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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픽 브리핑 | 애플 페이와 NFC, 그리고 한국

이대영 기자 | ITWorld 2014.10.24
2014년 9월 10일. 애플이 애플 페이(Apple Pay) 시스템을 공개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의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지난 몇년 간 신용카드를 대체하겠다는 부푼 꿈을 가진 다양한 NFC 기반의 결제 시스템들이 나왔지만, 확산시키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글 월릿(Google Wallet)의 경우, 안드로이드용 NFC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이동통신사들은 자체적인 NFC 결제 시스템을 밀고 있는 상황인지라 활성화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애플, “아이폰이 지갑을 대신하게 만들” 애플 페이 시스템 공개

애플이 선보인 애플 페이는 한 마디로 아이폰이 지갑을 대신한다는 것이다. 애플 페이는 NFC를 이용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사용자는 휴대폰을 들고 계산대의 센서에 대고 터치ID(TouchID)를 이용해 결제를 완료하기만 하면 된다.
다만 애플 페이는 NFC 칩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폰 6와 6 플러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애플 페이 시스템의 공개 이후, 애널리스트들은 긍정론과 부정론 양 갈래로 나뉘어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선 긍정론부터 살펴보자. 애플이 아이폰 6에서 NFC를 전격적으로 지원하면서 모바일 결제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주장이다.

애플 페이, "모바일 결제 시장 문 열 것"
애플 페이, "NFC 자극하는 촉매제 될 것"

긍정론자들이 주장하는 근거에는 애플, 애플, 애플이다.

애플 페이를 이용해 결제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모바일 결제 방식과 마찬가지로 신용카드나 직불 카드의 정보를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애플은 자사의 결제 방식이 "매우 안전하다"고 밝혔다. 카드번호가 스마트폰 기기 자체나 애플의 서버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 페이는 사용자의 카드 번호를 등록하는 대신 각각의 카드에 암호화된 고유한 '기기 계정 번호'를 부과한 후 이를 사용자의 아이폰이나 애플 워치의 안전한 위치에 저장한다. 그리고 각각의 결제 요청에 대해서는 앞서 설명한 기기 계정 번호를 이용해 일회성의 인증번호를 생성, 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결제 작업을 안전하게 처리한다.

또한 애플 페이의 성공을 예상하는 이유로 아이폰이 갖고 있는 파괴력, 충성도 높은 생태계, 그리고 광범위한 제휴 관계를 들고 있다.

특히 애플의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은 모바일 결제 시장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되는 것이 NFC의 기본 원리이자 취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기 분실, 도난 이후 제 3자의 이용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적인 신원 인증 절차를 도입했는데, 이는 NFC의 확산을 저해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됐다.

수많은 신원 인증 가운데서도 애플은 지문 인식 시스템을 선택해 사용자들이 추가적인 인증 절차를 거치는 부담스러움을 손가락만 갖다대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것이 아이폰 5s에서부터 도입한 지문 인식 기술인 터치ID(TouchID)인데, 이번 애플 페이 시스템에서의 신의 한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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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은 그동안 애플이 오랫동안 사용자들에게 사랑받고 시장을 리딩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실제로, 애플이 가장 큰 성공을 거뒀던 것은 기술이나 시장을 처음으로 개척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타 업체의 추종을 불허하는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 왔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부정론자들이 주장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의 배터리, 애플의 폐쇄성, 미국시장에 국한된 시장 점유율, 그리고 NFC의 보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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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를 사용하려면 NFC 칩이 장착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아이폰 6, 6 플러스만이 탑재되어 있다. 결국 새로운 제품을 구입한 사용자만이 애플 페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어 초기 확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또한 애플이 갖고 있는 시장 점유율이다. 미국 내 40~50%의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통신, 유통, 소매, 서비스 업종에서의 수많은 기업들과 제휴를 맺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10~20% 정도에 불과한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가능할 지 미지수다.

어째든 애플 페이가 확산에 고사 직전의 NFC를 한번더 부상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며, 애플의 주장대로 지갑은 대체하지 못하겠지만, 성공적인 모바일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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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애플은 왜 NFC를 선택했을까? 사실 애플이 추진하고 있었던 기술은 따로 있었다. 아이비콘(iBeacons)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블루투스 기반의 정밀 비콘(Beacons) 기술이다. 2013년 6월 애플은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iOS 소프트웨어 개발 킷(SDK) 내에 새로운 기술 가운데 하나로 아이비콘을 '은밀하게'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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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아이폰 5를 출시할 당시만 하더라도, NFC를 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애플은 당시 NFC를 지원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은 애플이 선택할 모바일 결제 기술에 대해 주목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아이폰 5 출시 이후 1년동안, 그리고 2014년 1월까지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던 기술은 바로 아이비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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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NFC 기반의 애플 페이로 선택하게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기술 및 시장 성숙도로 추정할 수 있다. 지난 수년 간, NFC 기술은 수많은 업체가 적용, 서비스해왔고, 이를 통해 기술적 과제와 문제점, 시장의 한계, 서비스 보안 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쳤다. 이와 함께 사용자들의 인지도 또한 상당히 쌓여있는 상황이었다.

반면, 비콘 기술의 경우 성숙된 기술이 아닌데다가 사용자에게 상당히 낯설고, 시장 또한 그리 크지 못했다. 그렇다고 애플이 지금까지 투자해 온 아이비콘에 대해 버릴 가능성은 없으며,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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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애플은 기술의 혁신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완성된 기술을 얼마나 더 사용자에게 효율적으로, 간편하게 제공하느냐에 초점을 맞춘 업체다.

지금 현재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선택했더라도 비콘 기술이 성숙하고 발전된다면 옮겨탈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이런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애플 페이가 한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현재까지는 없다.

물론 억지를 써서라도 아이폰 6, 6 플러스에서 애플 페이를 이용하려면 방법이 있긴 하다. 우선 미국에서 발행된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하며, 지역은 미국으로 설정하고 운영체제는 iOS 8.1로 업데이트해야 한다.

사실 국내에서의 NFC 기반의 모바일 결제 시장은 기술적으로나, 사용자 요구는 이미 충분히 성숙되어 있다. 하지만 통신 업계와 금융 업계 등의 관련 업체들의 과점적 시장 상황과 정치적, 제도적인 요소가 맞물려 있는데다가 얽혀있는 이해 관계를 풀 수 있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10월 20일, 애플페이 서비스가 마침내 시작됐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런 서비스는 커녕 기기조차 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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