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글로벌 칼럼 | "혁신 vs. 실행?" 아니,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Rob Enderle | Computerworld 2022.12.21
2023년이 다가오면서 필자는 곧 열리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 기업이 무엇을 발표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필자와 만난 많은 기업이 혁신을 강조했고 CES 역시 올해 첫 번째 빅테크 행사이기 때문에 이런 기업을 새해의 혁신 리더로 선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혁신은 위험을 수반한다. 많은 기업이 이 사실을 잊고 위험을 회피하려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혁신 경로에 문제가 발생한다. "혁신 vs. 실행" 논쟁에서, 왜 실행 및 실패 허용이 진정한 혁신에 필수적인지 함께 생각해보자.
 
ⓒ Getty Image Bank
 

스마트폰 업계를 평정하다 

이번 세기 가장 혁신적으로 보이는 제품 중 하나는 2007년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다. 그러나 그보다 약 5년 전 필립스는 유사한 개념을 선보였고, 그보다 1년 전 LG는 비슷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필자의 고객사임을 미리 밝힌다), 팜(Palm)의 경우 아이폰과 같은 제품에 개발하는 워킹 그룹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먼저 실행한 것은 바로 애플이었다.

다른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준비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들 중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립스는 기술에서 너무 앞서 있었고(롤러블 스크린을 갖춘 시제품을 만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팜의 CEO는 스마트폰을 기업용으로만 생각했으며, LG는 실행 방식이 너무 부실해 프라다 폰(Prada phone)이 실패하고 말았다(결국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었다). 여기서 중요한 교훈은 시장이 혁신의 혜택을 보고 이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실행한 기업이 애플이었다는 점이다.
 

리스크 감수하기  

필자는 몇 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CES에서 포드의 CEO와 만났다. 일부 기업은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애널리스트를 선호한다. 대부분은 이미 내려진 결정을 지지하는 이들을 좋아하지만, 필자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미팅이 끝난 후 필자는 포드가 테슬라로부터 신속히 배울 필요가 있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테슬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포드를 추월할 것이고, CEO는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 방에 있던 다른 애널리스트는 필자를 비판했고 필자가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른다며 포드를 칭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요즘 테슬라는 CEO인 일론 머스크를 제외하면 전혀 문제가 없는 반면, 포드 CEO는 이미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포드는 테슬라가 성공 가도를 달려온 이유를 진정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포드 F-150 라이트닝(Ford F-150 Lightning), 머스탱 마하-E(Mustang Mach-E) 같은 강력한 제품을 갖고도 시장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여담이지만 머스크가 기존 자동차 기업보다 테슬라에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모습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 미팅에서 기억에 남는 또 다른 순간은 전 CEO가 리스크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한 것이었다. 그는 포드가 리스크를 허용하지 않았고 경영진이 실패할 경우 일자리를 잃지 않고 기회를 잡도록 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고 정확히 지적했다. 이는 상당히 중요하다. 위험을 수반하는 혁신의 길을 갔던 이들을 해고하면, 결국은 경쟁자에게 도움이 될 뿐이다. 테슬라가 그랬듯이 말이다.

리스크 수용에는 두 가지 선택지만 있다. 수용하거나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가장 강력한 제품이 수반하는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으려는 경우, 시니어 리더십은 리스크를 허용하지 않으므로 직원은 이를 피하는 것이 좋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이 때문에 혁신은 어려워진다.
 

마케팅 전략 

혁신은 대대적인 마케팅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변화를 좋아하지 않지만, 변화를 도입하지 않고는 혁신할 방법이 없다. 잠재적인 구매자에게 이러한 변화의 혜택이 가치가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최고의 제품을 가지고 있어도 시장에서 여전히 뒤처질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준(Zune)이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은 당시 아이팟보다 더 혁신적이었다. 더 강력했고, 영상 재생 및 합법적 음악 공유가 가능했으며, 여러 가지 색상으로 출시됐다(이후 아이팟은 이 모든 것을 따라 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러한 비교우위를 마케팅하지 않았고, 디자인은 덜 매력적이었다. 또한 준은 구독해야 했고, 비디오를 작동시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실행 문제를 해결해 준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비디오를 제대로 작동시켰으며, 심지어 구독 서비스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오도록 했다. 그러나 결국 마케팅을 줄이면서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팬들 마저 잃어버렸다.

혁신은 차별화를 위해 실행과 마케팅 모두를 필요로 한다. 또한 가장 혁신적인 제품의 경우, 실행 및 마케팅 니즈가 가장 많다. 테슬라가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는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환경 의식이 높은 구매자’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또한 독특한 차량(그리고 강력한 고객 옹호)를 통해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됐다. 그러나 전기차의 다음 트렌드가 다가오는 가운데 테슬라는 CEO의 부재 문제를 겪고 있다. 여기서 경로를 바로잡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균형 바로잡기  

업체가 차별화를 ‘혁신’으로 시작할 때 필자는 종종 속상하다. 혁신은 ‘실행’의 부차적인 역할을 하다가 기존 도구와 서비스가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할 때만 사용돼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름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다름의 메시지로 이끄는 것은 대부분 실수다. 혁신은 경쟁자를 따돌리고 시장을 확보하거나 현재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 이는 높은 수준의 실행 및 최고 수준의 일관된 마케팅이 필요하다. 애플은 바로 이러한 방식을 아이팟과 아이폰에 적용했다.

충분히 잘 실행할 수 있고, 경쟁력 차이가 충분히 클 경우 마케팅 없이도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테슬라는 보여줬다. 하지만 테슬라는 경쟁할 다른 전기차가 없었던 반면, 애플은 당시 스마트폰 시장이 비교적 성숙했다는 점을 기억하자. 결국 정말 혁신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혁신을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는지 분명히 체크해야 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현재 가려는 길을 재고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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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ags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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