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10, 서피스 북, 홀로렌즈, 오피스까지. 올해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어떤 주요 IT 업체보다 많은 업데이트와 변화와 놀라운 소식들을 전했고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물론 잘 한 일은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비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여러 가지 커다란 실망도 안겼다. 바쁘게 지나간 마이크로소프트의 한 해를 돌아보며 가장 눈에 띄는 대박과 쪽박 사례를 살펴보자. editor@itworld.co.kr
대박 : 윈도우 10
윈도우 10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활을 건 운영체제 개편의 결과물이다. 개편은 대부분의 측면에서 성공적이었다. 윈도우 8의 문제점을 없애고 윈도우 7의 장점을 되살렸으며 코타나 가상 비서, 모든 윈도우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유니버설 앱 등의 혁신도 추가했다. 심지어 돈도 받지 않았다(아직까지는).
그러나 윈도우 10의 큰 변화 중에는 예를 들어 강제 업데이트, 사용자를 돕기 위한(또는 물건을 더 많이 팔기 위한) 과도한 온라인 활동 엿보기와 같이 환영 받지 못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인지 윈도우 10은 마이크로소프트 운영체제 중 아직 3위(또는 통계 방식에 따라 4위)에 머무르고 있다. 어쨌든 윈도우 7 이후 최고의 OS로 평가할 수 있다.
쪽박 : 마이크로소프트 엣지
아직까지 마이크로소프트가 새로운 엣지 브라우저 출시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비해 더 안전하고 윈도우 10에 통합됐다는 점이 전부다. 처음 출시된 시점에서 엣지는 다른 대부분의 브라우저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이후 성능은 많이 개선됐지만 기능 부족(플러그인과 플랫폼 간 동기화 등)은 여전하다. 적어도 데스크톱 PC에서 엣지는 그 이전의 마이크로소프트 브라우저와 마찬가지로 구글 크롬과 같은 경쟁 브라우저를 다운로드하는 용도로밖에 사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윈도우 폰에서는 나쁘지 않다.
대박 : 서피스 프로 4, 서피스 북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서피스 하드웨어 분야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다. 서피스 프로 4를 개선한 것은 물론 서피스 북의 혁신으로 업계를 뒤흔들었다.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는 갑자기 잘 나가는 하드웨어 업체가 됐다. 서피스 프로 3도 좋았지만 서피스 프로 4는 인텔 스카이레이크 프로세서와 업그레이드된 섀시 설계의 조합으로 냉각 문제까지 말끔히 해결했다. 서피스 북은 명품 하드웨어라고 할 만하다. 투인원 제품으로, 키보드에는 추가 배터리와 외장 GPU까지 내장됐다. 두 기기 모두 일부 드라이버 문제가 있지만(초창기 서피스 프로 3가 버그로 고생했던 상황과 비슷) 그럼에도 불구하고 윈도우 10 플랫폼의 훌륭한 홍보대사 역할을 하고 있다.
쪽박 : 윈도우 10 모바일 OS와 하드웨어
아쉽게도 윈도우 10 모바일은 윈도우 10의 매력을 공유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 iOS 사용자의 전환을 유도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사용자 경험에는 별 감흥이 없고 “앱 격차”는 여전하다. 12월 초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전 윈도우 폰 소유자들에게 윈도우 10을 배포하지 않고 있다. 즉, 대다수 윈도우 폰 소유자는 아직 윈도우 10을 판단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가 거의 2년 만에 내놓은 플래그십 폰도 윈도우 사용자를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루미아 950과 대형 모델 950XL은 다른 윈도우 폰에 비해서는 큰 발전이지만 안드로이드와 iOS 진영의 최첨단 하드웨어에 비하면 발전이란 말이 무색하다. 홈런을 치기보다는 “따라잡기”에 전념한 모습인데, 정작 윈도우 생태계에는 홈런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소문으로 돌고 있는 서피스 폰이 판도를 뒤집을 수 있을까? 물론 아주 멋진 기능이 하나 있다…
대박 : 컨티뉴엄(Continuum)
그렇다. 컨티뉴엄은 진심으로 흥분할 만한 기능이다. 별도의 주변기기(디스플레이 독 또는 미라캐스트)가 필요하긴 하지만 컨티뉴엄을 사용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유니버설 앱(10인치 이하의 폰 또는 태블릿에서만 무료로 제공될 예정인 오피스 모바일 앱 포함)을 더 큰 화면에 비출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컨티뉴엄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폰이 PC도 된다’는 주장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외에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업체는 아직 없다.
대박 : 홀로렌즈
마이크로소프트의 첫 증강 현실 제품으로, 아직 출하되기 전임에도 의심할 여지 없는 대박 제품이다. 지난 1월 홀로렌즈를 공개했을 당시의 뜨거운 반응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발표 역사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고 초기 실사용 시연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다만 걸리는 부분도 있다. 홀로렌즈는 빨라야 2016년에 출하될 예정이고, 출하된다 해도 개발자 제품으로만 제공된다. 또한 버전이 올라갈수록 3D 홀로그램이 실제 세계 사물에 투영되는 각도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정확히 어떤 용도에 적합할지, 가격이 얼마일지도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놀라운 기술임에는 분명하다.
쪽박 : 마이크로소프트 밴드 2
홀로렌즈와 똑같이 검정색이고 홀로렌즈와 똑같이 곡면으로 만들어졌지만 별 대단한 기술이 아닌 것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피트니스 트래커인 밴드 2세대를 출시했지만 별 반응을 얻지 못했다. 물론 밴드는 스마트워치가 아니지만, 20여 개에 불과한 밴드 2용 피트니스 앱은 애플 워치,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의 풍성한 앱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밴드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웨어러블 시장에서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갈 길이 아주 멀다. 어쩌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제대로 된 윈도우 10 IoT 버전, 예컨대 3세대 밴드를 출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일지도 모른다. 3세대가 나오면 스마트워치라고 할 만한 제품이 될까?
대박 : 오피스 2016
독립형 버전을 구입하든 오피스 365 가입형을 구입하든 팀 협업에 최적화된 오피스 최신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 팀 협업은 마이크로소프트 기업 고객이 가장 강력히 요구해 온 부분 중 하나이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2016에서 이에 화답했다. 복잡한 메뉴를 생략한 “기능 지시(tell me what to do)”, 새로운 스웨이(Sway) 콘텐트 게시 앱 등이 눈에 띈다. 비즈니스 사용자의 생산성을 효과적으로 높여주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오피스의 위상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새로운 기능들도 조용히 추가하고 있다.
쪽박 : 프로젝트 아일랜드우드, 프로젝트 아스토리아, 윈도우 앱 마켓
마이크로소프트는 안드로이드와 iOS 제품을 윈도우 10, 윈도우 10 모바일로 이식하기 위한 도구를 제공함으로써 윈도우 10 “앱 격차”를 완화한다는 계획을 발표해 개발자와 언론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안드로이드 앱을 윈도우로 이식하기 위한 “프로젝트 아스토리아(Astoria)”는 정체된 상황이다. 이제 마지막 희망은 iOS-윈도우를 위한 위한 프로젝트 아일랜드우드(Islandwood)다. 그런데 아일랜드우드는 현재 “알파 프리뷰” 상태고 내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 빌드 개발자 컨퍼런스가 열릴 때까지 별다른 소식이 나올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 사이 윈도우 앱 마켓은 모바일과 데스크톱 부문에서 모두 쪼그라들고 있다.
대박 : 새로운 엑스박스 원 환경
개편된 엑스박스 원 인터페이스는 게임 콘솔보다는 웹 페이지를 보는 듯하며 두 가지 환상적인 기능을 제공한다. 바로 엑스박스 원에서 윈도우 10 PC로의 게임 스트리밍, 그리고 여러 엑스박스 360용 게임과의 하위 호환성이다. 마이크로소프트라면 이러한 기능에 비용을 부과할 법하지만 아니다. 두 기능 모두 무료다. 또한 디지털 비서인 코타나를 포함해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이 엑스박스 원에 구현될 예정이다.
쪽박 : 원드라이브 저장 용량 축소
지난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피스 365 가입자에게 향후 무제한 원드라이브 스토리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몇 주 전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말을 뒤집었다. 고객들은 분노했지만 이미 늦었다. 처음부터 지킬 수 없는 허황된 약속을 한 결과다. 구글과 아마존이 있어 다행이지 않은가?
사족 : 마이크로소프트는 며칠 전 ‘원드라이브 공간 유지하기’ 프리뷰 사이트를 조용히 열었다. 일방적이고 무례한 발표 이후 반감이 높아지자 마지못해 한 걸음 후퇴한 듯하다. 애초에 건드리지 말고 그대로 두었더라면 이 모든 소동을 피할 수 있었다.