발했었지만, 결국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챗봇이 최고의 디지털 비서인 이유
여기서 디지털 비서와 생성형 AI 챗봇이 개발되는 (그리고 작동하는) 방식의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나델라가 디지털 비서를 과거로 치부하고 ChatGPT가 미래라고 말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도움이 된다.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한 기사에서 차이점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시리,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의 디지털 비서는 명령-제어 시스템이다. ‘근처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무엇인가?’ 또는 ‘내일 로마의 날씨는 어떠한가?’ 등의 특정 질문과 요청만 이해하고 응답할 수 있다. 그래서 광고 카피 작성부터 기사 요약, 그래픽 생성, 코드 작성까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ChatGPT 같은 챗봇보다 훨씬 제한적이다.
차이점은 또 있다. ‘업무의 미래’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워드(Word) 문서만을 기반으로 파워포인트(PowerPoint) 프레젠테이션을 작성하고 프레젠테이션 전반에 걸쳐 스타일과 애니메이션을 적용하는 등 스스로 오피스 문서를 생성할 수 있는 AI 기반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Microsoft 365 Copilot)에 관해 이야기했다. 심지어 회의록만을 기준으로 비즈니스 제안서의 초안을 작성할 수 있다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밝혔다.
디지털 비서는 또 새로운 작업을 수행하도록 하는 코드 작성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 시리 개선에 참여했던 전 애플 엔지니어 존 버키는 타임지에 시리의 데이터 세트에 새로운 문구 추가하기 등의 단순한 변화도 근본적인 데이터베이스 전체를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최대 6주가 소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검색 도구 등 더욱 복잡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약 1년이 소요될 수 있다.
반면에 ChatGPT 등의 챗봇에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속도는 엄청나다. 사실 매일 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챗봇은 대형 언어 모델 기술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기술 선두주자가 되었다. 코타나에 작별을 고하고 AI 챗봇에 집중하면서 성공할 수 있었다. 경쟁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다. 구글 등의 경쟁기업 또한 수 년 동안 AI에 상당한 리소스를 투입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자체 챗봇 바드(Bard)를 공개했다. 다른 기업도 따라올 것이다.
물론, AI가 예상만큼 혁신적이지 않을 수 있다. 최신 버전인 챗봇 GPT 4도 많은 문제를 겪고 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구원들이 말하는 ‘환상’(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헛소리’)에 취약하며 정답을 모를 때 없는 말을 지어낸다.
하지만 최소한 확실한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과거와 사뭇 다른 입지를 점유했으며, 기술 세계에서 추앙받고 있다는 것이다.
* Preston Gralla는 컴퓨터월드 외부 편집자이자 45권의 서적을 집필한 저술가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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