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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칼럼 | “애플은 고집을 버릴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

Dan Moren | Macworld 2022.03.30
애플의 내면에는 2마리 늑대가 있다. 약간의 농담을 섞어 한 말이지만, 애플의 영혼마저 뒤흔드는 내부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 Apple

한 쪽에는 애플의 본질적인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많은 기조 연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애플은 사용자에게 경이로움과 기쁨을 선사하는 일을 좋아한다. 그래서 애플은 사용자가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도 해결할 솔루션을 만든다. 물론 잘만 만들면 대단한 성과로 이어진다. 애플 최고 제품인 아이폰과 최초의 맥 등은 이런 창의성이 적용돼 탄생한 결과물이다.

하지만 애플은 이런 이상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으로도 유명하다. ‘애플이 가장 잘 안다’라는 신조가 있을 정도이다. 애플은 기능보다 형태에 집착하거나 오직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할 때가 많다. 애플은 성가신 사용자를 상대할 일만 없으면 애플 제품은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양면성은 연속선상에 존재한다. 그동안 애플의 행보는 어느 한 쪽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양극단을 시계추처럼 왔다갔다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몇 년 동안 제품에 대한 자사만의 확고한 철학을 향해 나아가는 듯 했지만, 최근 출시한 제품으로 미루어 보면, 다시금 사용자에게 경이로움과 기쁨을 가져다 주는 방향으로 굳건히 나아가고 있다.
 

입출력 장치를 탑재한 맥 스튜디오

새로 나온 맥 스튜디오(Mac Studio)는 애플 매니아의 의지로 탄생한 제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맥(iMac)과 같은 내장 디스플레이는 없지만 맥 프로(Mac Pro)처럼 큰 돈이 들지 않는 고성능 데스크톱인 중간급 데스크톱 맥, 일명 ‘엑스맥(xMac)’ 사용자의 오랜 열망에 부응한다.
 
맥 스튜디오는 사용자가 원했던 엑스맥과 같다. ⓒ Willis Lai/Foundry

그 자체로는 주목할 만하다. 어쩌면 애플은 맥 스튜디오를 지난 20년 동안 한 번쯤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로 전환하면서 확실히 맥 스튜디오 설계가 수월해졌다. 전력 소모가 큰 것으로 유명한 인텔 칩을 사용하지 않아 그만큼 손해볼 일도 줄었다. 예를 들어, 이제 애플은 소음이 큰 고성능 냉각 시스템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쨌든 애플 맥 스튜디오 출시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에 다시금 귀를 기울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강조하기라도 하듯 맥 스튜디오의 디자인은 모든 각도에서 실용성이 눈에 띈다. USB 포트와 SD 카드 슬롯이 전면에 배치되고 USB-A 포트와 HDMI 포트도 들어간 맥 스튜디오는 그동안 미니멀함과 깔끔함을 중시하는 애플의 고집 때문에 포트 수 부족에 시달리고 썸드라이브는 기기 후면에 꽂아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던 고객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디자인은 외관이 아닌 기능이 중요하다는 스티브 잡스의 옛 철학을 명확하게 구현했다.
 

전용 디스플레이

맥 스튜디오 이외에도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품이 이번 달에 출시됐다. 애플이 외장 디스플레이 시장을 외면하는 바람에 미흡한 서드파티 제품을 선택해야 했던 시절은 2019년 프로 디스플레이 XDR(Pro Display XDR)의 출시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XDR은 짝꿍인 맥 프로와 마찬가지로 일반 사용자가 아닌 전문가를 겨냥한 고가 제품이었다. 일반 사용자는 27인치 맥과 똑같은 패널을 사용하는 저가 디스플레이가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려놓지 못했다.

이런 소망은 스튜디오 디스플레이(Studio Display)로 실현됐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 실망한 사용자도 일부 있기는 하다.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는 맥 스튜디오만큼 명백하게 시계추 방향이 바뀐 사례는 아니다. 센터 스테이지(Center Stage) 카메라의 HDR 지원 미흡과 같은 애플 특유의 ‘싫으면 말고’ 식의 고집이 반영된 부분이 많다. 애플은 나름대로 사용자 요구를 반영하려고 했지만, 사용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늘 일치한 적은 없다.

한 가지 사례로, 기본 스탠드는 높이가 정해져 있다. 애플처럼 건강에 신경 쓰는 회사라면 고정된 모니터 높이가 인체공학적으로 좋지 않다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실제로 애플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스탠드를 400달러에 따로 판매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스탠드는 수익을 내기 위한 것으로, 순수하게 애플의 디자인 비전을 실현할 목적은 아니다. 그 전에 나온 24인치 맥처럼 애플은 고정된 스탠드는 최선의 옵션이며, 400달러를 따로 내지 않는 한 대안이 없다는 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더 좋든 나쁘든, 스튜디오 디스플레이에는 사용자의 요청이 대부분 반영됐다.
 
애플은 사용자 요구에 부응한 스튜디오 디스플레이를 출시했지만, 모든 사용자의 호감을 얻지는 못했다. ⓒ Willis Lai/Foundry
 

시계추의 움직임

필자 생각에 진정한 문제는 애플의 시계추가 아직 움직이는 중인지, 혹은 기능보다 형태를 중시한다는 극단을 향해 회귀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필자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전자에 가깝다. 애플은 지난 몇 년 동안 디자인에 관한 잘못된 결정으로 인한 여파에서 회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노트북에 USB-C가 아닌 포트를 모두 없앴으며, 사용자가 매우 싫어하는 나비식 키보드를 도입했다. 이로 인해 사용자 불만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애플이 오래 전부터 사용자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더욱 부각됐다.

하지만 다른 측면도 봐야 한다. 애플이 3월 이벤트 말미에 살짝 언급한 맥 프로 업데이트 제품에 사용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의 가장 강력한 데스크톱인 맥 프로는 애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아니지만, 자기 주장을 끈질기게 내세우는 사용자를 위한 것이다.

다가올 애플 WWDC에서 많은 사용자가 올해 주요 소프트웨어 플랫폼 업데이트로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과연 애플은 문제를 찾아 나선 솔루션을 선보일지 아니면 경이로움과 기쁨을 선사할 혁신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ditor@itwor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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