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S

아이폰에서 자동 수정이 지금까지 개선되지 않는 이유

Jason Cross | Macworld 2022.02.14
아이폰으로 ‘오늘 점심 뭐 먹고 싶어?(What do you want for lunch today?)’와 같은 간단한 영어 문장을 입력하는 도중 단어가 엉뚱한 철자로 바뀐 적이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을 의미하는 ‘Today’가 ‘깔끔하다’라는 뜻의 ‘Tidy’로 변경되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 수정으로 인한 실수는 워낙 흔하고 오래 전부터 있었다. 따라서 이제 사용자는 원래 문장이 의도치 않게 우스워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왜 그럴까? 터치 전용 키보드 입력을 대중화한 아이폰이 출시된 지 15년이 넘었고, 자동 수정은 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에 대문자 고정 키를 잘못 눌러 생긴, 혹은 흔하게 발생하는 오탈자를 자동으로 고치는 기능이 탑재되면서부터 여러가지 형태로 존재해 왔다.

그렇게 수십년 동안 수십억 대의 장치가 판매되고 머신러닝과 AI까지 혜성처럼 등장한 동안, 자동 수정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미흡하다. 한 글자만 바꾸면 되는 것을 완전히 말도 안 되는 단어로 바꿔 버리니 이제는 퇴보한 느낌마저 든다. 자동 수정이 그렇게 어려운 기능일까? 혹은 애플이 올바른 자동 수정 방식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자동 수정은 더 이상 애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일까?
 
한 단어라도 자동 수정으로 인한 오탈자가 발생하면 문장 전체가 완전히 이상한 의미가 된다. ⓒ IDG
 

9의 행진

필자는 약 20년 전, 최신 음성 받아쓰기 소프트웨어에 대한 조사와 집필 작업을 하다가 ‘9의 행진’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됐다. 물론 ‘9의 행진’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는 모른다. 그때는 컴퓨터에 명령하려면 드래곤 딕테이트(Dragon Dictate)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하던 시절이다.

받아쓰기 소프트웨어의 정확도가 90%라고 하면 언뜻 좋아 보이지만 사실 크게 의미가 없다. 10단어 중 1개 꼴로 수정해야 한다면 시간 절약의 효과가 미미하다. 정확도가 99%라고 해도 사실 부족하다. 하지만 99.9%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컴퓨터에 받아쓰기를 시킬 수 있으며, 1,000단어 당 수정할 언어가 하나뿐이라면 사용이 매우 쉬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간도 크게 절약된다.

여기서 정확도 99%와 정확도 90%을 비교하면 전자는 후자보다 9%가 아닌 1,000% 더 정확하다. 10단어 당 1개이던 오류가 100단어 당 하나로 줄었기 때문에 정확도는 10배가 더 개선된 것이다.

자동화 프로세스의 정확도에 9를 하나 더 붙이려면 실제로 10배를 개선해야 하지만 사용자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99.999%보다 99.9999%가 사용자 입장에서 훨씬 낫다는 느낌이 없는 반면, 컴퓨터가 이를 구현하는 것은 10배 더 어렵다.

자동 수정은 ‘9의 행진’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일까? 애플은 사용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몰래 엄청난 도약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머신러닝 작업에 사용될 수 있는 연산 능력은 10년 전보다 수백 배 증가했지만 자동 수정의 오류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이름에 맞지 않는 자연어 처리

많은 IT 기업이 시리(Siri)나 알렉사(Alexa)와 같은 음성 비서와 음성 받아쓰기, 자동 수정에 자연어 처리 기술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진정한 자연어 처리와 아직 거리가 멀다. 머신러닝을 동원해 말의 일부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정도로, 의미론적 의미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모퉁이에 있는 가게에서 버터 한 개 사다줘. 그리고 무염인지도 확인해 줘’라는 명령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무염이 지칭하는 것이 버터라는 것은 누구나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문법적으로는 가게일 수도 있지만 무염 가게라는 단어는 없다. 두 번째 문장을 ‘오늘 열었는지 확인해 줘’로 바꾸면 가게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작업은 사람에게 식은 죽 먹기이지만 컴퓨터는 잘 하지 못한다. 언어 시스템 자체가 단어의 종류와 철자는 구분할 수 있어도 단어의 실제 의미는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음성 비서와 받아쓰기, 자동 수정 등 이런 모든 컴퓨터 언어 기반 시스템은 음성 샘플이나 텍스트 문장을 가지고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 육두문자, 대명사 등으로 꼼꼼히 분류하는 작업에 의존하다. 이 작업을 수행하는 데 처우가 열악한 수많은 하청업체가 동원된다.

예를 들어, 컴퓨터에 오탈자가 포함된 ‘내가 방금 만든 이 수프 맛 좀 봐(Taste this soop I just made)’라고 입력했을 때 수프의 철자가 ‘soup’라는 사실은 컴퓨터도 인지할 수 있다. 일단 명사여야 하고 철자 구성이 사용자가 실수로 입력한, 존재하지 않는 단어인 ‘soop’과 대부분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soup’가 실제로 무엇인지는 알지 못한다. 문장 내 ‘맛(taste)’, ‘만든(made)’, ‘방금(just)’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바로 형편없는 수준인 자동 수정이 개선되지 않는 진짜 이유인 것으로 추정된다. 단어의 의미를 피상적으로나마 인지하지 못한다면 머신러닝이 아무리 정교하거나 학습 데이터셋이 방대해도 소용없다.
 
필자의 아이폰은 '맥월드(MacWorld)'라는 단어를 인식하라고 명령해야만 맥월드(MacWorld)를 알 수 있다. ⓒ IDG

구글 지메일에 제공되는 문구 전체 자동 예측 기능 역시 고도로 정교한 통계 분석에 불과하다. 머신러닝을 활용해 특정하게 배치된 키워드와 문구를 가지고 이메일에 응답할 때 방금 사용한 단어 뒤에 가장 흔하게 나오는 문구를 결정해 준다. 하지만 그 의미는 여전히 컴퓨터가 인식하지 않은 상태이다.

처음에 제시했던 사례에서 자동 수정 기능으로 엉뚱한 문장(What do you want for launch tidy?)이 나온 이유는 컴퓨터가 말이 안 되는 문장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아이폰이 각 단어의 문법적 역할뿐만 아니라 실제 의미를 인지한다면 자동 수정이 인간의 언어에 가까운 말을 쉽게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마저도 존재할 수 없는 문법이 뒤죽박죽 섞인 것이라는 사실만 봐도 형편없는 자동 수정의 변함없는 실태를 알 수 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자동 수정

자동 수정은 한 때 우선시됐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 iOS에서 자동 수정의 정확성이 크게 향상됐다고 홍보하는 애플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지도 오래됐다.

모든 사용자가 작은 터치 화면에 엄지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일에 익숙해져야 했던 스마트폰 등장 초기에는 사용자의 두꺼운 손가락으로 인해 발생한 오탈자를 수정할 수 있는 기능이 매우 큰 장점이었다. 또한, 장치의 소프트웨어가 고급스러우면서도 사용하기 쉽다는 것이 핵심 기능으로 강조됐다.

이제 자동 수정은 오래되고 재미없는 기능이다. 단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너무 오랫동안 방치돼 시장에서 사용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의 관심은 자동 수정 대신 멋진 카메라 기능과 알림 등 다른 문제들로 이동했다.

사용자는 애플과 구글의 똑똑하고 성실한 엔지니어가 자동 수정을 꾸준히 손보고 있을 것이라고 믿겠지만, 이 작업에 할당되는 자원은 사진 촬영 기능 개선을 담당하는 팀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 촬영 기능은 매우 미세하게 개선돼도 스마트폰 판매에 도움이 되지만 자동 수정은 기능이 조금 나아진다고 해도 스마트폰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단어의 의미론적 뜻을 어느 정도 파악하는 단계에 이르려면 AI 모델링과 성능에 큰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자동 수정 시 말이 안 되는 문장과 무의미하고 쓸모없는 단어를 걸러내는 작업은 지금이라도 개선의 여지가 충분하다.
필자는 그저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이다. 자동 수정으로 생성되는 터무니없는 오류를 줄일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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