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기술 부문 기자 트립 미클이 쓴 “어떻게 테크노크라트 집단이 애플의 실세로 부상했나”라는 제목의 기사도 마찬가지다. 테크노크라트? 차라리 테크노크라트가 아니라 오토봇이 애플을 장악했다고 써도 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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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클 기자는 조니 아이브를 “매우 창의적인 사상가”로 묘사하는 반면 팀쿡은 디자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조금이라도 괴짜 같은 사람은 모조리 쫓아내려 하는, 무미건조한 경영인으로 기술한다. 두 사람의 철학이 충돌하여 결국 아이브가 애플을 퇴사하게 됐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미클 기자는 팀쿡과 아이브가 한 말을 인용까지 하면서 두 사람 사이의 불화에 관해 얘기했다. 단지 팀쿡과의 다툼으로 인해 아이브가 애플을 떠났다고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브가 때때로 애플하고 협업하는 것을 보면 두 사람의 사이가 매우 나쁘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원만한 이별은 세간의 관심을 끌기 힘들지 않은가?
자, 이제 매칼로페가 ‘접시물에 코 박고 익사하기 챌린지’라고 이름 붙인 도전에 시도할 순간이다. 링크의 기사를 읽으면 매문단 머리를 숙이고 싶은 유혹이 다가올 것이다.
팀쿡은 새로운 사업 전략을 추진했다. 그 결과 애플은 획기적인 전자제품을 만드는 회사보다 TV 프로그램과 신용카드를 만드는 회사로 더 잘 알려지게 됐다.
아직 얼굴이 젖지 않았는가? 매칼로페의 얼굴은 이미 질척하다.
사람들이 애플을 생각할 때 이제 맥, 아이패드, 아이폰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니, 정말 놀라운 발상이다.
타임스는 미클 기자의 책에 대한 리뷰에서 애플 내부의 기록을 기술한 점을 높게 평했지만 그의 분석에 의문점을 제기했다.
책의 결론에서 결국 팀 쿡과 조니 아이브가 아이폰의 후속작이라고 할 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지 못했다는 주장은 다소 터무니없다. 무엇보다 앞선 400쪽의 내용이 그 증거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애플이 아이폰만큼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그런 제품을 만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애플을 떠나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보자. 그 누구도 아이폰만큼 획기적인 전자기기를 만들었다고 보기 힘들다. 이것이 ‘기업 분석’이라는 명분 아래 애플의 혁신 부재를 손가락질하는 많은 사람들의 문제다. 애플이 내놓는 모든 제품이 첫 번째 아이폰과 비교된다. 마치 애플이 3년마다 세상을 바꾸는 제품을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어처구니없이 높은 잣대로 애플을 평가한다. 그 어떤 다른 회사도 이렇게 높은 잣대로 평가되지 않는다.
조니 아이브가 떠나자, 팀 쿡은 회사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기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팀 쿡이 CEO로 취임한 지 무려 6년이나 지난 2017년에야 팀 쿡이 자기 생각대로 회사를 바꾸기 시작했다는 것인가? 팀 쿡이 그야말로 게으른 인물인가 보다.
세간의 상식과 너무도 달라 누가 썼는지 다시 확인해봤다. 기사 상단에는 분명히 ‘트립 미클’이라고 명기돼 있었다. 그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단언을 서슴치 않았다.
애플의 제품은 조니 아이브가 떠날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클에게는 애플의 실리콘이 사소한 발표꺼리였던 듯싶다. 감히 2021 맥 디자인에 앞서 언급될 만한 존재가 아니었던 게다. 그리고 애플은 뻔뻔하게도 이 사소한 발표를 앞세우는 만행을 저지른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 2004년 아이맥이 등장한 이후 하나의 스탠드와 하나의 스크린으로 구성된 바로 그 디자인? 모든 것을 뚫는 창과 결코 뚫리지 않는 방패가 함께 존재할 수는 없다. 이브 시절의 제품과 같은 이브 이후의 제품을 두고 개탄하는 격이다.
적어도 맥북 프로 제품군은 오히려 조니 아이브가 떠난 뒤 크게 개선됐다. 오늘날 맥북 프로는 더 이상 얇은 두께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지 않으며, 키보드의 내구성은 조금만 세게 두드려도 망가질 정도로 형편없지 않다. ‘창의성의 신’은 분명 엄청난 창작물을 만들었을지 모르지만 때로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짓을 했다는 것 또한 잊으면 안 된다.
맥 제품군 전체를 살펴보아도 조니 아이브가 떠난 뒤에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점은 반박이 어렵다. 또한 그가 함께 참여하여 만든 새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모두가 환영했던 것도 아니다.
조니 아이브가 엄청난 수재이며 애플에 수십 년 동안 지대한 기여를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는 애플의 근간을 지탱하는 기둥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매칼로페는 맥월드에 정기적으로 기고하는 외부 필자다. 그가 비판하는 대상에는 맥월드도 포함된다. ciokr@i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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