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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에서 무명으로” 화웨이, 유럽에서도 철수 수순

Jürgen Hill | COMPUTERWOCHE 2022.11.30
미국이 다시 한 번 제재를 강화하면서 화웨이는 유럽에서도 철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는 보도자료를 통해 “기존 2개의 유럽 지역(서유럽과 북동유럽)을 하나의 큰 유럽 회사로 통합하고, 뒤셀도르프에 새로운 유럽 본부를 세워 독일 거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런던과 파리, 브뤼셀의 지사는 축소하거나 아예 문을 닫는다. 브뤼셀은 유럽 위원회가 있는 곳이고 통신 및 디지털 관련 정책이 결정되는 곳이다. 보도자료는 브뤼셀 사무실을 얼마나 축소할지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뒤셀도르프 본부의 지사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많은 미디어가 화웨이의 이번 결정을 유럽 사업 철수 결정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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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 강화와 유럽 사업 통합 등 최근 화웨이를 둘러싼 변화로 인해 일반 소비자와 기업 사용자는 어떤 영향을 받을지 불안한 상태에 빠졌다. 일반 소비자 관점에서는 앞으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유럽에서 보기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기존 미국의 제재가 이미 화웨이의 국제 스마트폰 사업에 심각한 피해를 줬기 때문에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제품을 자사 제품에 사용하는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동차 회사가 비상 통화나 연결 서비스용으로 화웨이의 모바일 무선 모듈을 사용하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다. 독일상공회의소 해외 무역 책임자 볼커 트라이어는 “두 거대 경제 주체 간의 무역 분쟁이 심해지면서 해외 활동이 활발한 독일 기업에는 절대적으로 나쁜 시기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미국과 중국이 형성한 경제 구역 간의 공급망이 단절될 우려도 있다. 독일 기업이 정치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운데, 현재 정치권은 중국 전략을 수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비판적인 독일 외무부의 방침과 중국 친화적인 연방 총리실 간의 차이도 크다.

정치 보도 포털 Politico.eu도 화웨이의 유럽 철수를 둘러싼 논란의 불길에 기름을 붓고 있다. 폴리티코는 “미국이 유럽에서 화웨이를 쫓아낸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화웨이가 유럽을 포기하고 독일, 스페인, 헝가리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폴리티코는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의 2022년 7월 내부 연설 내용을 이런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런정페이는 “그동안 우리는 전 인류에게 봉사할 수 있는 세계화의 이상을 추구했다. 오늘날 우리의 이상은 무엇인가? 살아남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 유럽 고위 임원은 “화웨이는 더 이상 세계화의 물결을 타는 곳이 아니다.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 애쓰는 회사이다”라고 더 과격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런정페이의 관점에서 화웨이를 곤경에 빠트린 요인은 세 가지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연결돼 글로벌 공급망을 뒤흔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 의존도에 대한 우려도 커졌고, 러시아산 가스에 대한 의존과 중국산 통신 인프라에 대한 의존 중 어느 것이 더 나쁜지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 제로 정책 때문에 기업 임원들이 출장을 갈 수 없었고, 화웨이는 세계 최대 통신 박람회인 MWC에서 영향력을 보여줄 기회도 잃었다. MWC에서 수천만 유로를 지출하며 위용을 과시하던 화웨이였지만, 이제는 과거의 영광을 미약하게 보여줄 뿐이다.

화웨이의 최근 인력 개발 역시 유럽 철수를 보여준다. 핵심인 브뤼셀 로비 사무소는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와 3명의 주요 로비 직원 및 수석 로비스트가 회사를 떠났다. 서유럽 전역의 정치 업무를 담당하는 토니 진 용은 대부분의 시간을 뒤셀도르프에서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런던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다른 임원들이, 파리에서는 마케팅 및 커뮤니케이션 이사, 정부 및 보안 문제 책임자 및 파리 사무소의 수석 대표가 그만뒀다. 

화웨이가 글로벌 무대에서 철수하는 데는 정치적 이유 외에도 개인적인 이유도 작용할 수 있다. 화웨이 CFO이자 설립자의 딸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사기 혐의로 체포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2021년 3년 만에 출소한 그녀는 선전 본사로 복귀한 뒤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동시에 해외 활동의 비중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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