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PC와 윈도우 8 태블릿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고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데이트를 잠정 중단해야 했다(지난 18일 윈도우 RT 용 업데이트가 윈도우 스토어에서 자취를 감췄고 이는 23일에야 다시 등록됐다). 사용자들은 당황했고, 일부에선 문제를 개선한 8.1 버전이 나온다고 해도 설치하지 않겠다는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이 겪은 오류 메시지는 다양했지만, 상황은 대부분 유사했다. 업데이트 버전을 다운로드, 설치한 후 어느 순간 PC 혹은 태블릿이 저절로 재시동되고 오류 메시지가 표시된다. 이후 업데이트 복구를 시도하지만 이번엔 업데이트가 안 된다.(일부에선 이 문제가 수차례 반복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유일한 해법은 윈도우 8 버전으로 시스템을 복구하는 것뿐이다.
무어 인사이트 & 스트레티지스(Moor Insights & Strategies)의 선임 애널리스트 패트릭 무어헤드 조차 업데이트를 시도했다가 기기 4대에서 ‘문제가 발생해 윈도우 8.1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다시 시도해 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떴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문제가 시작된 시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8 사용자들에게 업데이트 버전을 배포하기 시작한 당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포럼에 접수된 고객 문의에 대한 답변에서 ‘일부 업데이트 오류의 원인은 ‘2차 부팅 과정에서의 드라이버 버그 체크’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사용자들에게 PC에 연결된 모든 불필요한 기기를 연결 해제한 뒤 업데이트를 다시 실행해보고, 새 디바이스 드라이버가 복구되면 이어서 외부 컴포넌트 제조사의 웹사이트를 방문해 최신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컴퓨터 제조사의 웹사이트에서 컴퓨터 상의 모든 기기와 관련한 최신 윈도우 8 드라이버를 검색해 웹사이트의 지시에 따라 설치하십시오”라고 답했다.
약간의 IT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는 업데이트하기 위해 이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과정을 진행해야 하는지 불평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잘못된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다운로드해 설치하면 그 자체로 새로운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이런 방법으로도 별 소용이 없었다고 새로운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결국 사용자들이 혼란과 분노를 느끼는 것은 윈도우 8 업데이트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사항들이 새 버전 업데이트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일 것이다.
듀데인코(Dudeinco)라는 이름의 사용자는 “아예 기본적 틀 자체가 바뀐 윈도우 8 업데이트 당시에도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UI나 코드 변화도 많지 않은 이번 경우엔 왜 이러는 것인가?”라며 “윈도우라면 30년간 가정에서도 기업에서도 훌륭하게 역할 해온 OS가 아니었나?”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그는 윈도우 8.1 프리뷰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와서 프리뷰 당시에도 문제가 있었음을 다시 얘기하는 것이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 밖에 안 되겠지만, 이번 문제는 아무리 마이크로소프트의 팬이라도 감싸줄 수 없다”며 “프리뷰의 목적은 문제를 확인하고 그것을 손보기 위함이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업데이트 실패 이후 표시되는 타 오류 메시지들을 주제로 한 포럼 스레드도 개설됐다. 일부 게시글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지원 전문가들의 답변이 달렸지만 그렇지 못한 글도 많았다. (일부 답변은 그들이 애용하는, 확인되지 않은 서드 파티 애플리케이션들에 책임을 돌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다시금 사용자의 몫이 돼버린 것이다.
실제로 한 게시글에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PC 마더보드 내 엔비디아 GTX780 SLI 그래픽 칩셋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지를 얻어가자 어느 틈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 기술자가 해당 드라이버를 확인해 볼 것을 조언하는 우스운 상황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동안 윈도우 업그레이드(윈도우 7에서 윈도우 8로의 변화와 같이 판 자체를 업데이트하는 경우) 때마다 PC를 구성하는 여러 컴포넌트와 주변 기기, 소프트웨어들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흔히 있었다.
윈도우 비스타의 경우 이번 8.1 업데이트 사태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심각한 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주변 기기들과 호환이 되지 않는 새로운 디바이스 드라이버 아키텍처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이 새로운 OS 용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개발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결국 운영 체제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 윈도우 8.1의 문제는 그와 조금 다른 상황이다. (아마 비스타 사태보다 더 큰 문제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초기부터 쏟아지고 있고, 더군다나 비스타가 배포된 2007년과 달리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기기 시장에서 후발 주자로 쫓으면서 그들의 주종목이던 PC 산업은 이전만큼의 위용을 과시하지 못하고 있다.
윈도우 8.1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이 구성한, 더 짧아진 OS 업데이트 사이클의 첫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발걸음이 빨라졌다는 것이 절대 업데이트 문제를 정당화하는 변명이 될 수 없다.
듀데인코와 같은 사용자들이 지적하는 부분도 바로 이것이다. 자신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소개한 그는 지원 포럼에서 “난 지금껏 마이크로소프트 만을 이용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업데이트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업데이트가 야기할 불안정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dito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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