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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맥은 결국 타자기일 뿐이다

Jason Snell | Macworld 2015.05.29
필자의 동료 중에는 1980년대 애플이 설계한 키보드로 타이핑하는 사람도 있다. 키보드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키보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키보드가 디지털 기기에서 언어를 사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도구라는 점을 확실하다.

지난 26일(현지 시각) 애플인사이더(AppleInsider)는 애플의 멀티터치 키보드 특허에 관해 보도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트랙패드가 없는 애플 키보드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터치 기능이 탑재된 키캡이 트랙태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꽤 엉뚱한 아이디어라는 측면도 없지 않아 있으며, 애플 기술이 모두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업 특허는 괴상한 것들이 많다.

그러나 이 보도 덕분에 내 머릿속을 스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최근 맥북 키보드에 관한 불평이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애플의 미래형 텍스트 입력 기술과 방향성에 대해 한 번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애플은 맥북을 통해 전통적인 키보드 가운데서도 가장 얇은 키보드를 만들어왔다. 맥북의 두께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주 목적이다. 애플은 키 사이의 간격을 줄이는 대신 키캡의 넓이를 넓혀 안정적인 사용감을 확보했고, 키캡을 더 쉽게 누를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런 형태의 키보드를 좋아하는 사람,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 필자처럼 이를 싫어하는 이도 있다.

IOS 기기의 키보드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없는 반면, 맥북 키보드에 대한 이야기는 넘친다는 점이 흥미롭다. iOS도 외장 키보드를 지원하며, 또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는 소프트웨어 키보드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 iOS 8부터는 서드파티 개발업체의 키보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이를 실제로 사용해보고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만나지 못한 것 같다.

필자는 애플 iOS 기기에서 텍스트를 입력할 때 키보드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키보드 공간를 배치할 수 없는 애플 워치는 STT(Speech-To-Text)나 녹음된 오디오 파일로 메시지를 전송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iOS의 STT 기술은 계속 나아지고 있다. 미래는 음성이다.

애플이 키보드를 없앨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항상 스마트폰을 대고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이용해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이 훨씬 빠르기도 하다는 점도 큰 이유다. 그러나 애플의 입장에서 앞으로 15년 동안의 텍스트 입력 기술 발전 방향을 생각해보자. 애플 직원 중에 2030년까지의 키보드 기술 개선 방향을 생각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고 있긴 할까?

추측하건대, 애플 입장에서는 키보드는 이미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키보드 기술이 발전할 수 있으나,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키보드일 뿐이다.

나는 내 차와 트럭만큼 맥을 좋아한다. 그러나 어떻게 보자면 맥은 구식 기술이다. 디지털 기기의 타자기라고도 볼 수 있다. 커서와 키보드, 그리고 한때는 필수였지만 지금은 옵션인 주변기기(프린터 등)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기일 뿐이다.

맥이 강력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소설을 쓴다면 전화기의 음성 타이핑보다는 물리적 키보드를 이용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기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혁신을 창조할 방법을 찾는 애플의 입장에서 맥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 심지어는 애플 TV만큼의 큰 기회를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애플의 새 키보드 특허 소식을 접하고, 애플이 맥 설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지나친 혁신을 추구하면 소비자가 따라오지 못한다. 맥북을 사고 싶은 고객에게 아이패드 같은 기기를 줄 수는 없는 법이다. 아이패드를 원한다면 그냥 아이패드를 구입할 것이다.

애플이 트랙패드를 없애고, 키보드에 터치 센서를 통합할 수 있을까? 그럴 것이다. 흥미롭게 들리는 기술이다. 그리고 애플이 이런 기술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은 애플 내부에 PC를 발전시킬 방법을 찾으려 시도하는 엔지니어가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애플이 언젠가는 맥 키보드를 햅틱 피드백 기술이 탑재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로 대체할 날도 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맥북 키보드의 키 사이 간격이 부족한 점에 불평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이 현실이 되면 미쳐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는 틀을 깨는 혁신이라고 본다.

애플은 어느 시점이 되면 제품의 혁신을 극대화해 뭔가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 최상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런 시기에 도달하면 PC의 공간이 진짜 협소해질 것이다. 그러나 혁신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애플에게 후한 점수를 줘야 한다. 아직도 구식 PC의 발전 방향을 찾으려 노력하는 유일한 업체이기 때문이다. 애플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해 행동을 멈추는 순간이 PC는 타자기 신세로 전락할 것이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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